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월정사 대법륜전서 회향식…25일 여정 마무리
‘권리’ 찾던 수재들, ‘배려’ ‘이타심’ ‘공동체 의식’ 배워
“7월초 우리가 월정사에 도착했을 때 서로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왔고, 성장 배경도 달랐고, 생활 방식도 달랐습니다. 하지만 단기출가학교에서 수행하면서 우리는 같은 리듬을 찾아갔습니다. 공연, 기도, 명상, 마샬(무술), 청소, 울력 등 일정을 같이 하면서 오대산과 바람과 리듬을 맞췄습니다. 감기에 걸리고 몸도 아파 리듬을 거스르는 일도 있었지만, 함께 했기에 계속해서 리듬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리듬을 찾고 명상 수행을 통해 우리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고, 집중하는 시간을 익혔습니다. 이제 우리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잠깐 그 리듬을 잊는 순간이 오더라도 우리는 오대산과 월정사를 다시 떠올리며 리듬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월정사 주지 스님과 스님들, 스태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월정사 단기출가학교 67기 졸업생 샘 골먼, 미국)
오대산 월정사 대법륜전에서 67명이 단기출가학교를 졸업했다. 오대산 월정사(주지 정념 스님)와 (사)문수청소년회(이사장 해공 스님)가 미국 우든피시재단(이사장 이파 스님)과 함께 진행한 ‘2024 월정사 우든피시 글로벌 명상수행 프로그램(Woodenfish Moonastic Life with Woljeongsa)’으로 진행된 25일 간의 단기출가학교의 여정은 환희와 행복이었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예일 대학교 등에 다니는 25개국 글로벌 수재 67명이 3주간의 단기출가학교 과정을 여법하게 회향하고 25일 오후 졸업식을 가졌다.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졸업생 전원에게 졸업장과 수계증을 수여했다. 정념 스님은 자신의 저서 <오대산에서 보낸 편지> 영역판을 졸업생 전원에게 선물했다. 월정사는 졸업생들에게 스카프를 선물했다. 오대산 월정사에서의 기억이 학생들이 맞게 될 미래에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저는 늘 바쁜 식사를 해왔습니다. 떠들면서 TV를 보면서 핸드폰을 보면서 식사했습니다. 월정사에 와서 식사 예절을 배우고 발우공양을 하면서 식사를 하면서 수행하는 방법을 접했습니다. 수행 첫 주에 저는 굉장하게 차분히 공양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음식의 좋은 냄새를 맡을 수 있었고, 색을 선명히 볼 수 있었으며, 김치와 같은 음식의 새로운 맛을 느꼈습니다. 삭발하기 2일 전 공양게를 배웠습니다. 이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력과 정성이 들어갔는지를 알았습니다. 그릇의 밥에서 쌀이 아닌 우주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슬프지 않았고 행복도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공양을 준비해 준 보살님, 농사를 지은 농부, 몇 세기에 걸쳐 진화한 씨앗, 우주의 진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 음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나의 행동이 올바른 것인지 되돌아보았습니다. 저는 다시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 마음에는 의심과 두려움, 이기심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고, 폭발하는 그 마음을 흘려보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 밥그릇 앞에 앉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육체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고, 육체를 채워주는 음식, 우주가 제게 주는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을 느끼게 됐습니다. 월정사와 오대산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별한 기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불교에 대해 아직 잘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한 모든 순간을 완벽하고 훌륭하게 만들어 주신 월정사에 영원토록 감사할 것입니다.” (졸업생 대표 헌터 위긴스, 미국)
졸업생 대표 헌터의 연설이 끝나자 졸업생들은 환호하며 어색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오대산 뷰티풀, 월정사 원터풀, 정념 스님 감사합니다”라고 소리쳤다. 정념 스님이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졸업장을 수여할 때, 학생들은 "해냈다"는 성취감을 박수와 환호로 표현했다.
67기 단기출가학교는 미국 우든피시(목어계획)재단의 요청에 따라 진행했다. 글로벌 명상수행 프로그램을 20주년을 맞은 월정사 단기출가학교의 프로그램에 따라 운영한 것이다. 문수청년회와 미국 우든피시재단이 단기출가학교 세계화를 모색하고 글로벌 미래 세대에게 한국전통불교문화와 수행법을 체험토록 기회를 제공했다. 7월 1일부터 25일간 25개국 71명의 청년이 참가해 67명이 졸업했다. 희망하는 청년들은 삭발까지 하면서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수계식, 강연, 명상, 마샬(무술), 3보1배 등 갖가지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대만식 중국어 독경에 익숙한 학생들이 우리말로 반야심경을 독경하는 모습은 낯설기만 중국어 독경보다 더 좋은 발음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천년 산사에서 한국불교전통문화와 선지식, 불교학자 강의 수행 등으로 ‘권리 찾기’에 능숙했던 글로벌 수재들이 ‘배려’와 ‘공동체 의식’을 접했다. 때로는 자신의 권리를 앞세우다 승가 전통의 공동체 의식을 배우면서 ‘이타심’을 느끼는 충격에 빠져 혼란하기도 했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를 이해해 익히는 모습도 보였다.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생소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게 힘들었을 테지만 다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온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여러분들이 월정사에서 무엇을 얻고 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얻은 것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어도 없는 대로 좋은 것이 바로 부처님 법이다.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서도 쉼 없이 수행하며 본래 얻을 바가 없는 자리를 간절하게 참구해 가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정념 스님은 “문화와 인종 생각이 다른 25개국의 청년들이 함께하면서 서로 이해가 깊어졌을 것이다. 나와 둘이 아닌, 중도에 대한 통찰을 느꼈다면 그 마음이 삶을 살면서 훌륭한 지도자가 될 힘이 될 것이다. 기후환경위기, 세계 평화, AI 위기 등 난제를 해결하는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길 빈다. 여러분은 월정사 단기출가학교 졸업생이다. 삭발하고 수계를 받고, 법명을 받았다. 여러분에게 이제 월정사가 수행의 고향이다. 언제든 월정사는 여러분을 위해 문을 활짝 열고 기다릴 것이다. 언제든 월정사에 오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졸업색들은 파리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올림픽 정신을 공유하고 기후위기 극복과 세계평화를 발원하는 ‘세계평화 기원문’을 직접 작성해 낭독했다.
