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이 12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문 전체를 할애해 재차 "이승만 기념관 반대"를 알렸다.
앞서 태고종은 전 종도 명의로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기조연설문은 재탕이 의심될 정도로 앞의 성명과 유사했다.
태고종이 뒤늦게 조계종을 따라 '태고종 종교편향불교유린특별대책위원회' 구성을 알린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다음은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언론인 여러분, 그리고 불교도 여러분,
소납이 한국불교태고종 제28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한 지도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다고 했지만, 종단과 불교계의 엄중한 현실 앞에서 항상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지난 1년을 보내왔습니다. 그중에서도 현재 송현녹지광장에 이승만기념관 건립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이자 불교도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불교는 호국불교과 민중불교로서 우리 민족의 정신적 지주 역할과 함께 고유의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이끌어왔습니다. 그러나 과거 이승만 전 대통령은 정교분리라는 헌법 정신을 무시하고, 7차에 걸친 유시 발표를 통해 불교계에 법난을 촉발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불교는 극심한 분열과 갈등으로 내몰려 오랜 내홍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또 자신의 정치적 목적과 특정 종교의 교세 확장을 위해 국가권력을 동원해 불교를 억압함으로써 친일불교 청산과 근대불교의 새로운 태동을 위한 한국불교의 자정 노력을 무산시켰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 불교사는 역사에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입었습니다.
송현녹지광장은 특히 근세불교의 명맥을 이어온 유서 깊은 금강산 유점사의 경성포교소로서 불이성 법륜사와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사가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으며, 불과 2백여 미터 거리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과도 인접하고 있어 불교계로서는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큰 장소입니다. 또한, 이곳은 3.15 부정선거에 항거해 일어난 4.19 혁명 당시 무력에 의한 총상으로 꽃다운 여중생 2명이 희생당한 덕성여자중학교 모교가 있는 자리이자, 경찰의 발포로 이 근처에서 21명이 죽고 172명이 다친 통한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런 아픔과 한이 서린 장소에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되어 있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으로서, 불교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고 국민을 모욕하는 반민족적 기망 행위입니다.
우리는 불교를 향한 왜곡과 폄훼를 오랜 시간 인내해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습니다. 이승만기념관 건립은 불교 역사의 왜곡을 넘어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일입니다. 따라서 태고종은 오늘부로 총무원 교육원장 재홍 스님을 위원장으로 <한국불교태고종 종교편향불교유린특별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이승만기념관 건립 계획이 완전히 철회될 때까지 승가대중의 결의를 모아 파사현정의 기치를 높이 세우고 이승만기념관 건립 반대운동을 결연히 펼쳐나갈 것이며,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하나, 헌법 정신과 민주 질서를 파괴한 이승만기념관 건립 추진 계획을 즉각 폐기하라.
하나, 서울시는 불교 정신을 훼손하고 종교 간 갈등을 조장하는 이승만기념관 건립 동조를 즉각 중단하라.
하나, 100년 만에 되돌아온 송현녹지광장은 이제 서울 시민들의 안락한 휴식처이자 산책하고 담소를 나누는 도심 안의 문화 힐링 공간으로 남아야 한다.
하나, 이를 무시하고 이승만기념관 건립 계획을 계속 추진할 경우 태고종은 <한국불교태고종 종교편향불교유린특별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조계종은 물론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등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전 불교도가 힘을 모아 결사적으로 반대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우리 불교도는 자비와 포용의 정신으로 이번 사태에 분연히 맞서 싸울 것임을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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