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조 등 조계종 정체성 전면 고려해야"
"종조 등 조계종 정체성 전면 고려해야"
  • 이혜조 기자
  • 승인 2009.05.0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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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탁 교수, '한암사상 세미나'서 주장 "태고보우가 중흥조?"
"재산 사유화 ·의식 간경 염불 황폐화 …승가오칙 재조명을"
대한불교조계종의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종단 안팎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언급을 꺼려했던 종조 문제를 비롯 간화선을 종지로 삼으면서도 신도들에게 염불을 매개로 교화하고, 출가자의 의식 간경 염불을 황폐화하고, 가람수호는 커녕 삼보정재 사유화와 사판승 중심의 종단운영으로 선거판이 벌어지는 현실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쏟아졌다.

신규탁 연세대(철학과)교수는 7일 조계종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암사상과 조계종의 정체성' 세미나에서 조계종의 정체성을 진단하고, 한암선사의 '승가오칙'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신 교수는 '대한불교조계종' 의 뿌리에 한암선사가 놓여 있었고, 스님은 남종선에 한국불교의 계보를 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암 스님은 참선, 염불, 간경, 의식, 가람수호 등 이른바 '승가오칙'을 승려가 지켜야 할 본본으로 삼았다. 참선에서는 간화선을, 염불에서는 자성미타를 염하도록 했으며, 간경의 경우 주로 <전등록> <금강경> <보조어록> 등을 권장했다. 의식은 <소참례문>을 지을 정도로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고, 가람수호에서는 선원과 선방의 납자들을 잘 호념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신 교수는 현재의 조계종이 과연 한암선사 당시에 선양했던 불교의 길을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신교수는 종조 문제와 관련, 종헌1조에서 명시한 것처럼 태고보우 국사를 '제종포섭'한 자로 평가하고 그를 중흥조를 한다면 조계종은 순수한 선종만의 종단이 아님을 스스로 자임하는 모순이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종조 문제에 대한 언급은 불문율로 여겨져왔다는 점에서 신 교수의 지적은 신선하다는 평을 들을만하다.

승가오칙의 첫째인 참선의 문제는 조계종 본말사 가운데 제대로 선 수행을 하고 있지 않은데다 승려들의 극히 일부만 간화선을 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신교수는 대부분의 절에서 선보다는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염송하는 정토염불 내지는 기도가 성행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예로 총본산인 조계사를 들었다. 신교수는 "요즘 들어 이 절이 참으로 낯설다. 선종 본산에서 49재 지내준다고 광고하고, 재일기도, 인등기도를 선전하는 등 그것도 가격표까지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다"며 "여기에서 무슨 상당법어나 입실 점검이 있겠는가"라고 비꼬았다.

신교수는 염불의 경우 관음시식, 49재, 불공의 내용을 보면 모두 부처님과 대비주의 신력에 의지해 영가나 재자의 소원을 빌어주는 것으로 변질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본말사에서 통용되는 염불은 타력신앙으로서의 염불문이다"며 "이는 한암선사를 비롯한 역대 선사들이 권장했던 자성미타의 염불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간경도, 조계종 승려 가운데 <전등록>이나 <금강경>을 읽고 자신의 수행을 비롯해 재가 불자들을 지도하고 있는 이가 몇이냐 되냐고 반문했다.

신교수는 선종을 표방한 조계종이 의식 문제에 있어서도 대단히 소홀히 하고 있다며 조석예불부터 전통에서 멀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리의 음곡까지 살펴보면 참으로 부끄럽다"고 했다.

신 교수는 가람수호와 관련, "삼보의 상주물이 개인 승려의 사유물로 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며 "수행자인 선방의 수좌와 강원의 학인들을 보호하고 그들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물자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가람수호의 첫 걸음이다"고 말했다.

이런상황에서 조계종의 출재가자들은 수용적 균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신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선종을 표방한 현실에 휘들리지 말고, 간화 수행, 정토 염불, 화엄 교학을 하나 또는 겸하여 전수하는 풍토 ▲불교 본래의 면목에 주목해 법(계)맥의식, 조선사찰령-불교재산관리법-전통사찰보존법으로 이어져 오는 봉건적 잔재 척결 ▲민주주의의 말단적 폐단인 선거로 총무원장, 본사 주지 뽑는 것을 없애고 불교 본래의 방법으로 환원할 것 등을 결론적으로 주문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신 교수 외에도 인경 동방대학원대학교(명상치료학) 교수의 <한암선사의 간화선 사상>, 김광식 부천대 교수의 <한암의 종조관과 도의국사>, 김호성 동국대(인도철학과)교수의 <탄허의 결사운동에 대한 새로운 조명>, 윤창화 민족사 대표의 <무자화두 십중병에 대한 고찰> 등의 주제발표와 정연수, 김상영, 고영섭, 김호귀 교수와 무관 스님의 논평을 통해 한암스님의 사상을 재조명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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