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참사‧용산 참사, 너무도 다른 정부
부산 참사‧용산 참사, 너무도 다른 정부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09.11.16 12: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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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부산 실내사격장에서 안타까운 화재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일본인 관광객 등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습니다. 11월 14일의 일입니다.

15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긴급 사과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한국관광을 책임지고 있는 주무장관으로서의 ‘사죄’였습니다. 재발방지책과 함께 ‘외국 관광객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다가 사망하거나 다치는 사고에 대해서는 정부차원에서 보상보험을 제공하는 등 획기적인 외국 관광객 피해보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15일 오후 정운찬 국무총리가 부산 참사 현장을 직접 찾았습니다. 부산시청에 마련된 대책본부를 찾았고, 화재현장을 둘러본 뒤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지시했습니다. 병원에도 찾아갔습니다. 부상자들을 직접 만나 위로했습니다.

▲ 무릎 꿇은 정 총리, 사격장 희생자 조문(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정운찬 총리가 15일 부산 중구 실내실탄사격장의 희생자의 시신이 안치된 양산 부산대병원 영안실을 찾아 일본인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2009.11.15.ccho@yna.co.kr
놀라운 사진이 있습니다. 정 총리가 일본 유가족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더군요. 유가족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예의를 지키고 있는 정 총리의 사진은 솔직히 충격 그 이상이었습니다. (한번 용산참사 현장을 방문한 정 총리의 당시 사진과 비교해 보시지요. 그 사진은 분명 조문 이후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습니다. 가부좌입니다. 부산 영안실에서의 무릎 꿇고 있는 사진과는 크게 다르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15일 외교통상부는 일본인 피해가족들의 한국 입국을 포함한 제반 사항 지원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 외교부는 재외동포영사국장을 중심으로 '대책본부'를 구성해 행정안전부를 측면지원하고 나섰습니다. 또한 이기철 재외동포영사국 심의관을 부산사고 현장에 파견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신각수 외교부 1차관은 시게이에 도시노리 주한 일본대사에게 조의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두가 참사 이틀 만에 이루어진 일입니다. 참사 원인을 파고들다 보면 어딘가에서 불법 혹은 위법 사항이 드러나겠지요. 그럼에도 정부가 나서서 이 모든 문제를 주도하고, 해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 용산철거민 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같은 15일입니다. 11월 15일은 용산 참사가 발생한지 300일이 되는 날입니다. 300일을 하루 앞둔 14일에는 '이명박정권용산철거민살인진압범국민대책위원회'가 범국민추모대회를 열고 사태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여전히 시신은 순천향병원 영안실에 있고, 분향소는 용산에 있습니다. 매일밤 7시면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과 용산본당 신부를 자처하는 이강서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 신부님의 용산미사가 열리고 있을 뿐입니다.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요. 부산 참사와 용산 참사는 무엇이 그렇게도 커다란 차이가 있을까요. 결코 그 간극은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인가요. 299일의 시차 말고 무슨 차이가 있지요. 300일을 뛰어 넘는 정부 대응의 차이가 이 겨울 맹추위를 더욱 춥게 만들고 있습니다.

용산 참사를 다룬 여러 시인들의 시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입니다. 원래는 문학사상 2009년 5월호에 수록된 시입니다. 전라도닷컴이란 월간지가 있는데, ‘시인이 읽어주는 시’란에 고영서 시인이 소개했더군요. 녹색평론 7-8월호에도 용산참사 관련 좋은 시가 있습니다. 송경동 시인의 ‘이 냉동고를 열어라’라는 시입니다. 그 시를 썼을 때만 해도 참사 150일째입니다. 그런데 지금 300일째입니다.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나무는
한겨울에 뿌리를 얼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바위에 틈을 낸다고 한다
바위도 물을 받아주거나
살을 파고드는 아픔을 견디며
몸을 내주었던 것이다
치열한 삶이다
아름다운 생이다

나는 지난겨울 한 무리의 철거민들이
용산에 언 뿌리를 내리려다가
불에 타 죽는 걸 보았다
바위도 나무에게 틈을 내주는데
사람은 사람에게 틈을 내주지 않는다(이상국, ‘틈’)“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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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 2009-11-17 11:30:46
한마디로 제정신이 아닌 정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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