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연공원법 문제로 심기가 불편한 불교계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부처 장관들이 굳이 조계종 종정과 총무원장을 찾아 일부러라도 발걸음을 하고 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1일 오후 공주에서 열린 전통불교문화원 개원식에 참석했다.
너무 바쁜 일정 때문에 식이 시작된지 40분이나 지나 도착하고도 유 장관은 행사장으로 들어가지 않고 가장 먼저 조계종 기획실장 장적 스님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20여분간 나눈 대화의 주제는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청와대 오찬을 거부했던 이유 중 하나인 '자연공원법'이었다.
유 장관은 테이프 커팅식 직후 총무원장 지관 스님과 함께 전통불교문화원을 둘러보고 환담했다.
이 자리에서 유 장관은 자연공원법 문제에 대해 "총리실과 조율해서 잘 챙기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7월 1~2일 통도사에서 열릴 결의대회를 걱정하는 발언도 했다. 바쁜 와중에도 이날 행사에 굳이 참석한 주요한 이유가 '결의대회' 때문이었음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그거(결의대회) 스님들 교육하고 연수하는 거니까 신경쓰지 마시라"고 위로했다. 이 발언은 전통불교문화원 개원식에 참석한 손님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해석됐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갑작스런 해인사행에 오른다.
이 장관은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해인사에서 12일부터 1박2일간 템플스테이 체험을 한다.
이 장관이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는 주요한 목적은 법전 종정스님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장관의 템플스테이 일정에는 종정스님 예방이 포함돼 있다.
조계종은 두 장관의 불교계행이 공교롭게도 종단의 정신적 지주인 종정 법전 스님과 실질적 수장인 총무원장 지관 스님에 맞춰져 있는데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종교편향 정국에서 정부는 8.27범불교도대회를 앞두고 전방위 회유와 방해 전략을 구사한 바 있다.
당시 대부분의 스님들과 불자들은 잘못된 정책과 행정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시정하려는 노력 보다 어른 몇명을 만나 해결하려는 정부의 행태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조계종은 지금 지난해와는 다른 이유로 정부에 화가 나 있다. 자연공원법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대강 정비사업 등이 이유로 꼽힌다. 그 중 단연 으뜸은 자연공원법이다.
조계종은 자연공원법 등으로 인한 중첩규제를 사찰의 자주권 침해로 받아들이고 있다.
산중과 공원내에 사찰이 많은 불교계로서는 자연공원법, 산림법, 전통사찰보존법, 문화재보호법, 건축법 등에 의한 중첩규제를 받다보니, 건물 한채를 짓거나 수리하려고 해도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대한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올해 조계종은 이 불만이 단기간이 아닌 수십년간 쌓이면서 터질 지경이 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중첩규제 일원화가 포함된 '불교계 7대공약'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올해 자연공원법 개정과 구역조정 논의에서 불교계 의견이 배제되고 있다.
게다가 국립공원에 강제편입된 사찰 소유지에 대한 권리행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화재구역입장료(관람료)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을 그대로 불교계가 떠안은 것이 참을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조계종은 오는 7월 1~2일 양산 통도사에서 문화유산법 제정·문화유산보존구역 지정·중첩규제 철폐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총무원은 이미 전국의 사찰 주지스님에 소집령을 내려 놓았다.
결의대회의 규모는 지난해 8.27범불교도대회에 비하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대한 고비가 있을 때마다 열렸던 승려대회를 상기한다면 그 파장은 더할 것이라는게 종단 안팎의 시각이다. 두 명의 장관이 거의 같은 시기에 종정·총무원장을 찾은 것이 우연이나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