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지지' 종단변혁 밑거름으로 삼아야
'유례없는 지지' 종단변혁 밑거름으로 삼아야
  • 이혜조 기자
  • 승인 2009.10.22 13: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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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과정·의미] 화합이 야합으로 전락해선 안돼

총무원장 선거에서 완승을 거둔 예는 33대가 유일하다. 종교계의 수장을 선출하는 마당에 '승'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할 수도 있다. 승과 패로 현상을 바라보기엔 종교정신은 너무나 숭고하다.

자승 스님은 출마선언 이전에 이미 중앙종회 5개 종책모임이 추대를 결정했다. 20여개 본사주지들도 추대대열에 동참함으로써 유례없는 압승을 예고했다.

압도적인 지지로 불교계의 수장이 된 자승 스님도 선거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일찌감치 당선이 점쳐졌음에도 불구하고 괴문서 등 종단 내부의 음해가 잇따랐다. 고발 가처분신청 등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는 수모도 겪었다.

유례 없는 대규모 지지세력 확보

자승 스님은 화엄회 소속이다. 화엄회와 무차회는 오래전 이번 선거에 뜻을 같이했다. 종회내 최대계파인 화엄회가 두번 째 규모의 무차회와 동조함으로써 선거의 판도는 기우는 듯 했다.

보림회, 무량회, 무당파가 자승 스님과 비견되거나 그 이상의 지지를 받는 후보를 내세우며 연횡할 경우 자승 스님의 당선은 확신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 과정에 지관, 설정, 정련 스님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설정 스님의 경우 해인사승가대를 비롯한 여러 곳으로부터 출마권유를 받았다.

동국대이사장 선출과 맞물리면서 무차회와 보림회가 동조를 약속하면서 급격하게 자승 스님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렸다. 50여표를 쥐고 있는 보림회는 이번 선거전 초반부터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계파로 인식되어 왔다.

보림회와 무차회의 공조는 무량회를 무력화하는데 일조했다. 32대 원장시절 가장 많은 지분(?)을 거머쥔 무량회로서는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7월 3일 결국 무량회의 유력주자인 법등 스님이 총무원장 불출마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32대 선거 당시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이 겉으로 드러난 명분이었다. '32대 선거 때 약속'은 33대에는 화엄회가 지지하는 후보를 밀기로 한 것이다. 이것이 4자연대의 완성이다. 곧이어 지홍 스님 등의 무당파까지 합세, 중앙종회 모든 계파, 이른바 '5자연대'로 굳어진 것이다.

종책모임과 분리될 수 없는 교구본사주지들의 자승 스님 지지 합류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9월 29일 자승 스님 추대식에는 무려 20개 본사주지들이 조계사 대웅전에 동참했다. 참석하지 않은 일부 주지스님들도 선거캠프나 자승 스님을 통해 지지를 보내왔다. 통합종단 출범 이후 33번의 원장 선출 과정에서 최대규모의 지지세력을 확보하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절대적 지지는 예비후보로 자천타천 거론됐던 도영 월서 정념 종하 스님의 출마를 단념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종회차원 숙식·여비 등 구태청산 결의

9월 17일 중앙종회 4개 종책모임 대표자들은 종단 선거 문화 쇄신과 해종 행위 근절을 촉구했다.

이들은 '깨끗한 제33대 총무원장 선거를 통해 한국불교 미래를 열어가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작년 8. 27 범불교도대회 이후 어렵게 회복되고 있는 교권을 확립하고, 종교 화합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종교 지도자를 선출한다는 차원에서 종단 뿐 만 아니라 범사회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인신비방, 흑색선전 등 일체의 해종행위 척결 △왜곡된 여비 문화, 숙식제공 등 구태 근절 △종도들의 종책 수렴 및 선거에 반영 등을 천명했다.

숙식 제공과 여비 지급은 선거의 대표적인 폐단이었다. 선거인단에 포함되려는 이유가 여비를 받으려는데 있다는 것은 조계종 안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선거2-3일전부터 서울 종로 일대의 모텔 호텔 방이 동나기 일쑤였다. 방이 부족해 강남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고급음식점에는 스님들로 넘쳐났다.

자정결의 덕분인지 선거 전날인 21일 원거리인 제주 관음사와 합천 해인사 선거단만이 상경해 조촐한 저녁 공양을 끝내고 각자 숙소로 돌아갔다. 쌍계사의 경우 선거일인 22일 오전8시50분 항공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하는 모습이 취재진에 목격되기도 했다. 구태를 방지하기 위해 관음사 해인사 선거인단에는 호법부 상임감찰들이 밤새 동행하기도 했다.

금품살포 관련 제보도 없었다. 심지어 특정 선거인들이 모 후보의 선대본부측에 여비를 주지 않는다고 몽니를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예전에는 볼 수 없는 풍경들이다. 금품이 살포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순 없다. 정황상 금품 살포는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드러난 현상만으로 볼 때 금품살포, 숙식제공, 여비지금 등에 있어서 이전 선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조용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자승 스님 스스로도 출마선언과 동시에 중앙종회의원직을 사퇴함으로써 좋은 전범을 만들었다. 지관 스님이 동국대이사, 원로의원직을 유지한 채 출마, 당선이후에도 한동안 동국대이사직을 수행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괴문서 사법처리대상은 피해갈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력후보였던 자승 스님이 종단 안팎의 시달림을 피해갈 순 없었다.

승적 정정을 둘러싼 몇차례의 괴문서는 종단 내 주요이슈가 됐다. 서울 동대문우체국을 통해 3명의 남녀가 전국 주요사찰과 중진 스님들에게 2,000통의 괴문서를 발송하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괴문서에는 종단 내부의 기밀서류까지 포함돼 충격을 줬다. 내부자의 협조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괴문서 유포를 둘러싸고 종무원간 부서간 파열음이 나기도 했다. 특정 부서간 심한 감정싸움까지 일었다.

