한식의 세계화와 불교음식문화
한식의 세계화와 불교음식문화
  • 이기표 원장
  • 승인 2010.02.11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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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표의 세상이야기]

대학을 졸업한 딸을 두고 있는 친구에게 일자리는 구했느냐고 물었더니 직장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다이어트와의 전쟁’에만 몰두하고 있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요즘 젊은 애들이 목을 매는 신종 종교가 생겼는데 뭔지 아나? 다이어트 종교야!’라고 해서 웃은 일이 있다.

젊은이들이 친구를 만나면 제일먼저 묻는 말이 ‘너는 몸매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란다. 젊은이들 뿐 아니다. 어느 여성 불자모임에 초대를 받았었는데 주제가 온통 ‘다이어트’였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놓고도 어떻게 하면 음식을 덜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없어서 먹지 못하던 음식이 이제는 ‘꼴도 보기 싫은 웬수’가 되어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내가 운영하는 노숙자쉼터 식구들 중에도 ‘다이어트 족’이 늘어가고 있음에야. 다이어트가 ‘이 시대의 가장 주목받는 신흥종교’라는 말이 그럴 듯하게 들리는 것이다.

한류열풍을 타고 달아오른 ‘한식세계화’사업을 지원할 한식재단(韓食財團)이 이달 중으로 출범한다고 한다. 한식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홍보사업에 주력할 것이라고 하는데, 그 구성원부터 한식문화를 올바로 인식해야 제대로 된 홍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한식에 대한 매력은 그것이 ‘채식을 위주로 한 건강식품’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채식은 사찰의 전통음식문화이지 대중적인 밥상문화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대중밥상은 이미 서양음식문화에 점령당한지 오래다. 육류와 인스턴트식품이 판을 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한국인의 체형까지 서양화되어가고 있다. 비만환자가 늘어나고 당뇨나 고혈압 같은 성인병에 시달리는 아이들도 많다. 그리고 이처럼 달갑지 않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채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가고 있는 것이고, 사찰음식문화를 배우려는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다시 말해서 외국인들이 생각하고 있는 한식문화라는 것은 사찰음식이 갖고 있는 청결성과 건강성을 얘기하는 것이지 결코 한국의 대중음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와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그들의 음식문화를 세계화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시작했고, 세계시장 점유율도 높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한 참 앞서간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특별한 어젠다와 특별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일본은 ‘고급음식’이라는 어젠다로 세계음식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은 ‘다양한 맛’으로 세계인들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내놓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건강식품’이라는 것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나 아무리 건강식품이라 해도 접시에 음식만 담아가지고는 팔리지 않는다. 이야기가 있는 음식을 담아야 한다.

일반 대중들이 사찰음식을 신비롭게 생각하는 것은, 입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라 마음으로 먹는 음식이라는 청결성 때문이다. 소리 내며 먹지 않고, 배불리 먹지 않고, 한 톨의 음식도 남기지 않는 사찰의 공양의식은 그 곡식을 준 자연과 농부의 수고에 감사하는 마음의 표현인 것이다.

또한 사찰에서는 음식에 조미를 하지 않는다. 맛을 내면 음식을 탐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님들은 음식을 입으로 먹지 않고, 귀로 먹고, 코로 먹고, 눈으로 먹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 음식을 만드는 소리만 들어도 배가 부르고, 냄새만 맡아도 배가 부르고, 모양만 보고도 배가 부르다는 생각을 하며 식탐(食貪)을 절제하는 것이다.

사찰의 이러한 공양예절을 접시에 담아야 비로소 올바른 한식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고, 식탐을 경계하는 불가의 절제야말로 비만이나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는 건강한 밥상문화인 것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한식재단’이 목표하고 있는 ‘한식의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구성부터 사찰의 밥상문화를 알릴 수 있는 이들로 짜여 져야 할 것이다.

 

   
1956년 남해에서 태어난 그는 불교방송 부산사업소장, 진여원불교대학 학장을 거쳐 부산보현의집 원장을 맡고 있다. 부산노숙자쉼터 협의회 회장을 비롯해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 등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Fact 포럼 대표, 한국전력공사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제로에서 시작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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