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학 선거 '출생지·출생고' 왜 필요할까?
대학 총학 선거 '출생지·출생고' 왜 필요할까?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09.11.30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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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대학마다 선거철이더군요. 아무래도 정치판에 있다 보니 한 번 더 눈길이 가기 마련입니다. 공약도 읽어보게 되고 포스터도 보게 되고, 또 얼마 전에는 제가 1학기 때에 강의했던 대학의 수강생이 선거에 출마했더군요. 그래서 명함을 받아보기도 하였습니다. 공약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대학의 현실에 대하여 제가 눈이 어둡기 때문이지요. 순전히 어설픈 정치인의 입장에서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하려 합니다.

▲ 대학가는 지금 선거 중(서울=연합뉴스) 배재만 = 대학가 총학생회 선거철을 맞아 표심을 사로잡으려는 공약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20일 오후 연세대 총학선거에 나선 각 후보 선거운동원들이 교문앞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 운동권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 정치색 짙은 공약이 많았던 10여년 전과 달리 복지를 중시하는 선거 공약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기사 내용과 무관). 2009.11.20scoop@yna.co.krhttp://blog.yonhapnews.co.kr/f6464
첫째, 왜 선거 벽보나 명함에 ‘출생지’나 ‘출신 고등학교’가 필요적 기재사항이 되어야만 하나요? 작년 가을 강의 때에도 같은 문제를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강의시간에 아예 포스터를 가져오라고 하여 지적한 적이 있었지요. 그런데 이번 가을에도 똑같은 현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제 수강생의 명함도, 제가 강의를 나가는 곳도, 특강 나가는 곳의 대학도 온통 마찬가지였습니다. 출생년도, 출생지, 출신 고등학교가 한결 같이 필요적 기재사항이었습니다. 이것이 왜 필요하지요? 선택에 있어 이런 정보들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이지요?

둘째, 후보자들의 사진에서 받는 생경함입니다. 평상시에 입는 대학생스러운 복장이 훨씬 더 낫지 않나요? 다들 어색하게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맵니다. 물론,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양복이나 정장이 편안할 수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왠지 어색함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잘 입지 않던 옷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 단박에 느껴집니다. 옷에 가려 개성이나 정책적 이미지가 전혀 드러나지 못합니다. 후보자의 특성이 옷 속에 감추어져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후보자들은 그들의 사진을 통해 말하지 못합니다. 결국 소구력 측면에서 실패한 선거 공고물이 되고 마는 것이지요.

물론, 이런 과정을 통하여 사회적 훈련, 정치적 훈련이 될 수 있고 이러한 시행착오가 더 나은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형식들 보다는 구체적인 공약들이 학생들의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 대해서도 동의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 정치 세계에 이미 표출되고 있는 지역주의, 학벌주의, 연고주의 등 각종 부작용이 혹여 영향을 미칠까 염려합니다. 한편, 자기표현의 시대에 그저 맹목적으로 막연하게 복장의 코드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한번쯤 고민해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다들 이런저런 글들을 통해 지적하고 계시기에 지극히 피상적인 제 관찰기를 한번 적어보았습니다.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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