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165. 유리, 얼음, 흙, 나무
[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165. 유리, 얼음, 흙, 나무
  • 전재민 시인
  • 승인 2024.06.04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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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때로
유리나 얼음조각으로 만들어져 산산조각이 나지 않을지
고통이 온몸 구석구석을 파고들 때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 몸은 찰흙으로 만들어져 숨을 불어 넣었다니
숨이야말로 우리 삶이 아닐런지
숨쉬기에 집중해서 숨 속에 숨은 내 생명을 들여다본다.

나무로 깎아 만든 불상에 금칠을 하고 부처님이라 부른다
그저 나무토막일 뿐이라며 우상숭배라 하지만
우리도 흙으로 만들어
사람이라 불리 울 뿐이다.
 

#작가의 변

어제 이사하는 날
피클오이 2개 점심, 피망 한 개 저녁

이삿짐 회사에 10시에 오라고 하고 도착하는 것을 보고 나는 미니밴에 실어 놓은 짐을 가지고 출발했다. 들어가는 아파트 키도 받아두고 서류 정리 끝내고 미리 실은 짐을 내려놓기 위해서였다.

랭리 아파트에 가니 보증금을 낼 때 있던 남자 직원 말고 여자 직원이 있었다. 원래 계약은 6월1일부터인데 3일 먼저 들어오니까 하루에 70불씩 계산해서 3일 치 210불을 내라고 해서 캐시를 내밀었더니 지난번 다른 직원이 얘기 안 해 주더냐고 묻는다.

“뭐를?”

“우린 캐시 안 받는다”

그러면서 뱅크에 가서 뱅크드래프트 수표를 끊어 오란다. 랭리에 내가 다니는 은행을 찾아보니 한인 마켓 인근에 있는 곳이 제일 가깝다. 그러면서 30분 준다고 해서 가서 보니 줄이 길다. 은행수표를 받아서 오는데 직원이 전화로 아직이냐고 한다. 금방 도착할 거라 했더니 뭐라고 했는데 들리지 않았다. 사무실에 가니 아무도 없어 전화하니 임대 호실로 오라고 한다. 그래서 현관이 어딨나 찾다 건물 한 바퀴를 돌게 됐다.

3일 치 주고 계약서에 사인하고 법과 규칙을 잘 지키겠다는 것에도 사인 팼다. 그리고 키를 받고 임대 호실을 살피고 다 끝났다 싶어 짐을 나르게 시작했는데 아내가 정리 중인 먼저 살던 아파트 상황이 궁금해서 전화하니 전화도 받지 않는다.

점심때도 지나고 배도 고파 베이비 오이 2개를 먹었다. 대충 짐을 내리고 무거워 내가 어쩔 수 없는 컴퓨터와 다른 짐만 있었다.

이삿짐 차가 오면 주차하기 좋게 자리 잡기 위해 점프 케이블 가방과 다른 가방을 나누었더니 안에 들어갔다 나온 뒤 두 물건이 없어지고 BMW 차가 주차하고 있어서, 거기 무빙 트럭 자리라고 했더니 잠시만 주차한다고 했다. 문제는 잃어버린 물건이었다.

아내가 가만있으랬더니 일을 만들었다고 화를 냈다. 짐을 정리하면서 베란다 문을 여니 소리가 좀 심했다. 그러자 위층에서 바닥을 쾅쾅 치면서 욕을 해댔다. 저녁 8시인데.







먹을 거 사 먹으러 갈려니 핸드폰 배터리가 떨어져 네비게이션을 쓰지 못해 밖을 나가지도 못하다가 백에 피망이 있어 씻어서 먹었다.

베이비 피클 오이 2개 점심. 피망 하나 저녁.

이삿짐은 자정을 넘겨 밤 1시가 되어서 끝나고 가격 흥정이 있었다. 아내는 두 사람이 일을 해 늦은 거라고 하고, 그래서 깎아준 거라 한다.

어제 아니 새벽에 발과 다리가 너무 아파 따뜻한 물에 좌욕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짐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곯아떨어져 아침 7시에 일어나니 잠은 잘 안 오고 새소리도 들려서 새벽 4시에 깼다는 아내가 먼저 집에 가서 아침 먹고 나머지 화장실과 복도 옷장 정리와 키친 정리하자고 해서 나왔다.

