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삼성’, 프로야구도 무노조?
‘무노조 삼성’, 프로야구도 무노조?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09.12.07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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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1. 지난 2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최초로 노조 설립을 의결합니다.
손민한 선수협 회장은, “선수들의 권익 보장을 위해 한국야구위원회와 대화의 창을 만들려고 했지만 아무런 답을 얻지 못했다”며, “결국 노조 설립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찬반투표가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삼성과 엘지 선수들은 투표 불참의 뜻을 밝혔으며, 삼성 선수들은 퇴장했습니다. 선수들의 이해관계가 특별히 다를 바 없음에도, 왜 삼성은 퇴장까지 하는 강수를 두었어야만 했을까요. 왜 그곳에 참석은 했을까요. 그랬음에도 왜 투표는 불참했고, 퇴장까지 해야만 했을까요. 불과 얼마 전까지 함께 운동을 했고, 함께 대학이나 고등학교에서 오로지 야구에만 전념했던 이들인데, 왜 삼성에 간 순간 달라져야만 했을까요.

2. 프로야구는 원래 선수들의 조직에서 출발합니다. 미국이 그렇습니다. (대부분은 레너느 코페트 지음, 이종남 옮김, 「야구란 무엇인가」, 황금가지 출판사, 18장 노조편을 요약했습니다.)

 

▲ 레너드 코페트 지음, 이종남 옮김, 황금가지 펴냄
본래 미국에서 프로야구 조직의 원형은 ‘프로야구선수 전국연합회’입니다. 최소한 프로야구가 출범한 1871년부터 1875년까지는 그렇습니다. 1876년 들어 당시의 자본주의 체제에 맞춰 ‘프로야구 구단 전국연맹’이라는 기업 형태의 조직이 탄생합니다. 이때부터 선수와 구단간의 치열한 ‘자본주의적 투쟁’이 전개됩니다. (굳이 ‘자본주의적 투쟁’이라는 말을 만들어냈습니다. 프로야구야말로 가장 자본주의적인 사업이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계약이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물론 보수적인 입장에서 구단의 편을 들어줍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문제점을 인식하게 되지요.
“1967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단체 협상의 결과로써 ‘선수협약’이 마련됐다. 겉으로 드러난 선수측의 전과(戰果)는 메이저리그의 최저 연봉을 7,000달러에서 1만 달러로 올려놓은 것이었지만 더 중요한 사항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1. 협약을 어겼을 때에 대비한 고충 처리 창구를 마련한다.
2. 2년의 협약 유효 기간에는 연봉 조정 원칙을 변경하지 않는다.
3. 현재 통용되고 있는 보유 조항을 대신할 수 있는 제도를 연구하여 2년 안에 타결한다.“
바로 이 지점입니다. 손민한 회장의 지적도 바로 이 부분에 있습니다.
“1981년 6월에는 장장 2개월에 걸친 선수 파업이 일어났다.”

그럼에도 미국의 프로야구는 잘도 굴러갑니다. 박찬호 선수는 여전히 우리의 로망입니다.

3.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프로야구는 중요한 국민적 통제의 수단으로 자리잡습니다. 이 부분은 굳이 적지 않겠습니다.

왜 삼성 프로야구팀은 퇴장했을까요.
“그리고 패배했을 때, 즉각 퇴출이 오토매틱으로 이루어지는 프로스포츠는 자본이 국민들에게 가르치고 싶어 안달하는 경쟁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아무런 거부감 없이 전달되게 했다. 경쟁에서 졌으면 말없이 나가야 한다는 현대사회의 비정한 논리를 우리는 열광과 통쾌함 속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정희준, 스포츠 코리아 판타지, 개마고원, 170면이 이런 부분에 대해 상세하게 분석해 놓았습니다. 좋은 책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신분의 벽을 뛰어 넘는 성공사례,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성공방식, 탈정치화된 공인, 근대적 역할 모델, 지역주의, 패거리주의, 신화와 영광의 이면에 놓인 지독한 폭력, 성공지상주의 등 이 모든 것들의 중심에 대한민국 프로야구가 있습니다.

4. 물론 한국야구위원회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해 버립니다. 노동자도 아니고, 근로자도 아니기 때문에 노조를 만들 수도 없고, 인정할 수도 없다라는 겁니다. 오늘 자 한겨레신문 1면은 ‘CEO 대통령의 빗나간 노조관 때문에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이 부정되고 있다’고 탑기사로 다뤘습니다. 다시 프로야구로 돌아갑니다. 그렇다면 삼성과 엘지는 구단으로부터 압력이 있었을까요. 압력이 있었기 때문에 퇴장했거나 불참했을까요. 그것은 모를 일입니다. 다만 참고할만한 좋은 기사가 있습니다.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어느 선수의 고백 ‘내가 노조 투표에 불참한 이유’”
http://sports.media.daum.net/nms/baseball/news/general/view.do?cate=23789&newsid=1673197&cp=Edaily)

