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하는데 종도들 못 따라줘 아쉽다" 취지 발언
종단 재정 건전화 방안 물음에 "기자에 답할 일 아냐"
각급 기관 사업 부재 지적엔 "몸에 배지 않은 일이라"
총무원장 상진 스님이 지난 1년 누구보다 역동적으로 총무원장 소임을 살고서도 "이승만 기념관 반대"에 매몰돼 스스로 치적을 가렸다. 취임1주년 기자간담회 기조연설을 "이승만기념관 반대"만으로 채운 것이 그 방증이다. 총무원이 기자들에 제공한 자료는 스님의 지난 1년 활동 사진을 나열한 미니 앨범이었다.
상진 스님은 자신은 "종도 60% 이상의 지지와 성원을 받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나는 열심히 하는데 종도들이 변화를 따르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종단 재정 건전화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기자에 답할 일이 아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고, 각급 기관 사업과 홍보 부재 지적에는 "몸에 배지 않은 일이라서"라고 했다.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12일 전통문화전승관에서 총무원장 상진 스님의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불교계와 중앙일간지 등 20여 기자와 총무원장 상진 스님과 총무원 집행부, 중앙종회의장 시각 스님, 호법원장 혜일 스님, 교육원장 재홍 스님 등 태고종 각급 기관장 30여 명이 참석했다.
상진 스님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서 "결사적으로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하겠다"면서도 "자비와 포용의 정신으로 맞서겠다"고 했다. 기조연설문은 앞서 태고종이 발표한 "이승만기념관 반대" 문건들과 대동소이했다.
스님은 '한국불교태고종 종교편향불교유린특별대책위원회'(위원장 재홍 스님, 교육원장) 결성을 알렸다. 위원회는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와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와 유사한 기구로 짐작된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스님은 최근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등 종단협 지도자 회동에서 오고 간 이야기를 전했다. 스님은 "조계종도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절대 반대한다는 답을 얻었다. 30여 종단협 회원종단 모두가 범불교적으로 반대에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조계종을 믿는다. (조계종과)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반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상진 스님은 "자신은 열심히 하고 있지만 종도들이 따라오지 못해 아쉽다"고 탓했다. "그동안 우리 종단에서 해야할 도리들에 많이 미흡했다"고 말해, 자신이 총무원장직 수행을 잘하고 있음을 자부했다.
상진 스님이 자신의 지지율을 '60% 이상'이라고 자평한 점도 눈에 띈다. 지난 총무원장 선거에서 선거인단 164명 중 95표를 얻어 당선된 것과 비슷한 수치이다. 총무원장 취임 1주년을 넘기고서도 선거 당시 득표수에 머문 스님의 지지율 자평은 종무행정에 저항이 적지 않은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상진 집행부의 원활하지 못한 종무행정을 짐작케 하는 스님의 발언은 또 있다.
스님은 취임 초기, 전국단위 대법회 개최를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스님은 "종도들이 종단의 대단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종도들이 각자도생하다보니 종단 사업에 소원하다" "지방교구종무원들이 큰 행사를 두려워한다"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종도를 총동원해 국제대승보살계 법회를 봉행하겠다"고 했다.
상진 스님은 문화사업단 등 각급 기관 사업이 더디게 보이는 것 관련해 "우리는 중앙집권제가 아니다" "의아해 하는 종도들이 있다"고 했다. 그러고는 "지금 많은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스님은 "(여러 사안과 현장에서) 태고종이 보이지 않는다 해서 태고종단이 활동을 않는 것이 아니다. 눈에 보여야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태고종단은 단합은 조금 부족하지만, 전국 각 교구종무원을 포함해 각자 자리에서 활동을 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방해꾼이 많다. 전부터 총무원에서 일해보니 진행 중인 일을 알리면 (일이) 깨지더라"고 했다. 이어서 "다 되면 보이는게 내 스타일이다. 발표를 안할 뿐이지 여러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말이 나가면 어그러질까해서 밝히지 않는 것도 많다. 나는 공약 이행을 즐거움으로 삼고 산다"고 했다.
지난달 14일, 상진 스님은 각급 기관장 및 전국시도교구종무원장 연석회의에서 종단 재정 상태가 열악해 종단 운영과 행사 진행에 어려움 있음을 토로하며 '십시일반'을 강조했다.
관련해 종단 재정 건전화 방안을 묻는 질문에 상진 스님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 질문은 사전질의 문건을 통해 총무원 측에 기자간담회 1주일 전 사전 고지된 질문이다.)
상진 스님은 "종단 문제는 우리가 알아서 한다. 기자들에게 대답할 일은 아니다. 기자회견에서 종단 문제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재정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한다. 총무원에서 빚내지 않고 어떻게든 해결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상진 스님은 총무원장후보 당시 총무원 운영자금을 자신이 부담하겠다고 공약했다. 전임 여러 집행부에서 금전사고 의혹으로 불거진 '발전기금'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상진 스님은 공약대로 총무원 운영을 위해 사재를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단 재정을 총무원장이 투입하는 사재에 의지하는 것은 기형적 후진적이다.
공적 소임에 개인의 물적 희생을 강요하는 그릇된 문화 고착도 문제거니와, 종무행정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마냥 환영하거나 묵과할 일이 아니다. 상진 스님이 불쾌해 한 질문은 이런 취지에서 나왔다.
상진 스님은 올해 초 신년기자회견에서 종단 사업을 설명하면서 "종단 각 기관에서 진행하는 사업이 활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관련해 교육원과 복지원 등을 제외한 대부분 기관이 정체 중인 지적에 스님은 "(기관장과 구성원들의) 몸에 배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이승만 기념관 반대"에 방점을 찍은 총무원장 상진 스님의 취임1주년 기자간담회는 태고종단 종무행정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총무원은 "이승만 기념관 반대"에 집중해 총무원장의 지난 1주년을 스스로 퇴색시켰다. "이승만 기념관 반대"로만 채운 기조연설문은 상진 집행부의 종무행정 기조를 의심케 했다. 기조연설이 담은 "이승만 기념관 반대" 외의 질문은 사양하겠다는 가이드 라인으로도 읽혔다. 취임 1주년 평가자료는 태고종으로부터 제공되지 않았다. 분석과 정리 없이 총무원장의 지난 행적을 담은 사진집은 쌩뚱맞다.
특히, 각 기관 소임자들을 병풍처럼 앉혀두고도 발언 대부분을 총무원장 혼자 감당한 점은 "(업무계획과 진행 등이 소임자들의) 몸에 배지 않아서"라는 총무원장 해명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총무원 집행부의 지난 1년을 알리고 평가 받는 자리에서 종단 재정 건전화 방안을 묻는 질문에 "기자에 답할 일이 아니다"는 총무원장의 대응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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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이 아무런 능력과 돈이 없는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앞으로도 태고종은 식물종단으로 지낼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