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는 새로 부임하신 모리 메케니스 총장님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고, 예일대 한국불교학 발전을 위한 기부 전달식을 진행했습니다. 아울러, 앞으로 예일대학교와 동국대학교 간의 활발한 학술 교류를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은 데 대하여, 개인적으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예일대 학생 여러분, 다시 한번 반갑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명석하다는 예일대 학생 여러분을 만나게 되니, 저도 가슴이 벅차면서 전생에 혹시 나도 착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그래서 여러분을 만나는 좋은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학생들 웃음)
짧은 시간에 제 생각을 모두 전달할 수는 없겠지만, 혹시 제가 전달하는데 좀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똑똑하신 여러분은 분명 제가 하나를 말하면 열 개를 알아들을 것으로 믿습니다.
저는 너무나 친절하고 자세히 설명하는 버릇이 있어서, 그러다 보면 정작 제가 전달할 주제와 내용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죠. 그래서 오늘은 그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이 폰에 목차를 적어 왔습니다. 제가 좀 컨닝을 하더라도 제가 덜 똑똑해서 그런다고 오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웃음)
저는 수행자입니다. 수행자는 괴로움이 없는 길을 찾아가는 납자입니다. 저는 수행자로서 나를 비롯하여 모든 사람이 괴로움 없기를 정말 정말 간절히 바랍니다. 만약 여기 있는 학생들 중에 괴로움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괴로움을 없앨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제가 아는 수행방법을 전하고자 한다.
모든 인간은 행복하길 원합니다. 그러나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행복만 홀로 존재할 수는 없죠. 행복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적당한 불행은 오히려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죠. 물론 과한 불행은 참으로 고통스럽습니다. 마찬가지로 지나친 행복도 불안하죠.
저는 삶의 방법에 있어서,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가지고 사는 것보다, 이 둘을 모두 떠난 평안함을 선택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평안하죠. 지금도 그렇습니다. 안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죽음을 비롯한 그 어떤 경우에도 두렵지 않습니다. 모든 것에서 평안하고 자유롭죠.
저의 수행 방법은 행복도, 즐거움도, 기쁨도, 만족도, 추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불행도, 괴로움도, 슬픔도, 불만족도 없습니다. 다만 평안할 뿐입니다.
왜 그렇냐구요? 지금 바로 이 순간, 이 순간, 찰나 찰나, 지나간 시간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죠. 과거는 이미 지나갔죠. 미래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얼마든지 생각은 하지만, 좋고 싫은 마음 감정과 생각을 완전리 분리합니다. 마음과 감정을 내려놓고 방하착합니다. 과거와 미래에 좋고 싫은 두 감정을 얹지 않고, 순간순간 방하착합니다. 점들이 점,점,점, 계속 이어지게 되면 끊어지지 않는 선이 되듯이, 평안은 끊기지 않죠.
마음 가정의 전후 좌우를 모두 놓아버립니다. 찰나찰나 방하착하면 그대로 평안이 된다. 이 평안함을 중도라고 합니다. 나머지는 시간과 공간, 모든 현상이 서로서로 연결되어, 조건이 지어지게 되는 것이므로, 내가 굳이 간섭할 필요가 없죠. 나의 좋고 싫은 마음 감정이 끼어 드는 순간, 세상 모든 것은 갈라지게 되죠. 대신 연기를 믿고 인과에 맡기죠.
옳고 그름의 시비와, 좋고 싫음의 두 인과를 놓아 버리면, 그 즉시 평안해 지게 되고, 평안한 가운데 내가 무엇을 어떻게 행동할 할것인지에 대한 지혜가 나오죠.
만약 잘못되었다해도 그대로 방하착하면 되죠. 그 즉시 바로 잘못은 없게 되죠. 잘되고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의한 좋고 싫은 마음 감정마져 놓아버리니까요.
더구나 현상이란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물거품 같은 것이기 때문에, 별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나의 마음 감정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죠. 그것이 무엇이 되었던 절대 좋고 싫음에 집착하지 않죠.
저도 가끔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경우를 자주 경험했습니다.
오래전에 절에서 석축을 쌓다가 손가락을 다친 적이 있습니다. 무거운 돌을 들어서 놓다가 제 손톱이 빠지고 손마디가 으스러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만난 젊은 의사가 제 부상을 보고 별거 아닌것처럼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스님이시니까 이 정도는 쉽게 참을 수 있죠?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주아주 느릿느릿 치료 도구를 챙기며, 계속 웃고 이야기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기절할 정도로 아픈데 말이죠. 정말 아팠거든요. 하물며 그는 군대에서 군종병으로 복무했다며 반야심경을 큰소리로 독송하기 시작했습니다. 불경을 외우는 중이라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아픔을 참고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체면상 화를 낼 수도 없고 마음 속으로 분노가 끓어올랐습니다.
