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국무조정기능 강화’는 불가피한가
국정원의 ‘국무조정기능 강화’는 불가피한가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09.10.3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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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구조나 운용 실태로 볼 때 국정원의 국무조정기능 강화는 사실상 불가피해보입니다. 엄연한 현실입니다.

물론 긍정과 부정의 논리가 심각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국면입니다.
먼저 부정적인 측면에서의 입장입니다.
과거 국정원의 역사를 떠올립니다. 국정원의 본래적 기능을 생각합니다. 국정원이 법 이외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보정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무소불위의 국정원이 재생하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들을 얘기합니다.

다음은 이에 대한 방어, 혹은 긍정적인 측면에서의 입장입니다.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정치 개입은 없다라고 얘기합니다. 국정원법에 국내정치가 아닌 국내 파트에 개입할 수 있는 분명한 여지가 있는 이상, 정보수집 차원에서, 통치권자의 정보참고자료 제공 차원에서, 개입하지 않고 수집·분석하는 이상 합법적이지 않느냐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같은 거대 국정원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생각할 수도 없고 그럴 의도도 없다고 항변합니다. 국민이 더 이상 이런 부분을 받아들이지도 않고, 행정부와 국회도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라는 겁니다. 대한민국에서 현재 종합적으로 국정을 조정할 수 있는 별도의 시스템이 없다는 것도 중요한 항변입니다.

▲ 청와대 전경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첫째, 현재의 통치구조, 전국 운영시스템이 국정원의 조정기능 강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는 ‘비판적 현실론’이 제 결론입니다. 국무총리의 국무조정기능을 없애버렸습니다. 청와대로 가져가 버렸습니다. 청와대로 권한과 국정통할 기능이 집중된 것입니다. 판단자료가 필요합니다. 청와대 인력으로는 부족합니다. 가장 손쉽게, 그리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이 어디일까요. 당연히 훈련된 국정원입니다.

청와대 비서관이 밤새워 보고서를 써야될 일이 있다고 합시다. 어디에 자료를 부탁하는 게 가장 빠르겠습니까. 경찰일까요, 관련부서일까요. 통치권자의 의중에 맞게 가장 빨리, 가장 편리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은 대학교가 아닙니다. 연구소가 아닙니다. 언론기관도 아닙니다. 솔직히 청와대도 아닙니다. 그렇게 훈련되고 그렇게 경험을 쌓아 온 국정원을 이용하는 게 가장 빠른 겁니다. 손길이 갈 수밖에 없지요. 결국 구조적인 문제가, 경험적인 문제가 국정원의 조정기능강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법은 국정원이 아닌 청와대와 정부와 총리실에 있다는 말입니다.

둘째, 관계부서의 무책임성입니다. 관료들의 속성에 있습니다. 보고를 해두면 면피가 되고 보고를 안 해두면 나중에 안 좋은 일이 터졌을 때 책임문제가 복잡해지지요. 그래서 관료들은 최대한 관계 기관에 정보를 전파해버립니다. 공문에 참조부서를 여러 군데 기록하는 식이지요. 그래서 국정원 관계지부에도 보내고, 경찰 정보라인에도 보내고, 청와대도 보내고, 총리실도 보내고, 감사원도 보내고, 필요하면 검찰에도 보내버리고, 이런 식으로 협조 겸 참조 겸 책임으로부터의 회피를 획책하는 겁니다. 현실입니다.

지나치게 청와대가 강화되다 보니 관료들은 청와대만을 쳐다봅니다. 장관들은 스스로 무책임주의에 빠져듭니다. 지극히 허약한 장관들의 행진입니다. 장관들의 권한을 강화하고 책임 있는 인사권한을 돌려주고, 거기에 따른 정치적 책임주의를 좀 더 강화시켜야 합니다. 권한에 걸맞은 책임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국정원이나 여타 기관의 도움을 원치 않는 분명한 책임의식으로 국정을 주도해 나가는 그런 장관들이 요구됩니다. 지금과 같은 허약 체질의 장관으로는 국정원의 국무조정기능 강화는 구조적으로 필연적입니다.

오늘 자 언론을 보니 농림식품부가 작성한 ‘쌀값 관련 농민단체 동향 및 대응방안’이라는 문건에 관해 국정원과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고 정부대책을 청와대에 이미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제가 위에서 설명한 논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음을 고집스럽게, 건방지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지나친 집중은 집안이건, 국가대표 축구경기건, 시장이건, 정치건, 정부건, 정보기관이건 간에 위험합니다. 견제와 균형이 필요합니다. 그 이전에 책임주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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