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 태원 스님 "대중과 화합 강조했던 자승 스님 말씀 기억"
청담 스님 석상(존상)을 두고 벌어진 은사(스승)와 상좌(제자)의 진실게임이 상좌인 태원 스님(도선사 주지)의 패륜 의혹으로 번졌다. 동광 스님은 상좌의 여러 의혹을 폭로하며 사제지간 인연을 끊기로 결심했다고 알렸다. 태원 스님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스님은 측근을 통해 전했던 해명도 “없던 것으로 하라”며 말을 거뒀다.
도선사 회주 동광 스님은 10일 교계 언론 매체를 통해 '도선사 주지 태원 스님과의 이연(離緣)을 고려하게 된 입장문'을 발표했다.
동광 스님은 "나는 문중 어른으로서 갈등을 외부에 드러내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해 참아왔다. 조계종 법계위원을 역임하고 도선사 회주로 있는 나는 상좌의 인성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점, 모든 일에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사부대중께 참회한다"고 했다.
스님은 “은사 청담대종사 존상 훼손, 허위 사실 유포, 출가 절차의 문제, 종단법에 의한 불경죄 등 여러 사안이 중첩돼 태원 스님과의 이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협의 없었다”에 사진 공개, “허위” 주장에 또 사진
은사 상좌간 갈등이 불거진 ‘청담 스님 존상’ 이전 문제는 사전에 존상 이전을 어른스님들과 협의 했느냐 안했느냐가 관건이다. 도선사 어른인 동광 스님을 비롯해 혜자 광복 스님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반면에, 태원 스님은 “사전에 말씀드렸다”고 했다.
어른스님들이 기자간담회까지 자처하면서 동상 이전 시비를 확대시키자 태원 스님은 도선사 종무실을 통해 처음에는 회의 과정 등을 정리한 해명자료를, 이후에는 어른스님들이 촬영된 현장사진을 공개했다. 어른스님들은 “존상 이전이 아닌 (사리탑 해체 작업 때 찍은) 허위자료”라고 대응했고, 태원 스님 측은 “동상 이전 사진이 맞다”며 사진을 추가 공개했다.
태원스님은 청담대종사의 직계 상좌이자 도선사 회주인 나를 비롯해 직계 상좌들과 상의 없이, 존상을 새로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일방적으로 청담대종사 존상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훼손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태원스님은 이에 대해 사과나 참회는커녕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존상 조성과 관련하여 직계 상좌들과 상의했다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사숙님을 경찰에 고발하는 등 승가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을 저질렀습니다.
청담대종사의 직계 상좌로서, 은사스님께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제자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이연이라는 극약처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한, 태원스님은 근현대문화재로 등록을 앞두고 있는 노스님의 존상을 훼손하고, 직계 상좌들과 재가제자들을 기만하며 전혀 참회나 반성 없이 막말을 일삼고 있어 법상좌의 인연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동광 스님 입장문 가운데)
서울 대형사찰 주지의 출가 전 학폭 의혹
주거니 받거니 했던 진실게임은 동광 스님의 입장문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스님이 알린 의혹은 충격이다.
출가 전 태원 스님의 학폭 의혹이 사실일 경우 출가자·소임자 자격 검증 문제가 불거져 조계종 승려의 공신력을 실추시킬 것은 자명하다. 태원 스님은 사회의 검찰총장에 해당하는 총무원 호법부장을 역임하고 공찰인 도선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다.
나는 태원스님의 과거 행적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법상좌가 된 이후에는 그가 수행자로서 바른 길을 가기를 바라며 적극적으로 후원해 왔습니다. 그러나 청담대종사 존상 훼손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후, 태원스님의 청담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대한 여러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당시 태원스님은 학폭 가해 학생이었고 퇴학에서 복학까지의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입니다.
제보에 따르면, 태원스님(속명 이재광)은 고등학교 2학년 당시 학폭사건 이후 복학하여 1년 늦게 졸업했지만, 복학 과정에서 학교 교사들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복학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접하고 나는, 전과가 있는 자는 조계종 출가가 불가능한데 어떻게 혜성스님의 제자가 되었는지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당시 태원스님을 지도했던 선생님은 “혜성스님은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으면 조계종 출가 자격이 없다는 점을 알고, 태원스님을 복학시켜 졸업을 도왔으나, 그가 청담대종사 존상을 훼손한 것은 출가 수행자로서의 자격을 망각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동광 스님의 입장문 가운데)
“치매” 학대에 “병원 검사 받았다”는 노스님
동광 스님이 불경죄라 주장하는 부분도 사실이라면 가볍지 않다. 동광 스님은 “승가의 전통은 대중이 아프거나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서로 돕고 보살피는 것이지만, 태원 스님은 오히려 나를 치매 환자로 몰아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 이는 종단법에 따른 불경죄”라고 했다.
