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대 총장조차 능력보다 정치적 안배?
승가대 총장조차 능력보다 정치적 안배?
  • 이혜조 기자
  • 승인 2008.11.25 11:07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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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총무원 "영담스님쪽이라서 안된다"
총무원장 선거 등 맞물려 '야합' 가능성

'현대적 승려양성기관'인 중앙승가대가 차기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잡음을 내고 있다.

능력보다 정치적 호불호를 먼저 따지는 조계종 특유의 악습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무원장 선거와도 맞물려 합종연횡의 단면을 보여주는 등 양상은 복잡한데 정작 본연인 승가대 발전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모습이다.

1979년 설립된 중앙승가대는 올해로 26회까지 모두 1,438명의 학부 졸업생을 배출했다. 승려들만을 위한 유일한 양성기관이자 현대화 교육의 산실이다.

차기 총장은 향후 30년의 대계를 마련, 실천해야하는 중대한 자리다. 말로만 내세우던 한국의 나란타대학으로 발돋움시킬 기회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도자 중 한 명인 이사장은, 법인정관에 따르면 이사 가운데 호선하도록 하고 있으나 조계종 종헌종법에 따라 총무원장이 당연직을 맡아왔다.

따라서 총장의 위치가 대단히 중요하다. 3,4대 총장을 연임한 종범 스님은 마중물(승가대 후원회)을 결성, 매달 5,000명의 소액 후원 회원을 통해 월 3,000만원의 후원금을 거두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총동문회장 정념 스님을 비롯한 상당수 동문들이 종범 스님의 재임을 원한 이유다.

그러나 종범 스님의 재임은 총무원장(당연직 이사장)의 반대와 본인의 고사로 '없던 일'이 되었다. 대신에 총무원장 스님은 상좌인 태원 스님(중앙승가대 교수)를 밀었다. 태원 스님은 곧 건강상의 이유로 고사했다. 이번에는 종석 스님이 후보로 나섰으나 역시 일신상의 이유로 출마를 그만뒀다.

4차례에 걸친 총장추천위원회는 지난 20일 마지막 회의에서 정인 스님(중앙승가대 교수)을 단독후보로 만장일치로 추천, 이사회에 통보했다. 총장추천위원회는 교수 동문회 대학원 학생회 등 19명으로 구성돼 매번 총장 후보자를 추천해왔으며 이사회에서는 그동안 별 이의를 달지 않고 추천대로 총장을 선출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마지막 총장추천위원회에서 승가학원(법인) 관계자는 총장추천위에 "총장 후보자를 북수로 추천해달라는 총무원의 요구가 있었다"고 통보했다. 물론 총장추천위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거부, 정인 스님을 단독 추천했다. 정인 스님은 교수협의회에서 먼저 추천한 단일 후보였다.

총장추천위 위원인 A스님은 "총장 후보를 복수 추천하라는 것은 승가대에서 몇 되지 않는 교수들 사이에 갈등을 불러올 수 있는 등 모양새가 좋지 않으며, 전례가 없었다. 복수추천하면 들러리서는 한 명의 심정은 어떻겠냐"며 "총무원의 요청은 결국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지시라고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총무원이나 총무원장이 정인 스님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정인 스님이 영담 스님(불교방송 이사장)의 측근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총장 추천위원인 B스님은 "교수협의회에서 추천한데 이어 총장추천위원회에서 다시 만장일치로 추천했는데 특정 인맥이라는 이유로 반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정인 스님은 영담 스님의 조카뻘이다. 정인 스님의 은사인 보광 스님과 지관 스님의 사이가 좋지 않은 것도 정인 스님 불가론을 총무원이 외치는 이유다.

처음에 종범 스님의 재임을 반대하던 지관 스님도 태원 스님의 뜻하지 않은 고사에 따라 종범 스님을 지지키로 했다고 승가대 관계자는 주장했다. 그러면서 총무원측은 "정인 스님을 아무리 추천해봐야 이사회에서 선출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까지 흘리고 있다.

결국 총무원측은 이래저래 부담스러운 정인 스님을 총장으로 선출하느니 종범 스님과 정인 스님을 복수추천토록해 종범 스님 재임을 돕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종범 스님은 현재까지도 총장을 재임할 의사가 전혀 없다.

