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 시민단체는 로힝야 학살 7주기를 맞아, 주한 미얀마 대사관 인근에서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고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는 국제민주연대, 민변 국제연대위, 실천불교승가회, 아디, 참여연대, 해외주민연대 등 한국 시민사회 21개 단체가 참여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은 학살로 희생된 로힝야 인들에 대한 추모로 시작됐다.
박상훈 아디 대표는 “최근 미얀마에 거주하는 로힝야 인들이 미얀마 군과 소수민족 무장 세력간의 교전에 갇혀 양측으로부터 학살되는 심각한 현실”을 지적하며, “7년 전과 지금의 학살의 책임이 미얀마 군부에 있지만 국제사회의 무기력한 대응으로 가해자 처벌이 되고 있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여암 스님(실천불교전국승가회)은 “미얀마 로힝야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어야 세계 평화도 가능하다”고 언급하며 “로힝야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한국의 불교도 적극적으로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강인남 해외주민운동연대 대표도 “로힝야 학살의 책임이 있는 미얀마 군부가 2021년 다시 쿠데타로 권력을 잡게 되자 미얀마 인들도 로힝야인 학살에 대해 미안함을 표하였다.”면서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로힝야 학살의 진상규명을 위해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기자회견에는 국내 거주 로힝야 난민인 파티마 씨도 직접 참석해 발언했다.
파티마 씨는 “과거 로힝야인들과 미얀마인들이 오랫동안 서로 의지하며 원만한 관계를 가지고 살아왔는데 미얀마 군부의 거짓 선동과 학살로 인하여 너무 많은 로힝야인들이 사망했고,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미얀마군과 소수민족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다시 7년 전의 학살이 재현되고 있고 피난 도중 배가 뒤집혀 죽은 경우, 무장세력 공격으로 수십 명이 살해된 사례를 발언할 때는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한림세영 민변 국제연대위 활동가는 최근 로힝야인들에 대한 학살이 심각해짐에도 국내외 언론보도는 줄어들고 있음을 지적하며 “미얀마 군부의 즉각적인 퇴진을 위해 더 많은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1개 한국시민사회단체는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 학살 책임 인정과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며,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에게 로힝야 난민의 안전한 귀환 보장, 현재 지속되는 내전 중단과 민간인 대상 공격 중단,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조치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주한 미얀마 대사관에 공동성명서를 전달했다.
참가단체들은 이후 법장사로 장소를 옮겨 로힝야 학살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제를 봉행했다.
다음은 ‘로힝야 학살 7주기 한국 시민사회 공동성명서’ 전문
오늘, 우리는 로힝야 학살 7주기를 맞아 다시금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7년 전, 미얀마 정부와 군부는 오랜 박해 끝에 로힝야인들 대상으로 집단학살을 자행했다. 이로 인해 로힝야족 수만 명이 학살당했고, 수십만 명이 고향을 잃고 난민이 되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끔찍한 반인륜 범죄에 대해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로힝야인들은 피해자 구제와 시민권을 보장하는 안전한 귀향을 보장받기는커녕 지연되는 정의 속에서 점차 잊혀지고 있다.
그 날의 비극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한국 정부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무기력한 대응 속에서 오히려 되풀이되고 있다. 미얀마에 남아 있는 로힝야인들은 여전히 착취와 차별로 고통받고, 미얀마 군부와 라카인족 무장세력인 아라칸군(Arakan Army) 간의 내전이 격화되면서는 중화기까지 동원하는 양측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미 라카인 지역 부티다웅과 마웅도우 타운십에서만 로힝야족 민간인 수천 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지 말고 보호하라는 국제인도법의 명백한 위반이다.
또한 미얀마 군부가 로힝야 강제징집을 통해 라카인과 로힝야 공동체 간의 불신, 공포, 증오를 조장하면서 아라칸군의 로힝야 대상 방화 공격, 무차별 총격, 참수 등 집단학살 증언까지도 나오고 있다. 몸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피난하는 로힝야의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방글라데시 정부가 추가 난민 수용 불가능 입장과 함께 국경을 걸어 잠가 피난처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까스로 캠프로 들어온 로힝야 피난민들은 난민 지위 인정과 인도 지원 접근이 불투명해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방글라데시로 피난한 로힝야 난민들 역시 난민캠프에서 극심한 인도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해마다 급격히 줄어드는 국제사회의 재정 지원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시민권을 보장하는 귀환이나 재정착 기회 등 뚜렷한 대책이 없어 목숨을 걸고 위험한 항해에 나서는 로힝야 난민들의 수도 급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채, 로힝야 집단학살을 여전히 부인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로힝야 난민들에 대한 시민권 보장과 안전한 귀환 방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피해 생존자들의 증언과 드러난 증거들은 이 반인도적 범죄의 책임이 미얀마 군부에 있음을 명백히 증명하고 있다. 로힝야 난민들의 안전하고 존엄한 귀환은 미얀마 군부의 퇴진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얀마 군부는 즉각적인 권력 이양을 통해 로힝야인들의 시민권 보장과 안전하고 존엄한 귀환을 보장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2017년 집단학살에 대한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 피해자 구제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미얀마 군부와 아라칸군의 로힝야 대상 추가적인 만행을 막기 위해 내전의 즉각 중단과 민간인 공격, 로힝야 대상 집단학살에 대한 조사와 처벌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로힝야 난민에 대한 인도지원 지속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한국 정부 역시 로힝야인들의 인도적 위기에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 우리는 로힝야 학살 이후에도 합작투자로 전쟁 범죄자와 이익을 도모한 한국 기업 문제를 사실상 방관하는 등 정부가 보여준 무책임한 태도에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한다. 정부는 이를 깊이 성찰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향후 한국 기업의 미얀마 투자가 군부 운영 기업이나 로힝야족 인권 침해 상황에 연관되지 않도록 주의 의무를 다하고, 관계가 확인된 경우에는 제재와 철수 등 철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울러 로힝야 난민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로힝야인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할 것을 요구한다.
한국시민사회는 로힝야 학살 7주기를 맞아 집단 학살 피해자들을 추모함과 동시에 미얀마 군부와 아라칸군이 로힝야족을 대상으로 현재 진행형으로 자행하는 반인도범죄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로힝야인들의 인권이 회복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연대할 것을 다짐하며 미얀마 정부와 국제사회 그리고 한국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미얀마 군부는 로힝야 학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즉각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라.
하나,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 난민에 대한 시민권을 보장하는 안전한 귀환과 정착을 위해 모든 조치를 다하라.
하나, 국제사회는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 피해자 구제에 속도를 내는 한편, 양측의 내전 중단과 모든 민간인 대상 공격 즉각 중지, 아라칸군의 집단학살에 대한 조사와 처벌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라.
하나, 국제사회는 방글라데시 캠프와 라카인주의 로힝야족에 대한 식량, 의료 등 인도지원 보장하라.
하나, 한국 정부는 미얀마 군부와 협력하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철저한 조치를 취하고, 로힝야 인도적 위기 상황에 대한 지원을 적극 확대하라.
2024년 8월 23일
로힝야와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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