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법불교를 모색하는 지리산 야단법석
- 금강경의 눈으로 오늘의 한국불교를 점검하고 대안을 찾는다 -
2600여 년 전 인도 사회가 어수선하다. 중생들의 절절한 신음 소리가 세상 곳곳에 가득하다. 불신과 두려움의 안개가 자욱하다. 너나없이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과 길을 찾지 못해 안절부절이다. 세상은 올바른 방향을 밝혀줄 보편적 진리의 등불을 기다렸다. 사람들은 올바른 길을 안내해 줄 좋은 친구, 좋은 스승을 간절히 희망했다. 좋은 친구, 좋은 스승인 고타마 붓다는 뭇 생명들의 절절한 부름에 응답하려고 뜻을 내었다. 당시 사람들이 앓고 있는 병에 따른 처방으로 언어와 생각의 길이 끊긴 보편적 진리 즉 존재의 실상을 연기 무아와 사성제라는 언어와 이름의 등불을 밝혀 수행자들이 나아갈 방향과 길을 열어보였다.
무명 중생이 짊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업보인가. 세월과 함께 이곳저곳의 불교계와 수행자의 진면목이 변질 왜곡되어갔다. 그로 인하여 사회와 불교계의 모순과 혼란이 날로 더 깊어졌다. 수행자와 대중들의 회의와 갈등의 방황도 갈수록 더 길어졌다. 2600여 년 불교 역사의 고비 고비마다 사회와 불교계, 수행자와 대중들은 나아갈 올바른 방향과 길을 안내해 줄 보편적 진리의 등불과 좋은 친구, 좋은 스승을 간절히 그리워했다. 그 때마다 좋은 친구, 좋은 스승인 대승 보살과 선사들은 언어와 생각의 길이 끊긴 보편적 진리 즉 존재의 실상을 중중무진 인드라망 법계와 역동적인 동체대비행, 원만구족의 본래부처와 활발발한 대무심행이라는 언어와 이름의 등불을 밝혀 수행자들이 나아갈 방향과 길을 열어보였다.
21세기 한국 사회와 불교계의 상황이 매우 우울하다. 한국 불교와 출가 수행자의 모습이 남루하기 그지없다. 승단의 심장이 썩어가고 있다. 정법의 등불이 가물가물하다. 한국 불교가 벼랑 끝자락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법과 수행자의 진면목이 변질 왜곡되고, 그로 인한 모순과 혼란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불교란 무엇인가, 출가 수행자란 어떤 존재인가, 참담한 심정으로 근본적인 물음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 한국 불교 오늘의 현주소이다.
물질적 풍요를 마음껏 누리고 있는 21세기 현대 사회와 불교계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줄 보편적 진리의 등불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다. 최첨단의 편리를 마음껏 누리고 있는 21세기 현대인들과 수행자들이 올바른 길을 열어줄 좋은 친구, 좋은 스승을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구체적인 몸짓이 절실하다. 뭇생명의 절절한 바람에 응답하는 참된 목소리가 목마르다.
정법 불교를 모색하는 야단법석이 그립다. 좋은 친구, 좋은 스승의 길을 가고자 하는 수행자들이 연기 무아, 인드라망, 본래부처로 표현되는 정법의 횃불을 밝히고 사성제, 동체대비, 대무심의 길을 시대에 맞게 열어가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여러 가지 모색을 해 왔다. 시대의 요구, 뭇 생명의 부름에 응답하고자 부처님, 대승 보살, 선사 스님들의 뜻을 받들어 참 대승, 새로운 대승불교인 정법불교를 모색하는 지리산 야단법석을 연다.
활발발하게 움직이는 선원이 필요하다. 기존의 조용하고 안정된 수행 도량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탐진치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중생들의 삶의 현장을 수행 도량으로 삼는다. 기존의 법당, 선방 중심의 은둔적이고 정적인 기도, 참선 수행이라는 틀을 벗어던지고 목전에서 시시각각 생노병사의 피눈물이 소용돌이치는 생사의 현장길을 걸으며 불법의 진면목, 자신의 진면목을 실답게 참구하고 만난다. 주관적인 자아도취, 자기 안주의 벽을 허물고 도반들과 더불어 허심탄회하고 치열하게 법과 수행과 삶에 대한 대화와 토론의 탁마를 통해 아상과 인상을 파헤치는 수행을 한다. 대승보살의 원력이 뜨겁게 꿈틀거리고 대무심, 대자비가 활발발하게 실천되는 참수행, 참보살행의 삶이 일상의 삶이 되도록 하기 위해 전 존재를 불태우는 움직이는 선원을 개설한다.
길은 털끝만큼의 막힘도 없이 만인에게 활짝 열려있다. 첫 마음이 바로 정각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뜻을 함께 하는 좋은 도반들이 있는 한 두려울 것이 없다. 그 누구, 그 무엇도 우리의 앞길을 막지 못한다. 불조의 숨결이 숨쉬고 중생의 신음소리가 절절한 현장의 길에서 지극한 간절심으로 실참 실구하는 구법의 행각이 모순과 혼란의 늪에 빠져있는 불교계와 우리 자신에게 분명한 활로가 될 것이다. 한 걸음, 한 호흡으로 실천되는 본래 부처의 동체대비, 대무심행이 방향과 길을 잃고 있는 수행자 자신과 불교계에 탄탄한 정로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2600여 년 동안 불교사를 관통해온 정법불교, 파사현정의 횃불이 활활 타오르도록 지극정성을 다해 정진할 것을 다지고 또 다진다.
제방의 도반들이시여, 시대를 걱정하고 한국 불교를 아끼는 출가수행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염화미소의 마음으로 대승보살, 대승선사의 길에 함께 하길 간절히 청하고 간절히 청한다.
불보살은 증명하시고 호법성중은 증명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