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서라”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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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2.0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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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편지] 경제난 대북경색 민심이반 해법을 고민하다

이 선생에게!

이 선생, 그간 잘 지냈는지요? 시절이 어수선 하여 필을 듭니다.

혜안 참구(慧眼 參究)

대한민국이 북으로 부터의 한랭기류와 쩐(錢)의 대란으로 추운겨울이 예상됩니다. 대통령이 참모들을 호되게 질책했다고 합니다. "매일 하던 대로 하지 말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아이디어 내서 일하라", "과연 청와대 직원들이 몸을 던져서 일할 자세가 돼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며 경책하고 외교안보와 경제수석에게도 별도의 역정을 냈다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 북한은 대남강경책을 현실화하고, 경제를 살릴 돌파구는 보이지 않고, 참모들은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치 못하고 있으며, 국회도 개원한지 3개월이 지났는데 무엇 하나 시원하게 타결되거나 진행 일이 없으니 얼마나 답답했겠습니까. 그런데 정작 문제는 사단의 중심엔 늘 대통령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경부운하 추진으로 정권 출발부터 국력이 쇠진됐고, 한미쇠고기 협정으로 인한 촛불시위와 구시대적 대응은 민심을 하나로 묶을 기회를 저버렸으며, 국민 대다수는 대통령의 편중 인사를 보며 이질감만 더했고, 종교편향에 대한 매끄럽지 못한 조치들 역시 불신만 키웠습니다.

경제대통령 이미지는 금융대란과 더불어 용인술과 대안부재의 현실에 무너지고, 북한의 금강산 피살사건에 이은 개성공단 철수 등 대남강경책은 대통령을 충분히 힘들게 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어려울수록 냉철해야 합니다. 대통령과 참모들은 ‘지혜의 눈’으로 현안을 참구했으면 합니다.

심무가애(心無絡碍)

이 선생도 아시다시피 21세기는 광통신등 전자문명이 최고로 발달한 때이고, 웬만한 나라는 하루 일정이며, 다원성을 특징으로 하는 시대입니다. 이러한 때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함에 여 야를 구별하고 호 불호를 분별하며 융통성을 보이지 않는데 무리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지요. 국민을 위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라면 피아를 가려서는 안 되며 종교까지도 초월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합니다.

아마 이런 것들이 미국으로 하여금 오바마를 선택케 한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지도자는 자신과 특정인맥, 특정종교, 특정철학에 너무나 깊게 빠져 있는 듯합니다. 금융대란과 남북경색 정국의 삼각파도를 마주한 우리의 현실이 걱정스럽습니다.

심무가애(心無絡碍)는 마음에 걸림이 없다는 말이지요. 어리석음이나 생과 사, 선과 악 등 고정된 모든 관념과 의식에 속박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의 모든 정치인들은 기존의 아집을 버리고 빈 마음으로 현 정국을 마주 대하기를 바라지만 어렵겠지요.

그래야만 비로소 난국을 타개할 지혜가 솟아날 수 있지요. 마치 음식이나 술을 감별하는 분이 냉수로 입을 행군 후 다음 것을 맛보듯 말입니다. 정치 지도자들이 마음을 비울 때 현안해결의 대안이 떠오르며 참모들도 지혜와 용기가 생겨서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되고, 국민들도 반길 것은 너무나도 지당하지요.

상재동용중(常在動用中)

이 선생!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의연하게 인내심을 갖고 북한이 태도를 변화할 수 있도록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라지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빌면 “북한이 대화하자면 달려 나가고, 뭐 달라면 주고 했던 과거의 비정상적, 일방적 틀에서 벗어나 생산적이고 예측 가능한 새로운 남북관계”를 정립하고 강경한 상호주의 대북정책을 실현하겠다는 것으로 그야말로 ‘기다려 보자’는 것이라 합니다.

그런데 이는 남편이 임신한 아내가 달만 차면 출산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다림으로 임산부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임산부는 생명을 잉태했기에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게 하고, 태교를 하며, 충분한 영양 섭취와 적절한 운동으로 외부의 자극도 주고, 정밀 검진을 통해 기형여부도 가려서 사전 충분한 조치를 취하며, 충격에 의한 유산도 방지하는 등 유동적 관리가 필요하지요.