그때, 아차, 제가 느끼는 극심한 고통, 의사에 대한 원망, 그리고 올라오는 분노, 이 모두가 제게 있다는 것을 그제야 떠올랐습니다. 제 분노가 의사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 때문이기 이전에, 제 내면에 이미 존재하던 분노와 원망이 오히려 근본 원인이라는 것을 그때야 생각이 났던 것입니다.
평소에는 늘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지만, 극심한 고통 속에서 순간적으로 이 생각을 잃어버렸던 것이죠. 이러한 고통과 부정적 감정이 나에게 없다면, 타인이 무엇을 하든 화를 낼 이유가 없는 것이겠지요.
근본 원인은 내 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고통스러운 것은, 결국 좋고 싫은 인과를 내가 만든 것이니까요. 내가 짓고 내가 받는다는 생각으로 즉시 전환하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는 놓음, 방하착, 이를 다시 깨닫는 순간 저는 바로 선정에 들었습니다.
눈,귀,코,입, 몸과 정신은 또렷하면서도 한없이 평안해 졌습니다. 손가락의 통증은 느끼면서도 마음은 평안했습니다. 기분이 좋거나 나쁜 것과는 전혀 다른 평안함입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경험은, 선방에서 좌선 수행을 하던 때입니다. 고요히 앉아 있으면 심하게 잠이 올 때가 있습니다. 선방에서는 잠깐이라도 졸거나, 고개만 살짝 갸우뚱해도 입승스님에게 어깨에 죽비를 맞습니다. 저는 몇번 죽비를 맞은 다음, 기가 막힌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꼿꼿이 앉아서 몸을 좌우로 몇번 흔들다가, 땅에 말뚝을 박듯이 몸을 방바닥에 그대로 묻습니다.
의식적으로 강하게 힘을 주지 않는 이상, 그때부터는 절대 움직이지 않죠. 숙면을 취해도 전혀 표시가 나지 않습니다. 그리곤 정말 개운하게 자고 일어납니다. 제가 앉아서 멋지게 자는 기술입니다. 미동도 하지 않고 거기에 눈을 살짝 뜨고 있으면 , 입승스님에게 절대 들키지 않죠. 오히려 좌선 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감쪽 같이 잘 수가 있습니다.
방선을 하는 죽비소리에 깨고 나면 너무나 개운하기 그지 없습니다. 나중에는 방선 죽비 소리가 나기 5분 전에 미리 깨는 기술까지 개발하였습니다.
그러나 오해는 마십시오.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는 늘 화두를 잡고 방하착 선정을 잘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심하게 잠이 오거나 장난기가 살짝 동할 때 그렇게 했다는 겁니다.
학생 여러분도 강의를 들을 때 제가 개발한 멋지게 자는 방법을 사용해 보십시오. 교수님들이 정말 수업을 잘 듣는구나 하고 생각할 겁니다. 농담이었습니다!
선정은 이렇듯 마음을 평안하게 만들어 줍니다. 굳이 앉아서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 연습할 때 그렇게 하시고, 익숙하게 수행이 무르 익으면, 행주좌와어묵동정 언제 어느곳, 어떤 상황에서도 선정을 통해 마음을 평안하게 할 수 있습니다. 잡념이 없이 마음을 평안히 할 때 최고의 능률이 나오게 되죠.
여러분, 야구 좋아하십니까? 투수나 타자가 욕심을 내려놓고 최선만 다한다면, 훈련한 만큼의 100% 실력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오늘부터 여러분도 저를 따라서 방하착 수행을 한다면, 최고의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저의 이 두 경험은 '방하착'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게 해주는 사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방하착'은 말 그대로 '내려놓음'을 의미합니다. 첫 번째 경험에서 분노와 고통을 내려놓게 되었고, 두 번째 경험에서는 졸음과의 싸움을 내려놓았습니다. 굳이 싸울 필요없이 내려 놓으면 되니까요.
이는 불교의 근본 가르침인 연기법, 그리고 인과법과 직접적으로 연관됩니다. 연기법은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기고, 이것을 없앰으로 저것도 사라진다"는 인과적 원리입니다. 이는 모든 현상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상호 의존적으로 나타나게 되므로 굳이 시비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좋고 싫은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으니, 이 둘 모두를 내려 놓으면 괴로움을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의사의 행동이 있었기에 제 분노가 일어났고, 제 내면의 분노가 들어 있었기에 상황을 부정적으로 해석하여, 기분이 안 좋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제가 분노를 내려놓는 즉시, 상황에 대한 인식도 변했고, 고통의 강도도 줄어들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연기법과 인과법의 실제적인 작용입니다. '방하착'을 실천한다는 것은, 이 연기 작용에 대해 잘못 대하는, 나의 부적절한 마음 감정의 고리를 끊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내려놓았을 때, 그것에 연결된 다른 부정적인 요소들도 함께 사라집니다.