“우리는 다르마의 자애로운 기운 가득한 오대산의 품 안에서 한 달간의 순례를 마무리하기 위해 모인 바로 이 순간, 나와 너, 그리고 우리 지구촌의 모든 생명들이 서로 연결된 하나라는 것을 선명하게 느낍니다. 25개국의 문화적 다양성을 가진 우리는 문수보살의 지혜가 살아 숨 쉬는 오대산 월정사에서 국경과 언어, 문화를 뛰어넘는 유대와 서로에 대한 이해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모두의 행복을 위하는 삶을 통해서만 진정한 나의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와 연결된 모든 인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맑고 평화로운 마음이 모여 마침내 평화로운 세상이 오길 바라며 서원합니다. 깨어있는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는 세상을 보겠습니다. 약자의 고통을 보듬어 주는 헌신과 봉사의 삶을 살겠습니다.…오대산에서의 한 달 동안 우리는 사회를 이끄는 고귀한 길의 아름다움을 원정사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서로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노력과 몰랐던 자신의 문화의 장점을 나눠 주기 위해 가졌던 관대함 친절 끊임없는 연민과 관용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습니다. 평화로운 길을 걷는 데 우리의 삶을 바칠 것입니다.(한나 세일러&그레이스 스츄르만, 미국)”
우든피시 이사장 이파 스님은 25일 간 학생들과 함께했다. 이파 스님은 다음과 같이 감사의 뜻을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등에게 전했다.
“월정사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은 우든 피시의 23년째 프로그램 중 올해 가장 위대한 성취를 이룬 것이다. 스스로 이렇게까지 성공하게 된 것이 놀랍다”며 “프로그램이 성공한 이유는 4가지 같다. 장소, 누가 프로그램을 진행했는가, 어떤 프로그램이었나, 시기이다. 국립공원인 오대산, 오대산 내의 월정사, 100년 넘은 나무들이 둘러싼 완벽한 공간이다. 보살님 부처님 달마 등 선지식이 우리를 완벽하게 보살펴 주셨다. 장마철인데도 바깥에서 프로그램을 하는 동안 비가 오지 않았다. 오늘 아침 3보 1배 때도 비 한 방울 오지 않았다. 주지 정념 스님의 멋진 지도력 아래 월정사 스님들과 제이미 등 스태프, 출가학교 그룹의 완벽한 지원, 굉장히 진심 어리고 진정성 있는 가르침과 프로페셔널한 일처리를 베풀어 주신 스님들과 강사진 덕분입니다. 그리고 완벽한 타이밍에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한달 간 우리는 국립공원의 리조트에 온 것 같았다. 주지 정념 스님의 지도로 진행된 삭발식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훌륭했다. 이제 정념 스님은 25개국의 63명의 청년들을 제자로 두셨다.”
글로벌 청년들은 졸업장을 받고 축하공연을 펼쳤다. 청년들은 직접 작사작곡한 평화의 노래를 불렀고, 다양한 국적의 청년들이 양초에 불을 붙여 전달하는 퍼포먼스로 하나됨을 표현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서원을 세웠다. 청년들이 직접 작사, 작곡한 평화의 노래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평화의 불씨를 이어가자는 의미를 담아 미국, 러시아, 중국, 이스라엘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청년들이 양초 전달 퍼포먼스를 보였다.
월정사 출가학교 학감 월엄 스님이 대중생활에서 청규의 상징인 죽비를 정념 스님에게 반환했다. 회향식 후 적광전 앞마당으로 이동한 청년들은 연등을 들고 팔각구층석탑을 돌며 세계평화를 발원했다.
청년들은 졸업식에 앞서 이날 새벽 5시 월정사 일주문부터 1Km 구간의 전나무 숲길에서 ‘3보1배’에 나섰다. 우든피시 알림천과 향로를 앞세우고 두 줄로 서서 단기출가학교 학감 월엄 스님의 지도에 따라 삼보일배에 들어갔다. 청년들은 중국어로 ‘나무석가모니불’을 염송하며 삼보일배를 했다. 초기에는 세 걸음을 걷고 한 번 절하는 동작이 부자연스러웠다. 걸음과 염송의 박자가 맞지 않았고, 발을 내딛으면서 몸을 좌우, 앞뒤로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박자를 익히면서 자연스럽게 삼보일배를 이어갔다.
청년들의 무릎과 팔꿈치, 이마는 진흙에 물들었다. 무릎밍 아파도 얼굴과 옷에 진흙과 모래가 달라 붙어도 합장한 손을 풀지 않았고, 절하고 일어나는 사이에도 흙을 털어내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1시간 20분여 만에 월정사 경내에 도착한 청년들은 적광전 앞에서 우든피시 재단의 의례에 따라 삼보일배 회향식을 갖고 새로운 일정을 준비했다.
글로벌 청년들은 26일 오전 월정사를 떠나 화성 용주사 등에서 불교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서울을 방문해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미국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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