임산부가 주는 음식만 받아먹고 고집을 부리며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하여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어찌 되겠습니까? 온갖 부작용으로 임산부는 물론 뱃속의 아기까지도 필경 사경에 이를 것입니다. 태어난다 해도 기형이나 난산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렇다면 고집불통의 임산부를 말로 타이르기도 하고, 온갖 설득과 노력으로 외출도 시키고, 때로는 좋은 음식으로 비위도 맞추어서 쇼핑도 하게하고, 병원에도 데리고 가며 운동도 시켜야지요.

언젠가는 태어날 통일이라는 태아를 임신한 한반도, 우리도 그날까지 남북문제의 모든 것을 까다로운 임산부 대하듯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야만 중국도 견제하고 러시아 일본도 견제할 수 있으며 통일 후 선무작업도 쉬울 것입니다.

우선 북한과 수학적 개념의 상호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면 그 자체가 북한을 모르는 일이며, 북한은 쉽사리 그렇게 될 수 없지요. 1971년 이후 지금까지 591회의 남북대화(정치248, 군사46, 경제99, 인도144, 사회문화54회)가 있었습니다. 당초 남북대화의 기조는 ‘형의 입장에서 아우를 대하듯 타이르고 여유롭게 인내를 갖고 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북투자는 당장 성과가 없는듯하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야합니다. 그동안 교류를 통해 상호주의적인 성과가 없는 것도 아니지요. 70년대 박성철 대표 이후 남측을 방문한 인사들과 교류를 통한 북한주민의 내면에 대한민국과 자본주의의 우수성을 느끼게 한 것도 성과이며 상호주의 아닌가 합니다.

단지 그들은 이런저런 장애로 공개적 발설을 못할 뿐이지 충분한 인식을 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을까요. 통일 후 교화와 적응에 적잖은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직접 또는 제3국을 통한 귀순자들이 대한민국을 선택하는 것도 그동안 남북교류 대화 등 접촉에 의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현 정부가 대북문제에 자신이 있고 원칙적 상호주의를 추구한다면 되레 북한지역의 모든 시설과 인원을 당장 철수하고 초강수의 대북 강경책을 구사해야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북한문제로 북한 자신은 물론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러시아까지도 일관되고 빠르게 움직이는데 우리만 기다린다면 그 손해는 누구의 몫이 될까요.

북핵문제와 6자회담 그리고 남북한 간 대화와 교류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입니다. 향후 수개월 이내 발생 가능한 큰 우려는 남북한 상황이 극으로 치닫고 미국이 ‘카터의 방북 사례’와 같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라도 특사로 보내어 획기적인 돌파구와 발전된 개방정책을 이끌어 낸다면 대한민국의 체면과 외교는 어찌될 것인지 걱정입니다.

대북문제는 보수와 진보를 모두 초월하여 현실을 직시하고, 동북아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충분히 계산하는 전략으로 지혜롭게 결정해야 합니다. 현재 북한은 기형적 형태이긴 하지만 시장이 생겨난 지 오래입니다. 시장은 자본주의의 씨앗이지요. 이 씨앗이 잘 자라도록 물을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북정책이 움직이는 정책이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대북투자, 우리 자본으로 북한에 인프라와 생산시설을 세우고, 종교의 개방화를 지원하는 것은 경제나 문화적으로 일정지역을 교두보화 하는 것으로써 중국의 동북공정과 비상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저지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북한과 대화, 지원과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은 정치와 군사, 문화적으로 한반도를 넘보는 중국, 러시아와 일본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하기에 못 마땅하더라도 ‘정과 동’을 활발발하게 구사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경제지정도(經濟之正道)

이 선생, 도가 뭡니까?
도(道)자 만큼이나 아무데나 갖다 붙여도 통용되는 글자는 없습니다. 골프도 도라 하지요. 그 만큼 도는 보편타당하고, 단어 자체가 이미 정도(正道)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 벗어나면 사단을 당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어의 ‘Economy’도 경제, 절약 외 조화, 섭리, 질서의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현 금융위기에 우리정부가 대처를 잘했느니 못했느니 외환정책에 문제가 있느니 없느니 말이 많습니다. 해당 장관에 대한 평이 극과 극을 달리며 전문가와 언론은 매일 정보를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습니다. 경제에 문외한이나 한마디 안 할 수가 없습니다.

팔정도(八正道) 또는 팔중도(八中道)라는 것이 있는데 이 중도를 거문고 줄에 비유함을 익히 잘 알고 있지요. 거문고는 줄이 지나치게 팽팽해도, 지나치게 느슨해도 좋은 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거문고가 가장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그 줄이 적당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데 국가경제나 기업, 개인의 가계도 이처럼 중도를 지켜야 합니다.

