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광장' 신대승 주창 "절체절명 한국불교 구하기"
이른바 '선설불설'을 주장한 조성택 고려대 교수가 이번에는 대한불교조계종이 민족종교라는 주장이 정확하게 맞나 의문이 든다고 말해 논란거리를 던졌다.
조 교수는 지난 12일 인드라망생명공동체가 주최한 13번째 화엄광장 '신대승불교운동 어떻게 할 것인가' 발제문에서 깨달음의 사회화에 관한 조계종의 변혁을 주문하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조 교수는 "면밀히 살펴보면 식민지 불교는 오히려 건강했다. (지금보다)훨씬 많은 지식인이 참여, 다양한 모색을 했다"며 "제대로 정리가 안된 상황에서 해방을 맞이하다보니 정치적 이유로 근대적 실험이 왜색불교로 몰려 사장됐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조계종이 민족종교, 민족불교라는 데 정확하게 맞나 의문이 든다. 지금 한국불자가 생각하는 것은 불교지, 한국불교가 아니다"며 "불교 2,500년 역사에서'대한불교조계종'처럼 종단 앞에 나라 이름
붙이는 것은 특수한 상황이다"고 했다.
조 교수는 한발 나아가 "(대한불교조계종이라는 이름으로)자기 민족 브랜드화는 성공했으나 민족 담론을 만들어내는 것은 기독교이었다. 함석헌 유영모 등이 그 예다"고 했다.
"대개(식민지 국가들)는 식민자의 종교는 기독교, 피식민자 또는 저항하는 민족의 종교가 불교였는데 우리는 운 나쁘게도 식민자(일본)가 불교였고 기독교는 피해자였다"고 말한 조 교수는 "3.1운동의 경우 (주도자는)모두 가톨릭과 기독교인이었던데 반해 만해 한용운 스님은 숟가락 하나 놓은 정도였던 게 그 증거다"라고 분석했다.
"남의 종교 모르고서 내 종교 안다고?"
그는 "남의 종교를 모르고서 내 종교를 안다고 하면 안된다. 동국대에서 왜 신학을 가르치지 않는지 알 수 없다. 기본적으로 불교의 세계화 전략이 없다는 것이다"며 "'Think global at local'이 중요하다"고 했다.
조 교수는 "실제 지식인들이 읽는 베스트 불서는 번역서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 지식인들이 불교에 열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또 다른 문제로 깨달음의 사회화가 되지 않는 이유가 불교가 관념화되어 있고 선지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실의 한국불교에서 보시조차 관념화 되어 있다. 불교처럼 기부문화가 안되어 있는 게 어딨나"라며 "선지식이 있을 때 탄력을 받는다. 문명사적 전환을 이루는 것은 사상과 선지식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는 이어 "가장 큰 발전소는 부처인데 너무 멀다. 가까이에서 부처(발전소)가 나와 줘야 하는데 현실은 자가발전도 안되면서 발전을 계속하는 경우가 있다"며 한국 불교 승가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불교 내에서 환경파괴에 대해 말을 못한다"며 "사찰이 얼마나 환경을 망치고 있느냐. 미학적 수준을 의심케하는 대형 불사들로 완전히 망쳐놨다. 속인도 안하는 짓을 해버린다."고 했다.
"불교, 권력 주류세력과 대립 마다 않아야"
조 교수는 '신대승불교운동'과 관련 "종교는 원래 불온해야 한다. 젊잖게 말하면 대안문명이 돼야하는 것이다"며 "오늘날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참여적 불교는 권력 혹은 사회적 주류와의 대립적 구도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대안적 문명을 지향하는 새로운 불교운동이어야 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는 불교의 사회참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혹은 특정한 사회 현안에 대한 불교적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 불교경전을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거나 실효성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경전은 전체로서 정합적 내용으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고, 정합성을 추구하는 체계적 이론서가 아니라 어떤 '사태'를 설명하고 해결을 제시하는 텍스트이기 때문에 사태의 정확한 맥락을 떠날 경우 설명력을 상실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적용의 오류도 큰 문제라고 그는 분석했다. 출가자 또는 승가에 대한 담론을 세속에 적용하기에 무리라는 것이다. <대반열반경>에서 정치와 관련된 일에 대해 논의하지 말라는 것은 승가에 당부한 것인데 불자일반에게 적용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무아'나 '열반' 같은 본체론적인 담론을 사회현상이나 개인 윤리의 문제에 곧바로 적용함으로써 공허하고 현실성 없는 결론으로 맺어지는 경우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 때문에 '무상하다' '다 내탓이고 내 업이 두터워서 그렇다'라는 식의 결론을 내는 것이 불교인의 문제점이다"며 "불교는 '청승'이 문제고 기독교는 믿으면 된다는 '광기'가 문제다"고 정리했다.
"불교는 '청승', 기독교는 '광기'가 문제"
그는 "'다름'에 대한 철저한 자각이 없이 '같다'라고 하는 측면만 강조하는 불이법이 한국불교의 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깨달음의 세계 그리고 불이 법문만 강조되는 것이 한국불교의 현실이다"며 "불교가 진정으로 현실의 종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불이'의 정신과 함께 생활세계가 복권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 한국 사회가 대단히 급박하게 돌아가고 민족의 진로가 긴급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종정 성철 스님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고 내린 법문에 대해 '가야산의 돌중'이라는 비난이 있었던 점을 상기시켰다. 깨달음의 세계라는 측면에서 보면 법어에 대한 비판이 설득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생활세계의 관점에서 보면 황우석과 전두환에 대해 필요한 것은 자비와 용서가 아닌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신대승불교운동의 실천적 방향으로 △'수행하는 인간(home meditatio)' △무아 연기법에 의한 세계의 이해 △'적은 것이 더 많다(The Less The More)'라는 삶의 원칙 실현 등 3가지를 꼽았다.
이날 토론회에는 도법 스님 등 '움직이는 선원' 참여 대중들과 교육원 교육부장 법인 스님, 이평래 충남대 명예교수,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 류지호 불광출판사 주간, 최재천 전 국회의원 등 40여명이 참석, 오후1시부터 다음날 새벽1시까지 담론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