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지낸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이 16일 향년 87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날 저녁 6시 12분 김 추기경이 반포동 강남성모병원에서 급성 호흡부전증으로 선종했다고 밝혔다.
김 추기경의 시신은 이날 밤 강남성모병원에서 명동성당으로 옮겨 안치됐다. 교구측은 '성직자를 위한 연도(위령기도)'을 열고 곧이어 위령미사를 드렸다.
김 추기경의 선종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명동성당에는 저녁 6시 15분쯤 이를 애도하는 33번의 종이 울렸다.
김 추기경의 장례는 닷새 일정으로 열리며 매일 명동성당에서 추모미사가 진행되고 오는 20일 저녁 10시에 명동성당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주관으로 장례식이 열리게 된다.
오는 22일에는 서울대교구 주관으로 서울 명동과 장지인 경기도 용인의 서울대교구 묘지에서 동시에 추도미사가 있을 예정이다.
남은 두 명에게 빛을 돌려주다
김 추기경은 사망직후인 저녁 7시 20분부터 약 5분 동안 안구적출수술을 받았으며, 적출된 안구는 두 명에게 기증될 예정이다.
천구교 서울대교구 허영엽 문화홍보국장은 이날 저녁 열린 기자회견에서 "1989년 세계성체대회에서 약속한 대로 김 추기경께서 두 사람에게 새로운 빛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추기경은 임종 직전까지도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주변 사랑들에게 '사랑'을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추기경은 이날 하루동안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별도의 유언을 남기진 않았지만, 사망 10분 전까지도 의식이 또렷했고 '고통스럽지 않냐'는 주변인들의 걱정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괜찮다'고 말해 주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선종하기 2-3일 전부터는 병실을 찾아오는 주변인들에게 '나는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살면서 늘 강조한대로 '사랑하라'는 말을 무척 많이하셨다고 교구측은 밝혔다.
민주주의·인권 위해 싸웠던‘시대의 목자’
김 추기경은 1922년 음력 윤5월 8일(양력 7월 2일) 대구 남산동 독실한 구교우 집안에서 5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대구 성 유스티노 신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온 김 추기경은 학교에서 '황국 신민으로서 그 소감을 쓰라'는 시험 문제에 "나는 황국 신민이 아님. 따라서 소감이 없음"이라고 썼다가 교장실에 불려가 크게 야단을 맞기도 했다.
김 추기경은 해방 이후인 1951년 9월 15일 대구 계산동성당에서 사제로 서품됐으며, 1969년 4월 28일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하여 47세의 젊은 나이에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그가 추기경으로 본격 활동한 70년대는 온 나라가 박정희 독재 정권의 서슬퍼런 칼날에 신음하던 시기였다.
김 추기경은 71년 예수성탄대축일 때 장기 집권의 길로 들어선 박정희 정권을 처음으로 공개 비판했고, 이듬해 8·3 긴급조치, 10월 유신 때도 시국성명을 발표했다. 74년 지학순 주교가 구속되고 76년 명동 3·1절 기도회 등으로 사제들이 잇따라 영어의 몸이 되자 성명과 강론을 통해 인권과 민주 회복을 강조했다.
김 추기경은 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모든 신자들에게 광주를 위한 특별기도를 요청했으며, 87년 6월 항쟁 때는 명동성당에 진입한 시위대를 연행하려던 정부에 단호하게 맞섰다.
각계 각층의 조문 잇따라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듣고, "이 나라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비마다 국가 원로로서 큰 역할을 해 오셨던 추기경님을 잃은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애도했다.
김 추기경의 선종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명동성당에는 각계 각층의 조문행렬이 잇따랐다.
한승수 국무총리 내외는 이날 곧바로 명동성당을 찾아, 김 추기경의 위령기도에 참석하는 등 밤 늦은 시각까지 성당을 지켰다.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도 밤 10시 30분쯤 명동성당을 찾아 위령미사에 참석했다. 유 장관은 “어른이 돌아가셔서 슬프고 안타깝기도 하다”며 “그 큰 어른의 마음을 받아서 더 좋은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며 짤막한 심경을 밝혔다.
권오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는 “김 추기경은 민주화와 인권운동을 하며 어려운 사람을 위해 살았다"면서 "무엇보다 개신교와 함께 교회일치운동을 함께 해 온 분이어서 더욱 안타깝다"고 밝혔다.
불교계도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과 진각종 통리원장 회정 정사 등이 애도문을 발표했다. 불교방송 이사장 영담 스님 등이 17일 오전 9시50분 조문했다.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오전10시 40분 조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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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식때 영롱한 사리 여러과가 꼭 나와야 하고,
여기에 임종당일까지 정정하다가 좌탈입망하면 금상첨환데,
보통 노인들처럼 오랫동안 노환으로 투병하다가
그럴듯한 임종게 하나 없이 가는 모습을 보고
우리 큰스님들과 큰스님들 시봉하는 스님들은 어떤 생각들을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