그런데 이 중도를 깨는 것이 욕심과 미련, 무지와 무책임입니다. 개인이나 금융기관이 돈 놓고 돈 먹기에 눈이 멀고, 어눌한 정책과 감독의 소홀, 금융기관의 엄격한 통제시스템 부재, 만족을 모르고 달리는 황금만능주의와 쾌락주의, 날로 변화하는 경제와 금융시스템과 상품들에 대한 정보 및 통제와 분판능력의 부재는 결국 경제라는 거문고 줄의 균형을 깨고 말았습니다.

경제에도 도(道)가 있으니 이를 우습게 여기고 무시했으니 도가 사라진 경제는 뇌세포가 파괴된 특정동물과 같이 미쳐서 난리입니다.

화해 회통(和解 會通)

이 선생도 원효를 좋아 하시지요? 본시 강남의 부자나 남대문의 노숙자나 다 같은 이웃이고 한국인이며, 족보를 따져보면 50촌 이내입니다. 경제를 망친 것이 정책이고 돈이라면 경제를 살릴 것도 정책이며 돈입니다. 경제를 망친 장본인이 지도자들이고 관료이고 금융계인사나 기업가라면 이를 살려야 하는 것도 지도자와 관료이며 금융과 기업의 인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 위기를 벗어나 경제를 살리기 위해 5대 은행을 쪼개어서 10개 은행으로 할 수도 반대로 2, 3개로 축소할 수도 있습니다. 100개 건설사를 70개로 축소해도, 실업자가 일순 증가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단지 문제는 대통령이 소아적 자세를 탈피하고 대승적 견지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모두가 한 마음이 되도록 솔선하여 마음을 내어서 화해와 회통하는 일입니다.

난국 타개와 국가장래를 위해서 대통령은 자신의 인물과 정책만 고집하지 말고 야당이나 반대파에도 귀와 눈을 주고, 과거정권도 돌아보며 지혜를 나누는 그야말로 화쟁(和爭)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국민을 한마음으로 묶어야 하는데 특히 서민과 실업자를 가족처럼 아우르고 ‘전 국민이 우리가 남이가’ 라는 생각을 들게 해야 합니다. 가진 자에게는 조건 없이 베푸는 이타행을 하도록 해야 하는데 쉽지만은 않을 것이나 지도자가 반드시 해야 할 입니다.

대통령이 야당은 물론 과거정권의 경제관료, 현 정부정책과 궤를 달리하는 전문 학자들과 소통한다면 훈기가 돌 것입니다. 욕심 같아선 직접 증권거래소, 은행, 공장 그리고 하루하루를 힘들게 사는 시민 속에서 그 흔한 체험이라도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정보 보고는 제대로 올라오는지 중간에 차단은 당하지 않는지 세밀하게 챙겨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경제문제 등 현안은 대통령의 노력여하에 따라서 호황이냐 긴 세월을 허송할 것인지가 결정될 것으로 위기를 맞아 기왕 조치를 취하려면 큰 결단과 행동은 빠르게 해야 하는데 무엇이 더디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인지이도자 인지이기(因地而倒者 因地而起)

이 선생! 대통령께서는 경제 및 대북 문제로 양수겸장을 받고 있습니다. 대통령지지율이 왜 안 오르는지, 국민화합이 왜 이다지도 안 되는지, 경제문제는 해법이 없는 것인지, 대북 문제는 벼랑 끝까지 가야하는 것인지?

‘땅에 넘어진 자는 넘어진 그 땅을 짚고 일어서야’하며 ‘사람이 문제’라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 혜안이 열리고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서 어려운 시절이 짧아지고 후유증은 최소화되기를 바랍니다. 물론 국민들도 반대를 위한 반대는 삼가하고 협력할 것은 해야지요. 북한역시 더 이상 개방과 개혁을 미뤄서는 안 됩니다. 1.700만 인민들에게 참 자유와 행복을 호흡토록 해야 합니다. 대남 억지주장을 중지하고, 속히 금강산 관광의 재 실시와 개성공단 축소 등 일련의 조치들을 취소해야 합니다.

이 선생도 주식투자를 하고 은행대출로 평수 넓은 집을 구했다 들었습니다. 막내는 수능 잘 치렀는지, 등록금이 동결된다 해도 걱정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집안 일이 태산인데 말이 많았습니다. 추운 겨울이 예상됩니다. 건강 유의하십시오.

/不進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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