인터넷의 폐단을 악용해 음해성 글을 올리는 네티즌도 있었다. 종단, 언론사, 본사, 수말사 홈페이지에 자승 스님을 음해하는 글들이 올랐다. 기사의 댓글에도 수위를 넘어서는 악성글이 줄을 이었다.

급기야는 자승 스님의 승적 문제로 두 명의 재가지가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서초경찰서에 배당된 사건은 현재 고발인 조사를 마친 상태다. 이어 이달들어 '대한불교조계종정법수호재가회'라는 급조된 단체가 자승 스님을 상대로 후보등록효력정지가처분을 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종교단체의 자율권 보장 △조계종 선거규정상 후보결격 사유에 해당한다는 소명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가처분신청을 기각을 결정했다. 이례적으로 빠른 결정이었다. 결정문 가운데 "우리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절대적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정교분리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으므로"라는 판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각하가 아니라 기각됨으로써 이후 불거질 문제의 불씨를 잠재웠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종단안의 음해, 외부적인 사법처리 대상화에 이어 자승 스님에게 선거기간 내내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미행했다. 청정선거를 염원하며 모니터링이나 감시를 위한 목적은은 아닌 것으로 선거캠프는 보고 있다. 흥신소 직원이거나 고발과 고소를 한 쪽의 소행으로 보여진다는 게 캠프의 추측이다.

'화합'과 '야합'은 한생각 차이다

유례 없는 세력 규합이 당선 이후 종단 쇄신으로 연결될 지는 미지수다. 압승이 반드시 종단 운영에 청신호로 작용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견제가 없는 조직은 부패와 오류를 범하기 쉽상이다. 부패와 오류를 반복해도 진로를 수정할 시스템이 부재하다. 제대로된 야당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이른바 '공신'에게 나눠줄 당근은 한정돼 있으나, 이전의 3자연대에 2자가 더 보태져 분배 과정에서 마찰이 일 수 있다. 마찰을 최소화하느라 종단의 새틀을 짜 실현하기 보다는 예의 '원융화합'만 외치다 4년을 허송할 수 있다는 얘기다.

추대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10.27법난 30주년, 2013년이면 94년개혁 20주년이다. 미완의 개혁을 완성하고 10.27법난의 재방송인 종교편향을 넘어서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된다. 계파와 문중을 초월한 세력 규합이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사회와 인류에 울림을 주는 메시지를 양산하는 주춧돌이 돼야한다. 주변부로 밀려난 불교를 경계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급선무다. '속이 성을 걱정한다'는 비웃음을 말끔하게 해소할 종책을 펴야한다. 그런 차원에서 낙선한 후보와 출마를 포기한 예비후보진영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 선거과정에서 소외된 대다수 대중들의 쓴소리를 경전으로 삼아야 한다. 화합의 손을 내미는 것은 승자의 몫이다.

선거과정에서 대규모 세력의 결집에도 불구하고 사법처리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5자연대와 대부분 본사들의 결합이 이익다툼으로 점철되는 기미를 보일라치면 이번엔 '부처가 돌아앉는다'는 진리를 이번 선거과정은 예고하고 있다. 자승 스님 중심의 33대 집행부는 10월 22일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4년의 시작임을 자각하는 혜안이 절실하다.

 

제33대 총무원장 선거 과정
 

10월
22일 자승 스님 당선
20일 후보등록효력정지가처분 기각
19일 후보등록효력정지가처분 결심
16일 자승스님 캠프 "선거폐단 엄정대처" 성명 발표
15일 중앙선관위, 후보 자격 이상없음 결정
14일 정념 스님 출마 포기
13일 교단자정센터 "총무원장은 청정독신 비구여야" 성명
12일 자승 스님 후보등록 기호1번, 회견 입장발표 -승적 도덕적 문제 유감 표명
중앙선관위, 선거인단 320명 확정
11일 월서, 종하 스님 출마 포기
8일 자승 스님 승적문제로 검찰에 고발당해
7일 교구별 선거인단 선출 돌입
6일 자승 스님 승적정정 심판청구 각하

9월
29일 5자연대 20개 본사주지 참여 자승 스님 추대식
24일 화엄회 등 자승 스님 지지 결의
정념 스님등 예비후보자 5명 "자승 스님 검증하라" 회견
22일 각신 스님 회견 후 법규위 심판청구 "절차하자, 직권남용"
대우 스님 출마회견 "조계종은 썩은 패거리 집단"
21일 총무부장 원학 스님 "호법부 괴문서 조사 위법"
19일 중앙선관위, 선거일정 공고
17일 정념 스님 백두산 등정
총무원, 자승 스님 승적 정정 이상없음 결론
4자연대 회견 "깨끗한 선거로 불교미래 열자"
16일 5자연대 합의
15일 각명 스님 출마선언
정념 스님 자료집 발송
10일 중앙선관위 선거일정 확정
7일 종하 스님 출마 선언
2일 중앙승가대 등 3개 교육기관 종책세미나 보류 결정

7월
3일 법등 스님 불출마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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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주의 변신 2009-10-23 18:12:31
여기서 10. 21, 22일 이틀간만 자승스님편 인척하는 불교닷컴이 웬일이니?
이제 치고빠지기하다가 별효과가 없자 이제는 아부부터 하여 판단에 교란을 일으키겟다는 것.
그런다고 너희들 물주의 속셈을 언제까지 감출수 있을 것인가.
당당하다면은 정면승부를 걸라, 치졸하게 동국대먹으려고
술수 그만 부리고 이제 진면목을 드러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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