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자정센터·불교아카데미 등 전문기관 회원 배제에 철퇴
이혜숙 감사 불신임 등 정관 변경 온라인 찬반 투표 무효
참여불교재가연대가 불교시민단체 역할을 상실한 지 오래다. 수년째 표류하는 참여불교재가연대(이하 재가연대)가 불교계 대표시민단체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박광서 전 교수를 따르는 일부 인사가 장악한 재가연대 운영에 큰 제동이 결렸다. 시민단체가 총회를 열면서 최소한의 소집 요건도 갖추지 못했고, 회원을 갈라치기 해 자신들에게 불리한 회원들의 의사결정을 차단하면서까지 진행한 총회에 대해 법원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참여불교재가연대 초대 상임대표이자 불교계 신망이 컸던 박광서 전 교수가 참여불교재가연대 상임대표로 복귀했지만 재가연대는 표류했다. 회원들은 박광서 교수가 시민의식을 상실했다고 느꼈다. 최명희 상임대표가 바통을 이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는 고사하고 침몰 직전에 몰렸다. 박광서 전 교수를 따르는 최명희 상임대표 등 일단의 인사들은 산하단체인 교단자정센터와 불교아카데미 회원들의 의견수렴을 뒷전으로 버리고 의사결정 참여마저 차단하는 불법총회를 여는 등 최소한의 시민의식조차 상실한 채 운영해 왔다. 청정불교와 미래불교를 고민하던 재가연대는 불교계시민사회에서 부끄러운 존재가 된 지 오래다. 이런 재가연대에 법원의 경고가 내려지면서 참여불교재가연대가 불교계 시민사회의 대표단체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중앙지법 제36민사부(재판장 황순현, 최정윤, 김지현)는 11일 재가연대(상임대표 최명희)가 지난해 7월 19일부터 20일까지 온라인 투표로 진행한 임시총회가 소집 및 개최, 의결 방법에서 중대한 하자가 있다면서 ‘무효’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참여불교재가연대(상임대표 최명희)가 2023년 7월 19일부터 7월 20일까지 △2022년도 결산안 승인의 건 △2023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안 심의의 건 △감사 권대현 선임의 건 △감사 이혜숙 해임의 건 △정관 제7조 등 개정의 건 등 임시총회 결의를 모두 무효임을 확인했다. 손상훈 전 교단자정센터장 등 51명의 회원이 최명희 상임대표를 상대로 낸 총회결의무효확인 소송 결과다.
재가연대는 2023년 7월 21일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투표 대상 185명 중 77명이 온라인 참여를 통해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22명이 의결권 행사를 위임해 찬반투표 참여했으며, 찬반투표에 참여한 95명 중 95명 전원이 총회 안건에 찬성해 의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총회는 소집 과정, 개최, 의결 과정에서 모두 중대한 하자가 확인되면서, 총회 자체가 불법으로 확인됐다. 재가연대 산하 교단자정센터와 사단법인 불교아카데미 회원을 배제한 임시총회는 회원들의 의사참여결정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소송 당시 교단자정센터 손상훈 원장은 회원 50인과 함께 총회 무효 확인소를 제기했다. 손 원장은 먼저 “총회의 소집·개최 없이 전자적 방식에 의한 찬반투표 또는 위임장 제출만으로 총회 결의를 갈음하는 것은 정관상 허용하지 않으므로 그 결의 방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재가연대 회원 380여 명 중 재가연대는 185명을 상대로만 총회 소집을 통지해 회원 과반수에 대해 소집 통지를 누락해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교단자정센터, 불교아카데미 회원 모두 정회원으로 의결권을 부여받는 관행이 있었으나, 2023년 6월 29일 정관 개정이 아닌 내규 개정으로 구성원 자격을 변경한 것은 정관 규정 잠탈 행위이자 회원 기본권을 본질적 침해한 것”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총회 소집 공고 당시 회의 목적사항을 구체적으로 고지하지 않고 2023년 7월 14일에야 불신임 또는 선출될 임원 등을 포함한 총회 안건을 공고, 총회 개최 15일 전까지 일시 장소 및 안건을 기재하여 회원에게 공고하여야 한다는 정관을 위배하였다”고 보았다.
