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불교계가 정초부터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스님들간에 주지자리를 두고 칼부림을 해 소고하는가하면 재가불자들은 서로 정체성을 폄하하며 별도 단체를 설립하는 등 알력 다툼을 벌이고 있다.
13일 부산 불교계와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범어사 말사 선암사 주지직이 오랫동안 공석이 되자 서로 주지를 하겠다며 감정싸움을 벌이다 결국 칼부림으로 변질됐다고 한다.
그동안 원범 스님의 주지 임기가 끝난 뒤 공석상태인 주지직을 차지하기 위해 스님들간 알력다툼이 심했다. 범어사는 혜웅 스님을 재산관리인으로 임명했으나 후임 주지 인선에 실패, 13일 현재 20여일간 주지가 없는 상태다. 재산관리인이라고는 하나 문중 내부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선암사는 사실상 5개월 가량 '무주공산'이었던 셈이다.
사찰을 관리하고 인사 행정 등을 책임진 교구본사인 범어사와 총무원의 방기가 사태를 악화하는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범어사는 차기 선암사 주지의 조건으로 기존 채무를 책임질 것과 양정과 안락타운을 범어사로 넘길 것으로 제시했다. 말사 삼보를 이용해 본사의 재정을 충당하려는 잘못된 사찰경영방식이 화를 키웠다는게 부산 불교계의 판단이다.
여기에다 선암사 경내지 일부 토지를 수용하려는 건설업체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최소 100억원 대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스님들간에 칼부림까지 불러일으킨 요인이다. 급기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스님이 부산진경찰서에 고소, 불교계가 망신을 톡톡히 사고 있다.
재가불자들은 최근 '부산시불교연합신도회'라는 단체 설립을 계기로 분열하고 있다.
부산시불교연합신도회(회장 설동근)는 지난해 11월 창립총회에 이어 지난 5일 부산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기념법회와 부산 불교계 신년하례회를 봉행했다.
부산시불교연합회(회장 정여 스님) 관련 사찰 및 신행단체의 신도회로 구성된 연합신도회는 '확실한 교권 수호의 역량을 다지는 대한민국 불교 지킴이로서 부산 불교'를 창립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 이윤희 범어사신도회장 등 지역 불교계 주요 인사 30여 명이 임원단으로 구성됐다.
창립총회에서 초대회장에 부산불교지도자포럼 회장인 설동근 부산시교육감이 추대됐으며 수석부회장에 박수관 맑고향기롭게 부산본부장, 이윤희 범어사 신도회장, 김석조 삼광사 신도회장, 상임부회장에 박순곤 부산불교방송사 사장 등이 위촉됐다.
이들은 창립취지문에서 '재가불자 단체가 없음을 안타까이 여겨왔던 가운데 …스님들께서 부산지역 재가 200만 불자를 대표할 수 있는 단체 창립에 뜻을 모아왔다'며 41년 동안 유지해왔던 부산시불교신도회(회장 공병수)를 부정했다.
부산의 한 불교계 인사는 "새로운 단체가 만들어지지 않고 기존 단체와 통합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면서도 "기존의 부산시불교신도회의 핵심 멤버인 이모씨 등이 신도회를 개인단체 형태로 운영하면서 부산 불교지도자들이 떠나게 만든 게 화근이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스님들의 주지다툼에 이어 재가단체들의 알력다툼으로 '부처님이 돌아앉을 판'이라는게 부산 불교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