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정에 일부 이사들이 개입한 것으로 밝혀져 불교내부의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외부의 힘을 빌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자격유효" 며칠만에 "해임하라"?
교과부는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장 영배 스님에 대해 대법원 실형 확정을 이유로 해임조치가 필요하다며 20일까지 결과를 문서로 보고할 것을 지난 2일 동국대에 통보했다.
교과부는 공문에서 "'09. 1. 30자 대법원에서 원심이 확정됨에 따라 사립학교법 제22조제1호에 따른 임원 결격사유에 해당되어 이사 해임 조치 필요"라고 명시했다.
교과부는 이어 "법인에서 시정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임원승인'을 취소할 수 있음을 알려드리오니 이점 유념하기 바란다"고 공문에 덧붙였다.
그러나 교과부는 공문에서 영배 스님의 실형선고와 상관이 없는 '신정아 사건'을 들먹인데다, 유권해석도 잘못됐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교과부는 공문을 통해 이사 해임 사유를 '신정아 사건과 관련하여 흥덕사에 특별교부세 10억 원을 지원해달라고 압력을 넣은 혐의'라고 적었다. 검찰과 법원, 대법원에서 조차 혐의 내용에 들어있지 않은 '신정아 사건'을 교과부가 명시한 것이다.
최근 영배 스님 문제로 교과부 고위간부와 통화한 한 국회의원은 "교과부 법무담당관실에서도 영배 스님의 이사 및 이사장 자격은 유효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교과부의 한 간부도 동국대 법인 관계자와 면담시 비슷한 답변을 했었다. 영배 스님의 지위가유효하므로 이사장 자격으로 이사회를 소집하거나 안건 상정 등을 할 수 있다는 취지다.
동국대가 자문을 의뢰한 법무법인을 비롯한 3명의 변호사도 이미 임원으로 승인된 상황에서 학교외적인 문제로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이유로 이사회에서 이사를 해임하거나 교과부에서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 판례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교과부가 동국대에 발송한 공문에서도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하겠다고 못박지 못하고 "취소 할 수 있음을..."이라고 적었다.
교과부 "이사들이 민원을 제기해 공문 보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교과부가 지난 2일 전격적으로 이사 해임 결의를 동국대이사회에 주문하는 공문을 보낸 것은 일부 이사들의 압력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과부 대학경영지원과 관계자는 <불교닷컴>과 전화통화에서 "이번 공문 발송은 동국대 이사 몇명이 연명을 해 영배 스님의 이사 해임을 동국대 이사회에서 조치할 것을 교과부에서 통보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한데 따른 것이다"고 밝혔다.
불교계 내부 문제를 외부의 힘을 빌어 해결하려한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2005년 11월 8일 교육부(교과부의 전신)에 동국대 종합감사를 요청한 적이 있다. 영배 스님의 이사 승인을 반대할 목적이었다.
지관스님 등 동일한 민원제기 '악순환'
당시 총무원장 지관 스님 명의의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 승인 보류 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에 따르면 "제214차 이사회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하였고, 2006년도 국정감사에서 동국대학교 제반 문제에 대하여 지적당하는 등 종단 내외에서 동국대학교의 정상적인 운영과 발전에 대한 우려가 지대하다...종합감사와 이사 승인을 보류하여 줄 것을 요청한다"고 명시했다. 폭력사태 등 학내 문제를 고스란히 교육부에 일러바치며 종합감사를 요청한 것이다.
지관 스님은 이어 당시 총무원을 예방한 김진표 교육부장관에게도 영배 스님의 이사 승인을 보류해 줄 것을 총무원장실에서 직접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 동국대 일부 이사와 지방 사찰 스님들도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영배 스님의 이사 승인을 보류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교육부 관계자는 <불교닷컴>과 통화에서 "(총무원장 명의의)공문 외에도 장윤 스님이 선임한 법무법인에서 소제기 증명원과 소송내용을 별도로 보내왔고, 지방 사찰 스님들이 연명으로 비슷한 내용의 투서를 보내왔다"며 "교육부에서 요청한 적은 없고, 이들이 자발적으로 보내온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영배 스님의 이사 승인을 보류했다. 결국 영배 스님은 행정소송에서 이겨 이사에 취임했다.
불교계 내부 치유 못하는가, 안하는가?
그러나 동국대 문제가 외부에 알려져 문제 대학으로 낙인찍혔고, 불교계의 신뢰에 먹칠을 하고 말았다. 이번에 일부 이사들이 학내 문제를 또다시 교과부에 민원을 제기함으로써 동일한 사례가 3년여 만에 재발된 것이다.
이사장직을 사임하겠다던 영배 스님을 둘러싼 강제해임 강행으로 촉발된 불교계 내부의 분열이 위험 수위에 달했다. 총무원장 선거까지 맞물리면서 이전투구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동국대 관계자는 "학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의지가 없는건지, 능력이 없는 건지 의심이 든다"고 푸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동국대나 불교계 내부 문제로 정부부처에 민원이나 투서가 제기되면 대부분 청와대에 보고된다"며 "이런 일들이 쌓여갈수록 청와대나 정부가 약점 삼아 불교계와 갖가지 협상들이 쉬워지고, 불교의 신뢰는 깍여간다"고 우려했다.
동국대 "교과부 유권해석 잘못, 철회 요청하겠다"
학교법인은 잘못된 유권해석이라며 교육부의 시정 요구를 철회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할 계획이다.
동국대 관계자는 "교과부가 법적 근거로 들고 있는 사립학교법 제22조는 임기 도중 유죄판결 등을 받는 경우 임원 해임이나 승인취소 사유에는 적용되지 않다"며 "대법원 판례도 있고, 학교문제가 아니라 사찰운영과 관련된 사건이므로 사립학교법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교과부의 이번 공문은 행정명령으로 오해돼 행정심판 등의 법적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교과부가 이사 해임 요구를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