중앙종회 의원 C스님은 "이번 승가대 총장 선출 논란은 단순히 승가대 총장이 누가되느냐라는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총동문회장 정념 스님에 대한 견제, 내년 총무원장 선거에서의 야합 등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다"고 했다.

이 스님은 "일부에서는 총동문회장 정념 스님의 힘을 분산하기 위해 정인 스님을 추천한 면도 없지 않다"며 "유심히 볼 것은 정인 스님이 총장이 되는 데 반대하는 것은 내년 총무원장 선거와 맞물려 총무원장, 전 종회의장, 총동문회장 스님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동국대 이사장 영배 스님이 12월 중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차기 동국대 이사장에 지관 스님이 옮겨가고 내년 초 조기 총무원장 선거를 치른다는 얘기들이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지관 스님이 동국대 이사장으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동국대 이사들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종범 스님 재임을 반대하던 지관 스님은 울며겨자먹기로 종범 스님을 지지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총무원장이 처음부터 종범 스님을 반대한 것이 아니었다는 주장도 편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승가대의 향후 30년의 발판을 만들 총장자리를 능력보다는 정치적 이익쟁취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한 승가대의 미래는 암울하다.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인들이 양산되면 한국 불교의 미래조차 어둡다. 정치적 안배에 떼밀려 선출된 총장 밑에서 배우는 학인들의 앞날은 자명하다.

26일 오전1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차기 총장 선출을 위한 승가학원 이사회에 종도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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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 2008-11-26 08:12:37
영담스님이 본질이 아니라고 밝혔건만... 거기다 중언부언이시네.

또하나더 2008-11-25 20:36:23
모든게 이런식이다. 부종수교로 종단 지켜낸 사람들, 다 뒷방 신세...
돈 잘쓰고 정치 잘하면 큰스님 행세...이게 조계종 현실 아니요?
마곡사 또 터진다고 소문 자자한데 종단은 그거 하나 제대로 손대지 못하니 희망이 있기는 있는거요?

하나더 2008-11-25 17:17:29
지금 MB치하 우리나라 문제점이 뭔가?
단지 자기와 코드가 안맞다, 자기 계파가 아니다라는 이유만으로
이전 정권에서 능력있고 일잘하던 이들을 전부 내쫓고
능력도 없으면서 단지 자기와 코드가 맞다, 자기 계파다, 교회 친구다라는 이유만으로
중요직책에 앉히면서
멀쩡하던 경제를 IMF직전으로 몰아넣고 있지 않은가?
그래놓고서는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 때문이다, 좌파정권 탓이다 하지 않냐?
여기서 MB -> 지관, 경제 -> 불교, IMF -> 법난, 글로벌 위기 -> 종교편향, 좌파정권 -> 영담 으로 바꿔바라.
딱 그대로 아니냐?

아랫분 2008-11-25 17:12:35
칼럼에서 하고자하는 말은 "코드인사 타파, 능력위주 인사"인데
왜 여기서 엉뚱하게 영담스님 목따발언이 나오는가?
비판을 하려면 영담스님측도 능력인사 안하고 계파 코드 챙기기만 골몰해서
석왕사 망가지고 동국대 망가지고 불교방송 망가지고 북한돕기 망가졌다라고 해야지
왜 본질과 한참 동떨어진 목따발언 갖고 물고늘어지는지 모르겠다.
이런식으로 현 총무원측을 옹호한다고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진 한국불교가 되살아나는가?

맞는 말 2008-11-25 15:49:11
자기 나와바리에 집착하는 건 영담스님 쪽도 만만하지 않은 것 같던데...?
공중파 방송에 얼굴내밀고 "목을 따야한다"는 발언으로
그 방송을 본 모든 국민들이 경악시킨 장본인이 그 분 아니신가.
부처님을 부활시킨다해도 난 영담같은 분은 반댈세.

본질이야 영담스님이 아니겠지만, 이런 관계를 해소되지 않으면
언제나 니탓내탓하며 지금과 같은 갈등은 항상 일어날 수 밖에 없겠지.

이제 부처님 얼굴에 똥칠한 사람들 이름은 좀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님들이 불교를 개망나니 종교로 만들어도 소위 큰스님이란 영감님들은
기침소리 한 번 못내고 보살들 주머니나 넘보고 있으니
한국불교가 어찌 제대로 길을 찾을지...참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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