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사 "문중 의견 수렴, 불사계획 따라 해체, 부식된 부위 파손 유감"
1976년 조성해 도선사에 모셨던 청담 스님(1902~1971)의 석상을 두고 문도 어른스님과 일부 신도가 주지스님을 탓하고 있다. 이들은 주지스님이 말 없이 큰스님 석상을 옮겼고, 파손까지 했으니 참담하다고 했다.
도선사는 "석상 이운은 사리탑 주변 불사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문도 의견을 수렴해 진행했다. 석상은 지반 침하, 부식 등으로 해체가 불가피 했고, 훼손은 부식이 심했던 부위가 일부 파손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어른스님들은 주지스님에 대한 원망을 거두지 않고 있다. "석상 해체 계획은 들은 바 없고, 멀쩡하던 석상을 일부러 훼손했으니 주지가 참회하고 책임져야 한다"는게 어른스님들 요구다.
청담 스님 석상이 훼손된 부위는 세 곳, 스님의 우측 귀와 주장자, 받침대 부분이다. 청담 스님의 주장자는 왜 부러졌을까?
청담 스님의 직계제자인 혜자·광복·동광 스님은 4일 서울 관훈동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지 태원 스님을 성토했다. 앞서 스님들은 불교계 매체 2곳에 광고 형식으로 이를 먼저 알렸다.
세 스님들 모두 도선사 주지와 조계종 주요 소임을 두루 역임하고 회주 한주로 지내는 원로들이다. 특히, 동광 스님은 주지 태원 스님의 은사이다.
혜자 스님은 "청담 대종사 존상(석상)은 조성 당시의 불심과 성원이 배어 있을 뿐 아니라 오랜 세월을 지내며 문화재적 가치까지 더해져 있었다"고 했다.
광복 스님은 "주지 태원 스님이 청담 대종사의 존상 재건립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나 문중과 상의없이 존상을 철거해 지방으로 옮기면서 훼손됐으니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서 "태원 스님은 '존상이 낡고 훼손돼 다시 조성해야 한다고 직계제자 스님들에게 상의했다'고 한다. 사리탑 주변 성역화 설명은 있었지만 석상 철거와 새로운 조성 계획은 없었다. 석상을 새로 조성하겠다고 했다면 직계제자들은 모두 반대했을 것"이라고 했다.
동광 스님은 "대종사의 존상을 손자상좌들이 함부로 옮기고 훼손한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 눈물이 난다"고 했다.
어른스님들이 지적하는 주지 태원 스님의 잘못은 ①새 존상 조성에 대한 공론 부재 ②문도회 의견수렴과 전문가 자문 결여 ③일방적인 석상 이운 ⓸이운 과정에서 존상 훼손 ⑤직계제자와 손상좌 갈등 조장 등 5가지이다.
그러면서 "존상을 옮겨야 했다면 직계제자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고 직계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옮겼어야 했다. 주지는 존상의 임의 이전과 훼손에 대한 일련의 사태에 발로 참회하고 책임지는 행보를 하라"고 했다.
신도회장을 지낸 이여의주 보살과 청담 스님의 속가 제자 이근우 전 교장(청담중고교), 우경배 전 상무이사(청담중고교) 등 신도 20여 명도 어른스님들의 뜻에 말을 보탰다. 신도들은 "멀쩡했던 존상을 함두로 건드리거나 옮겨서는 안된다. 주지스님은 사실대로 공개적으로 말하고, 존상 훼손 관련자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도선사 "부식 붕괴 위험 해체 불가피...고의 훼손 아냐"
같은 날, 어른스님들의 기자간담회보다 먼저 도선사(주지 태원 스님)는 '청담 대종사 석상 훼손 의혹에 대한 공식입장문'을 배포했다.
도선사가 설명한 석상 관련 시간별 진행은 다음과 같다.
▶2023년 3월 20일, 회의를 열어 '사리탑 주변 정비 불사와 관련한 종합계획'을 발표했고, 사리탑 및 석상을 해체하기로 함.
▶2023년 11월 15일, 사리탑과 석상 해체 전 고불식 봉행, 사리탑 해체 후 보존상태 정밀점검 후 처리방안 추후 결정키로 함.
▶2024년 4월 1일, 사리탑 해체 후 사리 이운, 사리탑 현황과 석상 해체 및 현황 등에 관해 논의함.
도선사는 "부식과 일부 크랙이 확인된 석상 자체 상황과 석상을 받치고 있는 기단부의 부식, 부재 파손, 지반 침하 등을 고려할 때, 석상은 붕괴 위험에 노출돼 해체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또, "문화재 전문 석재상 대표, 석조문화재 전문 보존처리 업체 대표, 첨단 인양장비 업체 대표 등 국내 유수의 사찰 문화재 전문가 입회 하에 작업 공정을 논의했다"고 했다.
도선사는 "온전한 해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최대한 안전한 방법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해체과정에서 석상석의 약해진 석질과 좁은 접합면이 유황과 심주로 엉켜 붙은 내부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일부 파손됐다. 안타까운 결과이지만, 결코 고의적인 훼손이나 실수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석상은 협소한 현장여건에 따른 추가 파손 위험성과 추후 보존처리 등 작업 용이성을 고려해 고령군 소재 석재상으로 이전하여 안전하게 보존과 면밀한 점검 중"이라고 했다.
직계제자 논의없이 옮겨 VS 진행 전 문중 의견수렴
옮기기 전 석상 멀쩡했다 VS 부식으로 해체 불가피
어른스님들 주장과 주지스님의 해명은 극명하게 상반된 진실게임이다.
동광 스님은 "우리에게 의논 없이 일방적으로 존상을 옮긴 주지스님의 행동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주지스님은 단 한번도 사숙인 우리를 제대로 모신 적이 없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주지스님 측은 "사전에 말씀드렸는데도 어른스님들이 왜 저러시는지 알 수가 없다. 주지 임기도 딱 1년 남았다. 이해할 수가 없다. 평소 주지스님이 어른스님을 잘 모신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위계와 좌차를 중시하는 승가에서 이유와 사실 여부를 떠나 주지스님이 궁지에 몰린 것만은 분명하다.
동광 스님은 "불사한다는 미명 하에 존상을 훼손한 것은 주지에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 나중 일은 나중이다"고 했다. 어른스님들은 "청담 대종사 존상을 부득이 새롭게 조성하고자 한다면 진단 후 가칭 '청담 대종사 신조성 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정하고 여법한 과정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 청담 문도는 물론 종단 의견도 구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사리탑 주변 정비 불사 계획'은 서울시와 강북구청이 보조금을 지급하고 도선사가 일부를 자부담하는 총 30억원 규모의 불사이다.
청담 스님 석상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서, 선종인 조계종에서 열반한 스님의 형상을 모시는 세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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