예를 들어, 분노를 내려놓으면 원망, 복수심, 심지어 육체적 긴장까지도 함께 줄어들게 됩니다. 마음이 평안하면, 우리의 행동과 말과 생각은 자연스럽게 순수하고 자비롭게 됩니다. 좋다 싫다 두 분별을 내려 놓으면 업과 윤회도 사라집니다. 이 내려놓음은 평안과 평화로 이어집니다. 모든 일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보살의 자비 행동으로 어어지게 합니다.
'방하착'은 단순히 명상을 위한 수행이 아닙니다. 이는 삶의 방식이며, 연기법과 인과법을 실천하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입니다. 끊임없이 내려놓음으로써, 우리는 스스로 만든 짐으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우리의 집착, 판단, 두려움을 놓아버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현재의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바로 여기 이 순간, 순간순간 찰나찰나, 방하착하는 것입니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히지 말고, 바로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여 좋고 싫은 분별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자유와 평화로 가는 길입니다.
이제 제가 일상 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선명상의 방법을 몇가지 제시해 드리겠습니다.
1. '5초 우선멈춤 선명상' 입니다.
마음 감정이 요동칠 때 무리한 행동을 멈추는 명상입니다.
2. '5분 무시로 선명상'
하루 5분씩이라도 매일 하게 되면, 익숙하게 되고 또 자주 할 수 있게 됩니다.
5분의 점이 점점 연결되어 하루 24시간이 선이 되며서 늘 평안해 집니다.
3. '지나가리라~ 쉘패스 선명상'
고통과 괴로움도 금방 지나간다는 생각으로, 마음 감정을 즉시 가라앉히는 명상입니다.
4. '방하착, 놓음 선명상'
조금 있다가 실참을 하겠습니다만,
화두 선명상으로, 지나친 감정과 생각을 모두 내려놓고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명상입니다.
5. '그림자 선명상'
현상은 나의 그림자여서 현실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고, 모든 것은 나에게서 나온다는 일체유심조, 즉 세상은 내가 지배한다는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명상입니다.
6. '고락사 삼수야 가라 선명상'
지나친 쾌락이나 고통에 휘둘릴 때, 즐거움과 괴로움, 즐거움도 괴로움 아닌 이 세가지 삼수의 마음 감정을 모두 물리치는 명상입니다.
7. '바로 지금 이순간(Right now at this momet) 선명상'
방하착, 놓음의 방법입니다.
점이 연결되면 선이 되듯이, 순간순간 찰나찰나의 점을 놓고 또 놓아서, 평안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명상
<이제 이 원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5분간의 간단한 선명상을 함께 해보겠습니다.
5분 방하착 - 침묵 명상 스크립트
편안한 자세로 앉아주세요. 허리는 자연스럽게 곧게 펴고, 어깨의 힘을 빼세요. 턱은 살짝 당겨 주시고, 손은 무릎 위에 가볍게 올려놓으세요. 눈은 부드럽게 감거나 자연스럽게 떠도 좋습니다. 지금부터 생각과 감정을 모두 그치십시오.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을 모두 흘려 보내세요.
지금 바로 이순간, 찰나찰나의 생각과 감정을 놓고 놓고 또 놓으세요. 오로지 무자 화두 하나에만 집중하세요. 무(소리음 그대로) 하나에만 집중하세요. 무 무 무 무 무 .......
죽비를 치는 순간 바로 지금 이 순간 놓습니다.
죽비 3타.
............ (5분)
방선 죽비 3타.
이제 눈을 뜨세요. 그리고 몸을 전후좌우로 조금씩 움직여주면서 자유롭게 하세요. 이 짧은 명상을 통해 우리는 화두 하나를 들고 '방하착'을 실천해보았습니다. 이 경험을 일상생활에서도 활용해보시기 바랍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잠시 멈추고 화두 하나에 집중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흘려보내는 연습을 해보세요.
여러분, 어떠셨습니까? 방하착의 순간을 통해 평안을 경험하셨기를 바랍니다. 선명상은 종교적 수행만이 아닙니다. 종교가 있건 없건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언제 어디에 있거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수행입니다. 선명상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와 마음의 습관이 됩니다.
저는 오늘 오전에 유엔에 방문하여 '세계 명상의 날' 제정을 요청하는 제안서를 제출하였습니다. 내일은 마음챙김 명상의 선구자이신 존 카밧진 교수님을 만나 불이중도적 마음챙김의 가치와 확산에 대한 대담을 가질 예정입니다. 나아가 한국을 포함한 지구촌 시민들이 하루 5분 선명상 수행을 할 것을 권유하는 캠페인을 시작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동참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오시면 많은 전통사찰에서 선명상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자신만의 선명상 여정을 통해 내면의 평안과 평화, 지혜를 발견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다시 한 번, 모리 메케니스 총장님을 비롯한 학교 모든 분들의 따뜻한 환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학생 여러분, 모두 항상 건강하시고, 매일매일 불편함과 괴로움이 없는 평안한 삶을 살아가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