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법원·검찰 모두 제정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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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교닷컴
  • 승인 2006.10.18 12:24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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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 치욕` 불교계, 치욕당하고도 외면…법조계, 저급함 자인

절처럼 문이 많은 곳도 없습니다. 일주문, 금강문, 사천왕문, 불이문(일명 해탈문)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각 문마다 저마다의 의미가 있습니다. 불법이나 부처님 세계를 보호하거나 생사일여라는 해탈의 경지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들이 시건장치(施鍵裝置 문 따위를 잠그는 장치)가 없습니다. 공간의 경계내지는 부처님 세계를 표현하나 가람의 구조 안에서 그 공간을 의미하는 메시지를 그저 전달할 뿐입니다.

그런데 시대가 변해 문화재 절도범이 기승을 부리고 이교도들에 대한 훼불이나 방화의 위험성이 증가하자 문짝을 달고 시건장치를 합니다. 가람은 담이나 울타리가 없습니다. 공간을 자유롭게하고 야간에 동물들의 왕래를 보장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러나 본래 의미는 안과 밖을 경계 짓지 않고자하는 근본적 가르침에 충실하기 위해서 입니다. 근래는 문처럼 절도나 방화의 목적으로 담을 높게 쌓습니다.

절에서 가장 의미 있는 문은, 혜가스님의 일화와 보우대사와 유정스님의 대화로 유명한 대도무문(大道無門)입니다. 본시 우리의 마음, 자연의 현상계나 우주에 있어서 안과 밖, 너와 나, 미추고저장단생사(美醜高低長短生死)라는 분별의 경계가 없는 까닭에 문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입니다. 중생을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기 위한 구실로서 이런저런 이름을 붙인 것에 불과 합니다.

마곡사에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이라는 것을 들고 와서 야간에 문을 열라했습니다. 판사가 사인한 그 영장의 위력으로 이곳저곳을 뒤져서 온갖 서류를 갖고 갔습니다. 수사에 있어서는 증거확보가 중요하고, 그 중 한 방법이 압수수색 입니다. 압수는 수사기관이 어떤 물건에 대해 강제적으로 점유를 빼앗는 것이며 수색은 수사기관이 물건이나 사람을 찾기 위하여 일정한 장소나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행하는 강제처분을 말합니다.

문제는 정당한 수사를 떠나서 압수수색은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존심은 물론 그 정체성이 침해되고 사회적으로 망신을 당해 그 전체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래서 압수수색의 영장 발부는 신중을 기하고 더구나 야간의 집행은 가능한 회피합니다. 무엇보다도 압수수색은 헌법에서 보장한 자유를 강제로 박탈합니다. 헌법에 별도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기에 종교집단에 대한 압수 수색은 그 사회적 여파로 인해 사이비 종교집단의 큰 범죄의 수사 이외는 하지 않습니다. 근래 법원도 압수수색 영장의 발부는 매우 신중을 기하는바 이번엔 판사나 검사가 뭔가에 홀린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본시 문이 없는 절에 그냥 들어오면 될 것을 영장을 발부 따위의 쓸데없고 번거러운 일을 검찰이 자행했습니다. 아무리 고소고발로 수사상 필요하다 해도 인생을 모르고, 생각도 없으며, 그래도 법을 공부했다는, 대한민국의 최고 공무원인 검 판사님들이 스스로 무지함을 드러낸 것이 이번 마곡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 입니다. 인간사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국민의 행복 추구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이나 보호해야 할 가치를 따질 줄 안다면 말입니다.

피고발자인 스님 한 분의 수사 방법으로서 압수수색밖에 없었다면 이해하지만 그로 인해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1,600년 동안 국민의 정신적 의지처로서 오늘날 까지 이 땅의 문화와 역사를 일궈 온 불교를 한번쯤은 생각해 볼 시간적 여유조차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알고도 일부러 그랬다면 인과의 굴레를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불교를 이렇게 개망신 주고서 검찰과 법원이 얻을 사회적 공익적 또는 범죄 수사상 성과가 무엇인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이 나라 최고 법집행 기관으로서 검찰이나 법원이, 아무리 불교의 세력이 약해다 해도 조계종본사를 압수수색이라는 무식한 수단으로 다스리려 했다면 법원이나 검찰 스스로도 그 위상을 격하시키고 '우리의 수사 기법이나 세상을 조명하는 시각이 요정도입니다' 라며 스스로 저급함을 자인한 것입니다.

시간은 자꾸만 흘러갑니다. 종단이나 검찰은 발 빠르게 사과를 하던 자정의 계기로 삼아야 함에도 실기하고 있습니다.

묻노니!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판검사여러분. 혹 여러분의 수사권이나 판결은 아직도 정치권에 압수당하지 않았는지? 종교적 편파성으로 양심과 원칙이 압수당하지는 않았는지? 개인적 감정에 정의가 압수당하지는 않았는지? 과거 권위주의적 시대상으로 법원이나 검찰의 미래가, 개혁이 압수당하지는 않았는지? 의심이 듭니다. 국정원을 압수수색한 우리의 검찰이 부처님의 복장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휘졌습니다. 이 기회 청와대까지 한번 압수수색할 용기는 없는지도 묻고 싶습니다.

끝으로 이 나라 불교가 오물을 뒤집어 쓴 수모를 당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찌 해결해야 하는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직도 무감각의 깊은 ‘나몰라라 삼매’에 빠진 우리 조계종의 수뇌부, 나아가 전체 불교계가 그저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사찰의 대문 빗장을 풀고 벽을 허물어 대 자유를 숨 쉬게 하는 길은 돈과 권력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자정과 혁신하는 것 밖에 길이 없습니다. 종단 수뇌부에게 과감한 개혁과 파사현정을 주문합니다. 해서 우리의 가슴에 진정한 불이문, 일주문, 금강문 그리고 대도무문을 세워야 합니다.

/ 윤 무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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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판사판 2006-12-28 19:36:11
이판사판 불사판..제 정신 있는 사람 아무도 없는지 오래 되었습니다..
특히 총무원에 가보시면 바로 압니다..

한가지 질문 2006-12-27 22:35:15
근데 검찰에 고소 고발하신 스님은 어느분이라십니까?

위에 있군요 2006-12-27 22:34:17
2번 글 올린분 보세요. 위에 내용이 잘 나와 있군요.
사찰이 압수수색의 대상이 아닌 이유가 본문에 잘 나와 있습니다.
"헌법에 별도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기에 종교집단에 대한 압수 수색은 그 사회적 여파로 인해 사이비 종교집단의 큰 범죄의 수사 이외는 하지 않습니다." 저도 동감입니다. 또한 이렇게 썩어자빠지고 무능해서 자빠진 조계종 종단이라 하더라도 검찰의 압수수색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한시도 2006-12-27 16:05:16
단 한시도 편안 날이 없구나..아휴~

윤무영님 2006-10-19 12:23:31
글 잘읽었습니다.
필력이 좋으시다는 생각과 존경의 마음을 드립니다.
아쉬운 것은 사찰은 왜 압수수색의 대상이 아닌지, 그리고 일반인과 다른 대우를 받아야하는 합당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주셨으면 설득력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좋은 글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 합리적인 근거가 없으면 미사여구의 조합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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