온몸이 쑤시고 부은 것 같다. 오늘 거실과 방 카펫 청소하러 오니 그것부터 치우고 청소기 돌리자고 해서 그렇게 하다 아침밥을 만둣국에 말아 먹고, 이사 오는 다른 집 일하는 사람들한테 말을 걸었다고 점심으로 피자 먹을래 해서 2조각을 얻어먹었다. 10년을 살아 렌트비가 낮았는데 매니지먼트가 나가라고 노티스 줘서, 랭리에 지금보다 작은 아파트를 700불을 더 주고 얻었다고 했더니 놀란다. 부동산도 렌트도 미쳤다. 3천불이 넘는 렌트 실수령액, 3천을 매월 버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 번다고 해도 그걸 다 렌트비로 내면 뭘로 먹고사냐고 했더니 공감한다.

카펫 청소 인부가 와서 카펫 청소를 하고 갔다. 우린 아직 화장실과 주방 정리를 끝내지 못했고, 베란다 화분도 있다. 우리가 나무토막이나 유리, 얼음조각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인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은 고통이 있기 때문이다. 생로병사 희노애락 중에 가장 피부에 와 닿고 고통이 심한 것이 사실 우리가 살아 있는 나의 몸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기쁨은 짧고 흥분이 되어 있을 때는 일부의 생각 일부의 시각 일부의 기쁨에 함몰되는 경우가 많다. 싫다는 감정이 앞서면 모든 게 싫어지듯 고통이 나의 몸이 나를 봐 달라고 부른다. 내가 내 몸에 너무 무심했구나 하고 들여다볼 줄 알아야 자성을 찾을 수 있다.

고통이 주는 시그널과 외롭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내 마음을 어루만지고 쓰다듬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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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때로
유리나 얼음조각으로 만들어져 산산조각이 나지 않을지
고통이 온몸 구석구석을 파고들 때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 몸은 찰흙으로 만들어져 숨을 불어 넣었다니
숨이야말로 우리 삶이 아닐런지
숨쉬기에 집중해서 숨 속에 숨은 내 생명을 들여다본다.

나무로 깎아 만든 불상에 금칠을 하고 부처님이라 부른다
그저 나무토막일 뿐이라며 우상숭배라 하지만
우리도 흙으로 만들어
사람이라 불리 울 뿐이다.
 

#작가의 변

어제 이사하는 날
피클오이 2개 점심, 피망 한 개 저녁

이삿짐 회사에 10시에 오라고 하고 도착하는 것을 보고 나는 미니밴에 실어 놓은 짐을 가지고 출발했다. 들어가는 아파트 키도 받아두고 서류 정리 끝내고 미리 실은 짐을 내려놓기 위해서였다.

랭리 아파트에 가니 보증금을 낼 때 있던 남자 직원 말고 여자 직원이 있었다. 원래 계약은 6월1일부터인데 3일 먼저 들어오니까 하루에 70불씩 계산해서 3일 치 210불을 내라고 해서 캐시를 내밀었더니 지난번 다른 직원이 얘기 안 해 주더냐고 묻는다.

“뭐를?”

“우린 캐시 안 받는다”

그러면서 뱅크에 가서 뱅크드래프트 수표를 끊어 오란다. 랭리에 내가 다니는 은행을 찾아보니 한인 마켓 인근에 있는 곳이 제일 가깝다. 그러면서 30분 준다고 해서 가서 보니 줄이 길다. 은행수표를 받아서 오는데 직원이 전화로 아직이냐고 한다. 금방 도착할 거라 했더니 뭐라고 했는데 들리지 않았다. 사무실에 가니 아무도 없어 전화하니 임대 호실로 오라고 한다. 그래서 현관이 어딨나 찾다 건물 한 바퀴를 돌게 됐다.

3일 치 주고 계약서에 사인하고 법과 규칙을 잘 지키겠다는 것에도 사인 팼다. 그리고 키를 받고 임대 호실을 살피고 다 끝났다 싶어 짐을 나르게 시작했는데 아내가 정리 중인 먼저 살던 아파트 상황이 궁금해서 전화하니 전화도 받지 않는다.