나아가 “상임대표가 총회를 소집하더라도 총회의 주재, 진행 및 표결 확인은 총회의장만 할 수 있으나, 총회의장이 선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총회 결의를 한 것은 위법”하고, “총회 결의를 가결시키기 위해 총회 직전에 회비를 납부해 정회원 자격을 가진 신규 가장회원을 양상하는 방법으로 총회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았다.
법원은 판단은 명료했다. 민법상 사단법인의 총회 결의는 정관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회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회원 결의권의 과반수로서 한다. 총회 소집은 1주간 전에 회의 목적사항을 기재한 통지를 발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정관에 다른 규정이 없는 한 총회는 통지가 이루어진 사항에 관하여서만 결의할 수 있다. 또한 총회는 소집 개최 절차가 이루어진 총회에 회원이 참석해 결의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한다. 서면결의는 사원의 의사를 반영하도록 하는 사원권 행사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게 법원의 법리 판단이다.
이에 법원은 “재가연대는 서면 또는 전자적 투표에 의한 결의를 허용하는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음에도 총회의 개최 없이 전자적 투표만으로 총회 결의를 갈음하여 총회 결의를 하였다.”면서 “이는 결의 방법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총회 결의는 무효인 결의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결의 방법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손 원장이 제기한 다른 주장은 아예 판단하지 않았다. 이미 정관을 어긴 총회 소집과 진행은 중대한 하자로 총회가 원천 무효화되기에 다른 무효 사유 주장은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재가연대 정관을 종합하면 감사의 불신임, 정관 개정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총회는 원칙적으로 대면총회만 가능하고, 재가연대의 정관은 전자적 방식에 의한 찬반투표만으로 총회 소집을 갈음하는 결의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 총회 결의인 감사 이혜숙에 대한 불신임 안건과 총회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본부에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에게만 부여한다는 내용의 정관 변경 여부를 온라인 찬반 투표만으로 결정하는 결의로 이 사건 총회 결의 이전 회원들 사이에 충분한 토의나 설명이 없었다.
재가연대 내 전문기관의 회원들은 종전까지 부여된 부여된 의결권을 상실하게 되므로 의사결정은 여러 회원의 의사를 모아 토론하는 민주적 의사결정방식에 의해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본부와 전문기관 등 관계 정립은 설명과 의견수렴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의사형성과정이 차단되는 전자적 투표만으로 결의가 가능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재가연대 현 집행부는 의사결정 방식에 기존 산하단체 회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총회에 아예 참석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때문에 법원은 “총회 개최가 불가능하거나 긴급하게 진행할 필요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2023년 3월 31일자 정기총회가 회원들의 반대로 부결되지 이를 회피하고 이 사건 총회 안건을 가결시킬 목적으로 총회를 개최하는 대신 온라인 찬반투표를 진행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손상훈 원장 등 회원들이 제기한 대로 총회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가연대는 박광서 상임대표가 취임한 후 그를 신격화하고 옹호하는 재가결사 조직이 단체의 역사성을 무시하고 정체성을 훼손하며 개인의 전횡에 휘둘린다는 내부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더욱이 성차별 발언 당사자를 공동대표로 선출하자 박광서 전 대표와 그를 따르는 인사들로 인해 ‘사조직화’ 내지 ‘사당화’했다고 크게 우려해 왔다.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운영되며, 불교계 가장 오래된 재가불자들의 모임체이자 연대체인 재가연대가 다른 시민단체와 연대에서 중심 역할을 포기하고 사조직화됐다고 판단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사회부조리를 비판하고 불교종단의 내부 문제를 공론화하며 자정을 요구해 온 재가연대가 특정 인물의 사조직화되고, 총회 소집과 개최, 의결 과정에서 정관을 위배하고 절차도 무시하는 비민주적인 행위도 모자라 회원을 의도적으로 배척하는 등의 파행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법원 판결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데 어떤 자극제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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