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점심공양을 한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관 스님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원장 재임문제에 대해 묘한 여운을 남긴 상태여서 이번 회동이 차기 원장 선거와 관련되지 않았냐는 추측이 견지동 일대에서 회자하고 있다.
청와대와 조계종 총무원 등에 따르면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20일 오전 11시40분께 총무원을 출발, 12시부터 1시간 30여분 동안 강윤구 사회정책수석비서관(청와대불자회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과 점심공양을 함께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상적인 만남이었고 연말연시를 맞아 예우 차원에서 초빙했다"면서도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총무원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지관 스님에게 지난해 종교편향 정국을 잘 마무리 해줬고,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과를 수용해줘서 고맙다는 등 덕담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불교계 내부에서는 총무원장 선거가 수면 위로 떠오른 민감한 시기에 대통령을 독대한 것은 차기 원장 선거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지관 스님이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10월로 예정된 33대 총무원장 선거에 재추대된다면 나서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임기가 아직 9개월여 남아 있는 상황에서 미리 입장을 밝히면 종단이 시끄러워진다"면서 "지금 선거 얘기는 너무 빠르다. 언젠가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기 때문이다.
재임할 의사가 없으면 기자회견장에서 단호한 입장 표명을 했어야 하나, "미리 입장을 밝히면 종단이 시끄러워진다"라고 말해 자칫 재임할 의사가 있는 뜻으로 해석될 소지를 다분히 남겼다. 동대이사장 진출에 대해서는 '빨간 거짓말'이라고 즉답한 것과는 대조적인 답변이었다.
실제 이날 청와대 회동 직후 '지관 스님이 활짝 웃는 얼굴로 나왔다'는 증언 등으로 미뤄볼 때 유쾌하거나 의미심장한 의견을 나눴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초청으로 이뤄진 이날 회동에 지관 스님은 이례적으로 사서실 스님만 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무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측 요청으로 회동했다면 부실장 스님들이 대동했을 텐데 청와대 요청이어서 원장 스님 한 분만 갔다"면서 "대통령 앞에서 차기 원장 문제를 거론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도 않고 원장 스님이 그럴 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총무원장 문제를 청와대에서 상의할 리는 없고,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을 비롯한 불교계 지원문제는 언급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청와대와 총무원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신년기자회견에서의 발언, 대통령과 만나지 않겠다던 한 시사주간지 보도와 달리 이례적인 회동, 단독 면담, 시기적으로 9개월 가량 원장 선거를 앞둔 시점 등과 맞물리면서 추측은 꼬리를 물고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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