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립선원 봉암사 기틀 마련한 부처 같던 선지식
기도 제사 불공 등달기 등을 않고 일생을 참선과 법문을 하며 살다간 고우 스님(1937~2021)의 수행이야기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자>가 출간됐다. 책은 20여 년 스님 곁에서 불교와 참선을 배우며 스님으로부터 매니저라 불렸던 박희승 교수(불교인재원)가 지었다.
박희승 교수는 12일 조계사 담소에서 열린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고우 스님은 조계종과 한국불교에 회의적이었던 내게 제대로 불교를 알게 해준 선지식이다. 고우 스님은 부처님 같이 살다간 선지식, 문경 봉암사를 오늘의 여법한 종립선원으로 만든 주인공”이라고 했다.
고우 스님은 출가 전 군복무 중 당시 불치병에 가까웠던 폐병을 얻었다. 각별히 의지하던 모친까지 여의자 1961년 죽겠다는 마음으로 깊을 산을 찾았고, 그러다 다다른 곳이 김천 수도암이었다. 그곳에서 스님은 불교를 만나 출가를 했고 병을 고쳤다.고봉 관음 등 당대의 선지식들 가르침을 받고는 33살인 1969년 앞장서 ‘봉암사 제2결사’를 시작했다. 고우 스님과 10여 수좌들의 ‘봉암사 제2결사’는 오늘의 봉암사를 만든 계기가 됐다.
박 교수는 “봉암사는 조계종 사찰 가운데 유일하게 문중이 아닌 대중 중심으로 운영된다. 주지를 대중이 추대하는 등 봉암사의 전통은 모두 고우 스님이 도반들과 세웠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문경 심원사에서 수행 중 경지에 이르렀지만, 성철 스님을 만난 뒤 그것이 ‘큰 깨달음’이 아닌 것을 알았다. 이후 스님은 1987년 각화사 봉화암에서 <육조단경> ‘정혜불이품’ 가운데 “정과 혜가 하나가 되어도 도가 아니다. 그 둘이 통유해야 도”라는 구절에서 크게 깨달았다. ‘통유’를 깨친 스님은 이후 법과 도에 걸림이 없었다.
깨쳤음에도 은둔 수행자의 삶을 살던 고우 스님을 세상 밖으로 이끈 것은 '매니저' 박희승 교수였다. 스님은 언론과 매체 인터뷰를 비롯해 대중법문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다 세수 80을 넘겨 기력이 급격히 떨어지자 “이젠 은퇴할 때”라며 대중을 만나지 않았다. 가까운 이들이 스님의 안부를 묻자 “폐결핵으로 죽으려고 절에 왔는데, 불교를 만나 병도 낫고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았다. 여한이 없다”고 답했다. 스님은 누가 물어오면 “그 노장 그렇게 살다 그렇게 갔다고 전해라”라고 했다.
박 교수는 “고우 스님은 ‘돈오돈수’가 정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스님은 성철 스님의 <선문정로>를 10번 읽고, <백일법문>을 대장경을 회통한 저서라며 칭송하고 주변에 권했다”고 했다. 이어서 “스님은 늘 ‘바른 선지식인지 알려면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를 보라’고 일렀다. 고우 스님이야말로 언행이 일치하던 선지식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우 스님의 열반 3주기를 맞아 이 책 발간을 위해 스님의 일대기를 정리하면서 스님의 부처님 같은 삶에 스스로 감동하고 환희심이 일었다”고 했다.박 교수는 조계종 총무원에서 20여 년 종무원으로 살면서 현재 총무원 청사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불사 등을 도왔다. 고우 스님을 만나고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을 접한 뒤로는 간화선 실참을 하면서 불교인재원에서 재가불자 양성에 힘쓰고 있다.
고우 스님은 “간화선은 부처님이 깨치고 설하신 중도의 지혜를 말과 문자, 사유 분별을 떠나 바로 체험하고 실천하는 인간 완성의 길이니 깨달음의 가장 빠른 길”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기업체 강의 등에서 ‘간화선’ ‘참선’ 등은 종교색을 띈다는 이유로 사용할 수 없다. 내가 만든 ‘화두명상’이나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선명상’은 종교색을 빼고 대중의 거부감을 줄일 순화된 언어로 일종의 방편”이라고 했다.이어서 “간화선이 한국불교만의 전통인 것은 분명하다. 전국 선원 수좌들이 용맹정진을 하며 간화선 전통과 선맥을 잇고 있다. ‘선명상’은 일반인과 외국인을 위한 수행법이다. 그들이 관심을 갖고 명상을 하다 보면 간화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기도 제사 불공 등을 않고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자’는 고우 스님의 가르침은 맏상좌 중산 스님이 잇고 있다.
박 교수의 고우 스님의 수행이야기인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자> 출간에 이어 스님과 경전공부를 하던 재가 교수들이 스님의 평전과 법어집을 차례로 낼 예정이다.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자┃박희승 지음┃조계종 출판사┃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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