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가산점제가 논란입니다. 모든 언론과 글들은 군가산점제를 여성 대 남성의 문제라는 지극히 편협 되고 성 인지적 문제로만 해석합니다. 잘못됐다는 입장입니다.
누구나 기억하듯, 헌법재판소는 1999년 12월 23일 제대군인지원에관한법률에 규정된 군복무 가산점 제도에 대해 헌법상 근거가 없어서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핵심은 평등권을 침해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였습니다. 물론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위헌이라고 했습니다. 공무담임권을 침해했다고도 했습니다. 공무원이 될 자격을 침해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그 피해자는 여성들만 이었을까요. 아닙니다.
첫째, 여성을 차별하는 제도라는 점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한걸음 더 나아갑니다.
그래서 둘째입니다. 가산점 제도는 질병이나 심신 장애로 병역을 감당할 수 없는 남자, 즉 병역 면제자를 차별하는 제도라고 했습니다.
셋째로 보충역으로 편입되어 군복무를 마친 자를 차별하는 제도라고 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 대해 사회진출의 기회를 박탈하고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며 국가 전체의 역량 발휘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부조화스러운 결과를 낳는다는 겁니다. 여성과 제대군인 아닌 남성들을 차별하는 제도라는 겁니다. 여기서부터 문제의식은 새롭게 달라져야 합니다.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은 징병제에서 모병제로의 전환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여건이 거기에 미치지는 못하고 있지요. 또 다른 근본적인 해결책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입니다. 남북 화해협력을 통해 군사적 긴장완화로 이어지고 상호 확증적인 군비감축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행해 나간다면 이 부분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안보적 환경이 조성될 수 있겠지요. 마지막 세 번째는 최근 보편적 시민권 개념을 떠나 집단인지적 관점에서 시민권과 인권을 해석하는 새로운 틀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성적소수자, 종교적소수자, 인종적소수자, 지역적소수자, 장애인, 여성, 노동자 등 사회적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런 집단의 측면에서 인지를 해보자라는 그런 인권개념이지요. 그 관점에서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장애인과 군대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그런 집단들의 피해와 차별을 고려해 보자는 겁니다.
물론 군대가 한편 배움의 장이 될 수도 있고, 한편 낭비의 장이 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엄청난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분단국가의 숙명입니다. 누군가는 이런 불편함과 불이익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지요. 차라리 사회적으로 조금 우위에 있는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남자가 감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지나치게 무리한 해석일까요.
얼마 전 여성 ROTC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최근 여성 사관생도들이 늘고 있다는 통계도 보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동등한 기회의 장이 조금이라도 열려 가고, 여성에 대한 현실적인 사회적 차별, 군대 가지 못한 남성과 장애인들에 대한 실질적인 차별이 해소되고 있다고 확신한다면 그 때는 군가산점 제도를 재논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도리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차별금지와 사회적 부양조치가 필요한 상황 아닐까요. 불이익을 이해하면서도 각기 법익을 균형 있게 생각해본다면 군가산점제로 인해 얻는 이득보다 그로 인해 입게 될 피해가 더 크기 때문에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제 결론입니다. 한마디로 법익과 시기 조정에 따른 상조론이지요.
하지만 근본적으로 논점이 흐트러져서는 안 됩니다. 군가산점제도는 피해자를 여성만 고려해 놓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군대 못간 남성도 분명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군가산점 제도를 남성 대 여성이라는 대립 축으로 놓고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무릇 인권의 현 주소는 가장 사회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사람을 놓고 평가해야 합니다. 그 기준이 인권의 최전선이자, 최저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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