5. 한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다 나도 꼭 동화책을 한권 써야 될 충격과 의무감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때인가 인터뷰에서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지요. 도린 크로닌이란 미국 변호사가 있습니다. 동화책을 썼습니다. 책 제목은 ‘탁탁 톡톡 음메~ 젖소가 편지를 쓴대요’입니다. 이 책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동화상인 칼데콧 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수상 작품이 중앙일보 자회사인 ‘어린이중앙’에서 출간돼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재미있는 우연이네요. 수년 전 이 책을 보고 저는 동화작품의 무궁무진함에 한동안 가슴 설레였습니다. 솔직히 충격이었습니다. 책도 홍보할 겸 최대한 살려 간추려보았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이 감동을 함께해 주셨으면 합니다. 노조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노동의 신성함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자본주의의 기초는 약속입니다. 일방적인 지시나 분노가 아니라, 지배가 아니라, 대등한 대화와 그에 기반한 약속입니다. 나라도 약속이듯, 기업도 약속입니다. 노동도 약속이고, 프로야구도 약속입니다.

브라운 아저씨는 농부인데요, 골칫거리가 하나 있어요. 그건 바로 아저씨네 젖소들이 타자 치는 걸 좋아한다는 거예요. 브라운 아저씨는 하루 종일 이런 소리를 듣는답니다. 탁탁, 톡톡, 음매~
브라운 아저씨가 처음 이런 소리를 들었을 때엔 자기 귀가 이상해진 줄 알았어요. 젖소들이 타자를 친다고?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탁탁, 톡톡, 음매~
그런데 브라운 아저씨는 이번엔 자기 눈이 이상해진 줄 알았어요.

“브라운 아저씨께,
헛간이 너무너무 추워요. 밤바다 덜덜 떨고 있어요. 전기 담요를 깔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젖소들 올림.“

헛간에다 낡은 타자기를 놔 둔 게 잘못이었어요. 젖소들이 그걸 찾아내더니 전기 담요까지 달라고 하잖아요! 브라운 아저씨는 딱 잘라 말했어요. “어림없어, 전기 담요는 안 돼!”

젖소들은 아무 일도 안 하기로 했어요. 헛간 문에다 편지를 붙였지요.
“미안합니다. 오늘은 쉽니다. 우유를 드릴 수 없습니다.”

브라운 아저씨가 외쳤어요. “오늘은 우유를 줄 수 없다고!” 헛간 속에서는 젖소들이 쉬지 않고 타자 치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탁탁, 톡톡, 음매~, 철커덕, 톡톡, 음매~

다음 날 브라운 아저씨는 또 다른 편지를 발견했어요.
"브라운 아저씨께,
암탉들도 너무너무 추워해요. 걔네들한테도 전기 담요가 필요해요.
젖소들 올림."

젖소들은 점점 더 브라운 아저씨를 몰아붙였어요. 헛간 문에다 또 새로운 편지를 붙여 놨지요.
"쉽니다.
우유 없엄.
달걀도 없음."

“젖소들이 타자를 치고 닭들이 알을 안 낳아!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어? 우유랑 달걀 없이 나더러 어떻게 농장을 꾸려 나가라고?” 브라운 아저씨는 화가 나서 펄쩍펄쩍 뛰었어요. 브라운 아저씨는 자기 타자기를 꺼내서 직접 편지를 쳤어요.
"젖소들과 암탉들에게,
너희들에게 전기 담요를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너희들은 젖소와 암탉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나에게 우유와 달걀을 다오.
농부 브라운."

오리는 어느 편도 아니었어요. 브라운 아저씨는 젖소들한테 쓴 경고장을 오리 편에 보냈어요.
젖소들은 비상회의를 열었어요. 동물들은 전부 헛간 앞에 모여 귀를 기울였지요. 하지만 젖소들이 음매음매 떠드는 얘기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어요. 브라운 아저씨는 밤새도록 젖소들한테서 답장이 오길 기다렸어요.

아침 일찍 오리가 문을 두드렸어요. 브라운 아저씨한테 편지 하나를 건넸어요.
"브라운 아저씨께,
타자기를 드릴 테니 담요를 주세요. 담요를 헛간 문 앞에 놔두시면 오리 편에 타자기를 보내겠습니다.
젖소들 올림."

브라운 아저씨는 젖소들 소원을 들어 주기로 했어요. 헛간 문 앞에 담요를 갖다 놨지요. 그리고 오리가 타자기를 갖고 오길 기다렸습니다.

다음날 아침, 브라운 아저씨는 편지를 하나 받았습니다.
"브라운 아저씨께,
우리가 사는 연못은 너무 심심하답니다. 다이빙 대를 하나 마련해 주시면 좋겠어요. 오리들 올림."
탁탁, 톡톡, 꽥꽥.

맨 마지막 그림입니다. 어느 새 오리도 자신의 노동자성을 깨닫고 다이빙대를 받아낸 것이지요. 대신 우유와 알은 더 깨끗하게 더 많이 생산되지 않았을까요.

무노조 삼성에 대한 최소한의 생각입니다.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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