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재임설을 부인했다. 발표 시기와 내용이 참신하고 불교적이라는 칭찬을 받을만하다.
지관 스님은 14일 낮12시 총무원 출입기자단과 함께한 오찬자리에서 "한 번이라도 꽉 채운다면 오래하는 것입니다. (총무원장직을)한 번 더한다면 욕심이지요"라고 했다.
원장 스님은 지난 1월 13일 신년회견에서 33대 총무원장 선거에 재추대된다면 나서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임기가 아직 9개월여 남아 있는 상황에서 미리 입장을 밝히면 종단이 시끄러워진다"면서 "지금 선거 얘기는 너무 빠르다. 언젠가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즉답을 회피했다.
'언젠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으나 초파일 전후로 압축됐고, 보란 듯 14일 재임설을 일축했다.
지관 스님이 올해 초에 재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면 조기에 레임덕이 왔을 것이다. 종단 안팎으로 선거를 10개월여 앞두고 선거전에 몰입하는 과열양상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지관 스님이 초파일 직전에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33대 총무원장 선거 열기는 5월 중순 이후에야 예열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지난 5개월 동안 선거과열 현상은 없었다.
반대급부로 지관 스님은 자신의 공약을 비롯한 '별여 놓은 일'을 마무리하는데 집중할 수 있었다.
총무원장 스님의 재임설 부인과 관련한 발표 내용도 다소 세련된 면이 있었다.
다른 여하한 이유들을 뒤로 한 채 "내 나이가 이제 팔순이 다 돼가고 건강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끄집어냈다. 참으로 소박한 이유다. "나이가 조금 더 젊었으면 한 번 더할 욕심도 없지 않다"로 들리지 않고 "물러설 때 쯤은 알고 있다"는 뉘앙스다.
"한 번이라도 꽉 채운다면 오래하는 것입니다. 한 번 더한다면 욕심이지요"라는 첨언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현재 종단 안팎에서 출재가자를 가리지 않고 물러날 때를 '알음'하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 말은 더 와닿는다.
스님은 그러면서 "그간 벌여 놓은 일을 잘 마무리하는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공명 정대한 선거 문화가 정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마무리'를 잘하려면, 다른 업무들이야 차기 원장이 이어가면 되지만 '원장 선거'만큼은 '공명 정대'에 방점을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32대 총무원장 지관 스님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는 '역사'와 종도, 국민들의 몫이다. 물러설 때와 방법을 가르쳐 준 것만큼은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불교계로선 큰 수확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