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 쓴 몸 죽을 때 다 기증하고 가야죠"
"빌려 쓴 몸 죽을 때 다 기증하고 가야죠"
  • 이혜조 기자
  • 승인 2010.01.14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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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 스님 장기기증 서약 후 인터뷰
"초호화 화장문화 문제…수계하면 기증 의무화해야"
사후 장기기증 신청을 한 석종사 금봉선원장 대표 혜국 스님은 서약 계기에 대해 "오래전부터 해 온 생각이지만, 시신기증이나 장기기증은 하고 싶다고 하고 안하고 싶다고 안 하는게 아니라, 출가한 이는 누구나 다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생명나눔실천본부(이사장 일면 스님) 이사인 경륜 스님(마포 석불사 주지)이 석종사에서 수행 중인 혜국 스님을 예방하고 장기기증 이유와 의의를 물었다.

이 인터뷰는 생명나눔실천본부가 발행하는 월간지 <삶과 생명> 2월호에 게재된다.

혜국 스님은 "사람이 나고 죽으면, 결국 땅속에 기증하거나, 불속에 기증하거나, 아니면 누군가 필요로 하는 이에게 기증하는 건데 어느 것이 더 의미가 있겠습니까."라며 "잠깐동안 지수화풍으로부터 빌려 쓰다가 그 쓸모없는 것을 누군가가 쓸모있게 써 준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스님은 불교적 관점에서의 장기기증에 관해 "특히나 우리 스님들은 이 한 몸을 얻음이 빌려 쓴다는 정도는 누구나 아는 이야기 아닙니까. 앞에 잠깐 언급했듯이 수계를 받으면서 장기기증이나 시신기증 등을 의무적으로 서약했으면 합니다.라며 "그리하여 내 것이 아니기에 몸 관리를 잘했다가 누군가에게 필요할 때 잘 쓰이도록 돌려줘야 합니다."고 했다.

스님은 또 현재의 화장 문화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스님은 "한 몸뚱이 태우기 위해 많은 사람의 수고는 물론이거니와 화장목은 얼마나 들며, 공기오염을 또 어쩔건지. 화장목은 수십년 자라야 그만한 나무가 되는데 그 점부터 고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며 "스님들의 장례문화가 또는 화장문화가 호화롭지 않기 위해서는 시신기증문화로 바뀌어야 함에 공감하면서 나부터, 우리부터 바뀌길 기대합니다."고 말했다.

혜국 스님은 지난해 12월 8일 뇌사시 장기, 사후 각막 및 시신 기증에 서약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큰스님 안녕하십니까? 결제 중에 찾아 뵙게 돼서 죄송합니다.

눈길에 오시느라 고생했습니다. 연일 영하 14~15도를 오르내리는데 이 산중까지 방문해 주셔서 반갑습니다.

○… 장기기증을 신청하시기 된 어떤 계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오래전부터 해 온 생각이지만, 시신기증이나 장기기증은 하고 싶다고 하고 안하고 싶다고 안 하는게 아니라, 출가한 이는 누구나 다 했으며 하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이 나고 죽으면, 결국 땅속에 기증하거나, 불속에 기증하거나, 아니면 누군가 필요로 하는 이에게 기증하는 건데 어느 것이 더 의미가 있겠습니까.

누군가가 다시 받아서 쓸 수가 있다면 써 주는 사람이 고마운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연비하고 나서 부처님께 절을 하는데 하루는 나는 없어지고 부처님만 남아있는 느낌을 순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그 후로 ‘이 몸뚱이는 내 것이 아니구나’를 깨달았습니다.

잠깐동안 지수화풍으로부터 빌려 쓰다가 그 쓸모없는 것을 누군가가 쓸모있게 써 준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 혹시 주위에 장기기증을 신청했거나 장기기증을 받은 분들이 계신지.

주위 스님들도 있고, 신도도 있어서 신문에도 나고 했는데, 사실 그런 일들은 신문에 날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빌려 쓰던 것을 돌려주는 일은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내가 생명나눔실천본부를 통해 장기와 시신을 기증하고, 이렇게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이 당연한 일을 더 많은 사람들이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 불교 관점에서 생명나눔(장기기증)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특히나 우리 스님들은 이 한 몸을 얻음이 빌려 쓴다는 정도는 누구나 아는 이야기 아닙니까. 앞에 잠깐 언급했듯이 수계를 받으면서 장기기증이나 시신기증 등을 의무적으로 서약했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내 것이 아니기에 몸 관리를 잘했다가 누군가에게 필요할 때 잘 쓰이도록 돌려줘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눈 관리를 잘하는 편이죠. 아침마다 눈 운동을 합니다. 누군가에게 주었을 때 안경도 안 쓰고 더 쓸모있게 하기 위해서죠. 물론 나는 지금도 안경을 안 쓰고 생활하고 있답니다.

스님들의 장례문화를 단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초호화 화장 문화부터 지적하고 싶습니다.

한 몸뚱이 태우기 위해 많은 사람의 수고는 물론이거니와 화장목은 얼마나 들며, 공기오염을 또 어쩔건지. 화장목은 수십년 자라야 그만한 나무가 되는데 그 점부터 고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평생 살면서 나무가 주는 산소를 공급받았고 그 그늘아래서 편히 쉬었으니 시신기증 후 필요한 부분은 쓰고 나머지는 나무 밑에 거름하여 그 은혜 조금이라도 갚아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가는 이도 가볍고 남은 것은 쓸 수 있다니 그 얼마나 고마움 일이겠습니까.

○… 2005년 법장 스님 원적이후 많은 스님과 불자들이 장기기증 신청에 동참한 바 있습니다. 이후 최근 불교계 장기기증이 약간 주춤하고 있는데, 이번 혜국 스님께서 장기기증 서약을 하시면서 다시 불교계에 장기기증이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스님과 불자들의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한 말씀 해 주신다면.

스님들은 의무적으로 했으면 하고요. 불자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환희심을 일으켜 스님을 따라 하지 않겠습니까.

살아있는 것을 여기저기 떼어 주는 일도 아니고, 내가 평생 쓰다가 버릴 때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데, 모르면 땅속에서 구더기에게 주던지 또는 그냥 잿더미로 변해버릴 것을 쓸모있게 해 주는 방법이 있다는데 누가 그걸 마다하겠습니까. 불교장례법으로 시신기증만큼 좋은 법이 어디 있습니까.

앞으로는 그렇게 바뀔 거라고 믿고 그렇게 되도록 출가 수행자부터 노력합시다.

○… 생명나눔실천본부가 불교계 유일하게 장기기증등록기관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생명나눔실천본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만약 장기기증이나 시신기증을 하고 싶은 뜻이 있는데, 우리 불교계에 생명나눔실천본부 같은 기관이 없었다면 스님의 행색으로 기독교나 천주교 단체를 이용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생명나눔실천본부가 있다는게 우리 불교계에 참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시신기증이나 장기기증 같은 일들이 보편화 될 거라 생각하는데, 그때까지 지치지 말기 바랄뿐입니다.

스님들의 장례문화가 또는 화장문화가 호화롭지 않기 위해서는 시신기증문화로 바뀌어야 함에 공감하면서 나부터, 우리부터 바뀌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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