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이 자꾸 우리곁을 떠난다
소중한 것이 자꾸 우리곁을 떠난다
  • 낙동강3.14
  • 승인 2009.09.2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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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해보다 서늘했던 여름이 간다. 입추가 지나고 더위가 가신다는 처서와 풀잎에 이슬이 맺히고 완연한 가을이 시작된다는 백로가 멀지않았다. 아침 저녁 서늘한 바람이 가을이 다가왔음을 실감케 한다. 강에도 진작 가을 바람이 불어왔다. 강의 바람은 철새들의 이동과 함께 온다.

▲ 세가락도요, 낙동강하구를 거쳐 멀리는 호주까지 내려가 겨울을 난다.

8월과 9월은 새들의 이동이 본격화되는 시기다. 시베리아와 알라스카 툰드라지대의 짧은 여름을 틈타 번식을 마친 새들은 서둘러 이곳을 떠난다. 8월말이면 벌써 얼음을 볼 수 있다는 북녘의 추위를 피해 따뜻한 남쪽나라로 목숨을 건 먼 여행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새들의 이동은 1년에 2번 이루어진다. 북녘의 고향을 찾아가는 봄철 이동기와 남쪽 월동지를 찾아가는 가을철 이동기가 있다.)

▲ 낙동강하구 세갸락도요의 비행, 9월 3일.

멀리 호주, 뉴질랜드까지 내려가는 도요새와 물떼새는 이미 7월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호주, 뉴질랜드, 동남아 등이 이들의 주된 월동지다. 도요새와 물떼새는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가는 도중 우리나라를 들린다. 손님처럼 잠시 들러 가는 새라 하여 이들을 나그네새라 부른다.

▲ 세가락도요의 식사, 어부지리란 말이 어디서 왔는가를 실감케 한다.

▲ 다친 꺅도요, 새들은 목숨을 걸고 이동한다. 배가 찢어져 피가 베어나오고 있다. 이동 중 반 가까운 새들이...

▲ 국경은 사람이 만든 선이다. 새들에겐 국경이 없다. 국가를 넘나드는 새들의 이동을 알기위한 한 방법으로 사람들은 새의 발에 가락지를 채운다. 나라마다 그 색깔이 달라 이를 통해 어디서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알 수 있다.

▲ 호주와 중국에서 채운 가락지를 차고 있는 세가락도요. 가을철 이동기 이들이 중국을 거쳐 호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7, 8월 나그네새인 도요물떼새가 먼저 지나가고 날이 더 추워지면 나그네새와 함께 이곳서 겨울을 나는 겨울철새도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낸다. 9월이면 오리가 많아지고 10월이 다가오면 기러기가 내려온다. ‘과아한~과아안’ 큰기러기의 트럼펫 같은 노래 소리가 귀에 익숙해지고 10월 중순 낙동강하구 갯벌이 황금빛으로 변해2)가면 순백의 고니가 모습을 드러낸다. (낙동강하구 갯벌은 세섬매자기란 이름을 가진 식물이 자란다. 이 풀이 논의 벼처럼 자라 낙동강하구 갯벌은 여름이면 끝없는 초록의 벌판이 되고 가을이면 나락 논이 그러하듯 온 갯벌이 황금빛으로 덮이게 된다. ) 기러기와 고니의 먹이활동으로 갯벌의 풀이 사라지는 10월 말쯤이면 흑두루미가 ‘뚜루루’ 천상의 노래 소리를 선사하며 지나간다. 재두루미가 흑두루미의 뒤를 이을 즈음이면 온 하구는 겨울을 나러 온 새들로 북적거리게 된다.

 

▲ 10월 중순, 낙동강하구 명지갯벌. 물가의 흰 새는 백로, 작은 점들은 오리, 크게 보이는 새가 큰기러기다.

▲ 큰기러기들이 명지갯벌로 내려 앉고 있다.

▲ 재두루미의 비행 모습.

▲ 재두루미.

▲ 흑두루미.

흑두루미와 재두루미는 원래 수천 마리가 우리나라서 월동하던 겨울철새였다. 하나 우리의 자연환경이 급속도로 파괴되면서 월동하는 새는 크게 줄었고 전세계 생존개체수의 8~90%는 일본 큐슈의 이즈미지역에서 월동을 한다. 재두루미는 전세계에 5~6천마리, 흑두루미는 1만여 마리 정도가 생존해 있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되었다. 자연과 우리 삶의 관계에 무지한 현대인의 무분별한 개발은 수천만년 이 땅서 살아온 터줏대감을 나그네로 또 멸종위기종으로 내몰았고 급기야 이 땅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다.

▲ 이즈미에서 월동 중인 흑두루미떼.

▲ 노래하고 있는 재두루미, 주위로 보이는 새들은 흑두루미다.

 4대강 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서가 공개되었다. 수심 6m 이상의 일정한 폭을 가진 물길을 만들기 위해 강바닥과 강변을 파내고 수력발전이 가능한 댐 규모의 보를 강 곳곳에 세운다고 한다. 낙동강을 따라 발달한 수많은 모래톱이 사라지고 강변의 갈대숲과 버드나무 군락이 사라질 것이다. 이곳서 지친 날개를 쉬어가던 흑두루미와 재두루미의 이동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겨울철 모진 추위를 견디며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던 강변과 모래톱 주변서 살아가던 수많은 새들이 지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어느 지역의 서식지가 사라지면 새들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 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지역이 서식 가능한 조건을 갖추었다면 그 곳은 이미 새들의 서식지로 이용되었을 것이다. 어느 한 지역의 서식지 파괴는 새와 같이 큰 이동성을 갖춘 생물종이라 할지라도 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짐을 의미한다.)

▲ 낙동강상류 안동의 구담습지, 4대강 정비사업이 진행되면 사진의 모래톱도 아이들이 물에서 노는 모습도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된다.

▲ 자연스런 강변의 모습, 수심을 6m 이상으로 만들게 되면 이런 모습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 수심이 2m가 넘으면 햇빛이 들어오지 못하고 햇빛이 들어오지 못하면 수생 식물이 자라지 못한다. 수생식물이 없으면....이들에 의한 물의 정화작용과 수생식물에 의존해 알을 낳고 그 알이 아기고기로 자라는 일들은 더 이상 이루어질 수 없다. 갈대밭이 사라지고 슈퍼제방이 놓이고 큰 배가 유유히 다니는 강을 상상해보라.

▲ 강변의 갈대밭, 갈대는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지형을 안정시키며 수많은 생명의 삶터 역할을 한다.

▲ 낙동강하구의 대저둔치, 4대강정비사업 선도지구로 지금 정비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 강변의 얕은 습지에 의존해 겨울을 나고 있는 큰기러기들. 멸종위기 2급종으로 환경부가 보호하는 종이다.

소중한 것들이 자꾸 우리 곁을 떠난다. 멸종위기종 목록이 두께를 더하고 콘크리트와 도시의 소음과 밤을 밝히는 도시의 불빛도 층을 더해간다. 거기에 비례해 우리 삶도 좋아져 가는 것인가?

▲ 다대포 아미산, 몰운대 성당 앞에서 바라본 낙동강하구의 밤 모습. 불빛이 더욱 밝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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