위계와 좌차를 중시하는 승가에서 상좌가 은사를 학대했다는 내용은 당사자인 노스님이 말하지 않았다면 의심하기도 힘든 주장이다. 충격을 받은 동광 스님이 병원을 찾아 치매 검사를 했고 ‘아무 이상이 없다’는 설명은 의구심을 더한다. 동광 스님 측은 “태원 스님이 은사에게 막말하는 등 불경을 저지른 것을 목격한 증인이 한둘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태원스님은 도선사 주지 소임을 맡기 전까지는 나의 경제적 후원으로 중앙종회의원과 호법부장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했으며, 직계 상좌들과 청담고등학교에 인연을 맺은 선생님들, 학우들에게도 예의를 다했습니다. 그러나 도선사 주지 소임을 맡자마자 모든 인연을 끊고, 나와 사숙님들에게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대했습니다.
특히 태원스님은 나의 거처를 찾아와 막말을 하거나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으며, 이는 정서적 노인학대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언행은 사회적으로도 언어폭력에 의한 범죄 행위에 해당하며, 나는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약을 복용할 정도였습니다. 이 사실을 사형 사제들과 조카 상좌들에게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월, 도선사 문중의 직계 제자 보인스님이 입적하였습니다. 그때 직계 상좌들과 손상좌들은 문상을 다녀왔고, 다비식에서 태원스님이 자신의 은사에 대해 “동광스님은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나는 상좌가 아니다. 동광스님은 치매가 중증이니 구들장 파서 양로원에 처박아야 한다.”라는 막말을 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으며, 원자력병원에서 치매 검사를 받은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동광 스님의 입장문 가운데)
원로·중진 갈라선 도선사, 누구 위한 불사인가
태원 스님은 동광 스님 입장문 관련해 중양절(11일) 행사 후 측근을 통해 <불교닷컴>에 해명과 사실관계를 설명했지만 곧 말을 거뒀다. 스님이 “없던 것으로 하자”던 중양절 측근의 해명보다 앞선 전언은 “전과가 있다면 조계종으로 출가할 수 있었겠나” “전과를 조회해보면 (진위를) 알 수 있을 일”이라는 내용이었다.
동광 스님 등 도선사 어른스님들과 주지 태원 스님과의 갈등에 도선사 스님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 스님들이 어른스님들을 예우해서 말을 아끼는 것인지, 주지스님의 권력에 눌려 방관자를 자처하는지는 알 수 없다.
청담대종사 손상좌회장 도호 스님(호국지장사 주지)의 행보가 눈길을 끄는 이유이다.
도호 스님은 지난달 11일 ‘청담대종사 손상좌 합동 다례재’에서 태원 스님 편에서 어른스님들에게 핀잔을 줬다. 도호 스님은 “대작불사가 원만히 성취될 수 있도록 문중 전체가 큰마음을 함께 모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문중 몇몇 어른스님이 공개적으로 문중의 화합을 저해하는 모습이 공공연하게 이뤄져서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했다.
이 ‘대작불사’는 청담 스님 선양을 위한 '사리탑 주변 정비 불사 계획'이다. 이는 서울시와 강북구청 도선사가 각각 일부를 부담하는 총 30억원 규모의 불사이다.
‘돌아가신 큰스님’(청담 스님) 잘 모시자는 불사를 하면서 ‘살아계신 노스님’(동광 혜자 광복 스님)조차 납득 시키지 못하고 불편케 한 현실을 한탄하는 한숨도 들린다.
도호 스님의 발언이 있던 자리에서 태원 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승 스님께서 저희를 모아놓고 항상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너희도 언젠가 본사 주지가 되고 큰절 주지가 될 텐데 아무리 너희가 베풀고 포용하더라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항상 부족함이 많을 것이다. 처음 생각했던 그 마음 흔들리지 말고 대중과 화합해서 살라'고...”
*도선사 주지 태원 스님의 해명 반론 등 의견을 기다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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