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선리연구원(원장 법진)은 지난 18일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만해홀에서 만해 한용운 스님 80주기를 맞아 ‘만해와 독립운동’을 주제로 추모 학술제를 개최했다.
한국불교선리연구원장 법진 스님은 “해마다 맞이하는 6월이지만 80주년이라는 숫자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며 “일제 치하에서 조국의 독립과 민족 불교 수호를 위해 애쓰신 선사의 노력을 되짚어 보면, 우리는 과연 얼마나 선사의 고매한 뜻을 선양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선학원 이사장 지광 스님은 축사에서 “만해 스님 80주기 추모학술제에서 스님의 사상이 독립운동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알아가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용운 스님 80주기 추모학술제는 ‘만해와 독립운동’이라는 큰 주제 아래 두 발표자가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에 대한 시대적, 사상적 연구와 서지적 관계에 대한 꼼꼼한 분석을 내놨다.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은 만해 스님이 1919년 3·1 만세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투옥된 후 일본인 검사의 심문에 대한 답을 적은 글로, 그해 11월 4일 중국 상해에서 발간된 <독립신문> 25호에 개재됐다.
특히, 이 글은 불교를 바탕으로 한 자유와 평등은 물론, 근대주의를 탈피한 스님의 독립운동과 독립사상을 체계적이고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제1주제 발표를 맡은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오경후 교수는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은 세계와 국내정세에 정통했던 상황인식에 기초해 조선독립의 근거를 보편적이고 현실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만해의 독립운동과 독립사상 연구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 교수는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사상적 배경에는 만해가 이미 1910년 <조선불교유신론>에서 피력한 ‘평등주의’와 ‘구세주의’가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오경후 교수는 “만해는 조선불교유신론에서 국제정세를 해독하면서 불교가 장래 문명에 적합한 사상이라고 확신했다.”며 “결국 만해가 조선의 독립을 위해 내세운 자유와 평화, 평등은 불교를 기초로 수립됐다.”고 말했다.
위덕대학교 황상준 교수는 논평에서 “오경후 교수의 연구는 기존 학계에서 만해 스님의 자유와 평화가 근대시대 사조와 세계정세, 서구철학사상 등을 기초로 형성됐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만해 사상에는 불교가 자유와 평화, 평등의 원천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발전적인 연구가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동명대학교 박재현 교수는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서지적 관계와 내용분석에 대해 발표했다.
박재현 교수는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이 ‘기미독립선언서(己未獨立宣言書)’, 신채호의 ‘조선혁명선언(朝鮮革命宣言)’과 더불어 일제강점기 조선의 독립의지를 표명한 3대 명문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또한, 이 문건들은 일제강점기 조선의 반제국주의, 항일 독립의식, 민족의식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민족사적으로 큰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에 대해서는 그동안 학술적 연구가 미진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부정확한 정보와 민족적 감정까지 뒤섞여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은 명칭부터 확정되지 않아 여러 제목이 혼용되고 있고 서지 관련 사항도 많은 부분 구술과 기억에 의존해 전해진 이야기일 뿐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일화들이 많다.”며 “표기와 내용 번역들의 문제도 검토해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재현 교수는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사상적 특징이 조선 독립의 근거를 인간과 생명의 보편적 가치에 입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그 사상적 두 축을 ‘민족자존’과 ‘자유주의’로 정리했다.
그는 “<감상>에 드러난 만해의 사상은 생명으로서 개인의 자유와 평등 사회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당시의 주요 사조 가운데 하나였던 아니키즘과의 사상적 친영성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희대학교 이선이 교수는 논평에서 “박 교수의 발표가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 유통본에 드러난 번역상의 오류에 대해 주목하고 이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전집 발간이나 연구진행에서 의미 있는 참고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기존 연구와는 달리 글의 사상적 바탕을 ‘민족자존’과 ‘자유주의’로 명확하게 표한한 발표자의 시각은 향후 연구에 좋은 디딤돌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국불교선리연구원장 법진 스님은 총평에서 “만해 스님의 행적과 관련해 구술로 전해진 내용의 진위여부는 추가적인 연구와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라며 “스님이 독립지사로 활동 할 수 있도록 내조한 유씨 부인과 딸 한영숙 여사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연구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