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삽질’ 국민 뜻은 안중에 없는 행동
옹색하기 짝이 없는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뒷걸음질
똑똑한 국민을 통치의 기반으로 삼으십시오
부디 열린 마음으로 국민과 소통하십시오
그 반대라면 파국적 저항을 부를 것입니다"
불교환경연대를 이끌며 몸소 생명평화를 실천하고 있는 화계사 주지 수경 스님이 이명박 정부의 실책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 글로 새해 아침을 열었다.
스님은 한겨레 1일자 "대통령 혼자 '국론'에서 이탈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먼저 신라 경덕왕 24년(765년) 충담 스님의 안민가를 인용하며 '역할론'을 강조했다.
스님은 "천년이 훨씬 지난 지금 들어도 사무치는 구절,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라는 대목에서 왜 이리 가슴이 저리는지요"라며 "온갖 위기가 난무하는 현시국과 참 많이도 닮았습니다. 새해를 맞는 이 아침에도 따듯한 밥상을 마주하지 못했을 이웃을 생각지 않을 수 없습니다"고 했다.
수경 스님은 "그런데 대통령·관료·국회의원·종교인·언론인·지식인 …, 소위 기득권층이라 할 이들은 과연 ‘답게’ 살고 있는지요? 이런 물음 앞에서 우리는 ‘아니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습니다"며 "여당 대표가 ‘전쟁터’라고 일컬은, 언필칭 ‘엠비 법안’ 통과를 강행하려는 국회의 모습만으로도 현실은 충분히 서글픕니다"고 했다.
스님은 경제위기를 비롯한 우환의 원인이 '돈타령'에서 비롯됐다는 근원적이고 현실적인 성찰을 게을리한 탓이라고 진단했다.
스님은 이어 절차적 민주주의 마저도 뒷걸음질치고 있다며 정부 여당의 태도를 '아이들 병정놀이'만도 못하다고 평가했다.
현 상황에 대해 대안을 제시해야 할 시민단체들의 문제점도 스님은 준엄하게 꾸짖었다. 스님은 "과연 시민단체는 자신의 자리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요. 최근 ‘환경운동연합’의 과오가 그 답이라면 너무 냉정한 평가일까요"라고 되물었다.
논객들로 대변되는 지식인들이 국론분열의 근원을 대통령으로 지목하지만 스님은 관점을 달리해 "대통령 혼자 국론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라며 법치는 순종과 맹종의 강요요, 4대강 살리기로 포장하여 대운하를 강행하고, 정녕 국민 뜻은 안중에 없는 듯한 행동들이 "국론 이탈"이라고 꼬집었다.
스님은 "불교에서는 번뇌조차 깨달음의 씨앗으로 여깁니다"며 "새해에는 소욕지족의 삶으로 모두 '행복'해지기를 꿈꾸어 봅니다. 소처럼 순한 눈망울로 서로 바라보면서 뚜벅뚜벅 걸어가십시다"라고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