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 선거는 현 상태대로면 투표 없이 추대로 갈 것으로 보인다. 유일 여당인 무량회마저 화엄회와 공조키로 했기 때문이다.
중앙종회 종책모임 무량회는 3일 오후5시 서울시내 모처에서 저녁공양을 함께하며 33대 총무원장 선거의 유력한 후보자인 법등 스님(호계원장)의 불출마를 결정했다. 이날 모임에는 고문을 비롯해 28명이 참석, 법등 스님이 자신의 입으로 직접 발언해 무량회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확정했다.
화엄회 관계자는 "법등 스님이 출마하지 않기로 한 대신, 화엄회와 공조키로 결의했다"며 "이는 4년전 지관 스님을 후보자로 내세워 미는 대신, 다음번(33대 총무원장 선거)에는 화엄회가 추천하는 후보자를 밀기로 한 약속을 지키자는 차원이다"고 말했다.
현재 화엄회 무차회 보림회가 동국대 이사장 선출 등과 관련 사실상 총무원장 선거에 공조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무량회마저 가세함에 따라 이번 총무원장 선거는 투표 없이 단일후보를 추대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앙종회 의원은 "이미 화엄 무차 보림회가 공조한 상태에서 무량회가 후보자를 내놓아 봤자 실익이 없고 되레 차기 종권을 잡지못하면 야당으로 내몰릴 상황'에서 무량회의 '벼랑끝 전술'은 뻔한게 아니었겠느냐"고 분석했다.
이번 공조가 선거운동기간까지 지속될 경우 종단을 이끌 참신한 인물을 추대하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종회의원 한편에서는 "하도 합종연횡, 이합집산을 밥먹듯 하는 집단이어서 3개월 사이에 예상치 못한 변수도 충분히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스님은 "현재의 선거구도에서 자신들의 지분을 지키기 위해 무량회가 3개월여를 앞두고 사실상의 항복선언을 한 게 아니냐"면서 "화엄회에서 공조를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무량회 핵심인사가 화엄회 관계자를 찾아갔는데, 이 자리에서 화엄회는 4년전의 약속을 들먹이며 약속이행에 대해 답을 달라고 하자 무량회가 부랴부랴 택한 결정일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무량회 관계자는 "법등 스님이 이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사실이지만, 화엄회와 공조를 공식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며 "일부 종회의원 스님이 화엄회 지지를 안건으로 제시했으나 일부 본사 주지 스님들이 반대하는 등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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