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4명 중 3명이 지난 1년 동안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많이 경험한 정신건강 문제는 스트레스(46%)였고, 스트레스 원인은 '경제적 원인'(51%)로 꼽혔다.
개신교계는 이 같은 조사를 갖고 신도 대상 재정교육, 교회 내 신도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소그룹, 상담전문가를 배치한 상담실 운영, 의료기관 연계 등을 해법으로 내놨다. 불교계가 '선명상' 등을 통해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 문제를 스스로 혼자 해결하게끔 유도하는 것과 비교된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실시한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 결과 등을 인용해 20일 알렸다. 이는 센터가 지난 4월 9~16일 전국 만 15~69세 3000명을 온라인 조사한 결과이다.
일반 국민에게 우울감, 스트레스, 불안, 분노 등 15개 정신건강 문제 유형을 제시하고 지난 1년간 경험한 정신건강 문제를 체크하게 했다.
그 결과 최소 1개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비율은 우리 국민 4명 중 3명꼴인 74%에 달했다. 이는 2022년(64%) 대비 10%p 증가한 수치이다.
정신건강 문제 경험자가 경험한 정신건강 문제 수는 2개 이상이 83%로 대부분 복수의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다. ‘5개 이상’의 비율도 46%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15개 정신건강 문제 중 가장 많이 경험하는 것은 ‘심각한 스트레스’(46%)였다. 다음은 ‘수일간 지속되는 우울감’(40%),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 불편감’(38%), ‘수일간 지속되는 불안’(34%) 순이었다.
센터는 "모든 항목이 2022년 조사 대비 증가했는데, ‘심각한 스트레스’와 ‘수일간 지속되는 우울감’은 2년 전 조사 대비
10%p나 크게 늘었다"고 했다.
정신건강 문제 경험자에게 ‘일상생활/가정생활’, ‘사회활동 및 대인관계’, ‘업무 및 학업’ 활동에 정신건강 문제가 영향을 미치는지 물었다. 그 결과 전 영역 모두 50% 이상 지장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상당한 지장(매우 큰+상당한)이 있는 경우도 16%(6명 중 1명 꼴) 이상이었다.
연구소는 <중앙일보>가 한국심리학회와 함께 지난 6월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민정신건강실태 조사’를 통해 한국인이 스트레스 받는 영역을 찾았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스트레스 받는 영역은 ‘경제 문제’
가 51%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직업 34%, 신체 건강 27%, 정신 건강 27%의 순이었다. 2위인 ‘직업(34%)’도 경제와 일부 연관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대인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은 경제적 문제와 연관이 있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와 ‘우울감’ 경험자는 ‘여성(50%)’이 ‘남성(43%)’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2030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또한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스트레스를 더 느끼는 경향을 보였다 ‘종교 있는 자(45%)’와 ‘무종교인(47%)’의 스트레스 정도는 큰 차이가 없었다.
우울감 경험자는 ‘여성(47%)’이 ‘남성(33%)’보다 크게 많았고, '청소년’과 ‘20대’의 우울감은 다른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또한 스트레스 경험자와 마찬가지로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우울감을 더 느꼈다. 종교 유무별로 보면 ‘무종교인(42%)’이 ‘종교 있는 자(38%)’보다 우울감을 약간 더 느꼈다.
정신건강 경험자에게 주변에 상의나 상담 또는 병원 방문을 했는지 물어본 결과 73%가 없다고 응답했다. 정신건강 문제 경험자의 4명 중 3명 정도가 아무런 조치를 않은 셈이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경험자에게 정신건강 문제 인지시점부터 치료 시작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물어본 결과, 문제 인식 후 즉시 치료를 받은 비율은 절반에 못 미치는 42%였다.
정신건강 문제 경험자의 전문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크게 낮았다. 정신건강 문제 치료 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이 27%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상담/치료 비용 부담’ 21%, ‘상담/치료 기록으로 인한 불이익’ 14% 순이었다.
정신건강 문제 경험자가 도움을 요청한 상대는 ‘가족 및 친지(49%)’, 의사/간호사(44%)’, ‘친구/이웃(41%)’ 순이었다.
‘종교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비율은 8%에 불과했지만 ‘도움 됐다’는 비율은 80%로 다른 대상자보다 크게 높았다. 이는 종교인 도움 요청 비율이 8%인 것은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까지 포함하여 전체 기준으로 집계한 것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구소는 "현대인의 정신건강은 개인적인 문제보다 사회적인 문제가 크다. 현대 사회에서 ‘돈’은 정신건강 문제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신도가 돈에 대한 성경적 원칙이 무엇인지 알게 하고 삶에서 적용할 수 있게 한다면, 정신적인 문제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돈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돈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성인 대상 재정 교육은 한국교회에서 정신건강과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또 "교회 내 신도 개개인이 정신건강 문제까지 포함한 자신의 연약한 모습까지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소그룹이 구성된다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형교회 중심으로 교회 내 상담 서비스 기능이 확산되고 있다. 규모가 되는 교회는 전문 상담사가 있는 상담실을 운영하는 것을 제안한다. 상담 과정을 통해 병원과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러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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