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정기관 위원, 총무원 집행부, 본말사주지는 종무원법에서 정한 교역직 종무원으로 공정한 종무집행의 의무를 지니고 있으나 특정계파에 가입, 선거중립은커녕 관권선거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조계종 중앙종회 내 최대계파인 화엄회(회장 도공)는 지난 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회장에 도공 스님을 추대하는 등 조직을 재정비했다. 내년 총무원장 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종단 안팎의 시선이 쏠렸다.
화엄회가 이날 발표한 조직도에 따르면 총무부장 원학, 재무부장 정념, 호법부장 정만, 사서실장 심경 스님 등 총무원 집행부 4명이 자문위원이다.
용주사 주지 정호·불국사 주지 성타·마곡사 주지 법용·화엄사 주지 종삼·봉선사 주지 인묵·관음사 주지 원종·은해사 주지 돈관 스님 등이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신흥사 주지 오현 스님을 지도위원으로 임명하는 등 교구본사 주지 8명이 포함돼 있다. 운영위원에도 교역직 종무원이 포함돼 있다.
종정기관 위원들도 다수 화엄회 조직에 참여하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졌다. 초심호계원장 종열 스님은 자문위원에, 초심호계위원 정념(재무부장)스님과 재심호계위원인 성타(불국사) 스님도 자문위원이다.
법규위원인 정호 스님은 고문, 성천 스님도 자문위원이다. 운영위원에 소속된 성직 혜오 보인 덕문 스님 등은 종립학교관리위원이다.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앙선관위원 심경 스님(전 중앙선관위원장)도 화엄회 자문위원이다.
물론 종회의원이 특정 계파 소임을 맡는 것조차 문제삼기에는 조계종의 현 시스템상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도 있다. 특정계파 종회의원의 종정기관 진입을 제한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세속의 특정 정당 국회의원이 대통령직속 내지는 법에서 정한 위원회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 원할한 활동을 장려하고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밖에도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교역직 종무원이 겸직하거나 특정 계파에 몸담은 스님들을 선출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 32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146차 중앙선관위 회의에서 기호1,2번 후보 등이 자격이 없다고 결정했으나 법에도 없는 임시위원장을 뽑아 급조한 147차 회의에서 146차 결정을 번복, 32대 총무원장으로 현 지관 스님을 탄생케한 사례도 있다. 지관 스님은 결국 멸빈된 중원 스님으로부터 선거무효소송을 당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중앙선관위원회가 정치적 중립을 무시했기 때문에 벌어진 사태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에는 사서실장인 심경 스님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9명의 선관위원 가운데 5명 가량은 화엄회 계열로 분류된다. 위원장 선출과정에서 화엄회 계열이 아닌 현 위원장 진기 스님에게 표를 준 것으로 알려진 한 비구니 스님이 외부의 압력으로 사표를 냈고 후임에 친화엄회 계열인사를 천거했다는 소문도 견지동 일대에서 나돌고 있다.
결국 화엄회는 최소 8명의 본사 주지외에도 총무원 집행부의 핵심라인인 총무, 재무, 호법부장, 사서실장 등을 친화엄회 인맥으로 구축한 셈이다. 종정기관 위원들에다 중앙선관위원 과반수 이상도 확보하는 등 세속의 정치권도 하지 않는 일들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내년 총무원장 선거에서 관권개입을 우려하는 이유다.
조계종이 최근 들어 원융화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가 공정하지 못한 선거의 후유증때문이다. 종교편향 정국 이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 내년 총무원장 선거에는 관권선거 외에도 금품수수 등의 고질병이 도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관권선거에 휘말려 향후 4년 내내 시달리느니 지금부터라도 관권선거 시비에 휘말릴 단초들을 차단하는 것이 해법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