점심때도 지나고 배도 고파 베이비 오이 2개를 먹었다. 대충 짐을 내리고 무거워 내가 어쩔 수 없는 컴퓨터와 다른 짐만 있었다.

이삿짐 차가 오면 주차하기 좋게 자리 잡기 위해 점프 케이블 가방과 다른 가방을 나누었더니 안에 들어갔다 나온 뒤 두 물건이 없어지고 BMW 차가 주차하고 있어서, 거기 무빙 트럭 자리라고 했더니 잠시만 주차한다고 했다. 문제는 잃어버린 물건이었다.

아내가 가만있으랬더니 일을 만들었다고 화를 냈다. 짐을 정리하면서 베란다 문을 여니 소리가 좀 심했다. 그러자 위층에서 바닥을 쾅쾅 치면서 욕을 해댔다. 저녁 8시인데.





우리 몸은 때로
유리나 얼음조각으로 만들어져 산산조각이 나지 않을지
고통이 온몸 구석구석을 파고들 때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 몸은 찰흙으로 만들어져 숨을 불어 넣었다니
숨이야말로 우리 삶이 아닐런지
숨쉬기에 집중해서 숨 속에 숨은 내 생명을 들여다본다.

나무로 깎아 만든 불상에 금칠을 하고 부처님이라 부른다
그저 나무토막일 뿐이라며 우상숭배라 하지만
우리도 흙으로 만들어
사람이라 불리 울 뿐이다.
 

#작가의 변

어제 이사하는 날
피클오이 2개 점심, 피망 한 개 저녁

이삿짐 회사에 10시에 오라고 하고 도착하는 것을 보고 나는 미니밴에 실어 놓은 짐을 가지고 출발했다. 들어가는 아파트 키도 받아두고 서류 정리 끝내고 미리 실은 짐을 내려놓기 위해서였다.

랭리 아파트에 가니 보증금을 낼 때 있던 남자 직원 말고 여자 직원이 있었다. 원래 계약은 6월1일부터인데 3일 먼저 들어오니까 하루에 70불씩 계산해서 3일 치 210불을 내라고 해서 캐시를 내밀었더니 지난번 다른 직원이 얘기 안 해 주더냐고 묻는다.

“뭐를?”

“우린 캐시 안 받는다”

그러면서 뱅크에 가서 뱅크드래프트 수표를 끊어 오란다. 랭리에 내가 다니는 은행을 찾아보니 한인 마켓 인근에 있는 곳이 제일 가깝다. 그러면서 30분 준다고 해서 가서 보니 줄이 길다. 은행수표를 받아서 오는데 직원이 전화로 아직이냐고 한다. 금방 도착할 거라 했더니 뭐라고 했는데 들리지 않았다. 사무실에 가니 아무도 없어 전화하니 임대 호실로 오라고 한다. 그래서 현관이 어딨나 찾다 건물 한 바퀴를 돌게 됐다.

3일 치 주고 계약서에 사인하고 법과 규칙을 잘 지키겠다는 것에도 사인 팼다. 그리고 키를 받고 임대 호실을 살피고 다 끝났다 싶어 짐을 나르게 시작했는데 아내가 정리 중인 먼저 살던 아파트 상황이 궁금해서 전화하니 전화도 받지 않는다.

점심때도 지나고 배도 고파 베이비 오이 2개를 먹었다. 대충 짐을 내리고 무거워 내가 어쩔 수 없는 컴퓨터와 다른 짐만 있었다.

이삿짐 차가 오면 주차하기 좋게 자리 잡기 위해 점프 케이블 가방과 다른 가방을 나누었더니 안에 들어갔다 나온 뒤 두 물건이 없어지고 BMW 차가 주차하고 있어서, 거기 무빙 트럭 자리라고 했더니 잠시만 주차한다고 했다. 문제는 잃어버린 물건이었다.

아내가 가만있으랬더니 일을 만들었다고 화를 냈다. 짐을 정리하면서 베란다 문을 여니 소리가 좀 심했다. 그러자 위층에서 바닥을 쾅쾅 치면서 욕을 해댔다. 저녁 8시인데.







먹을 거 사 먹으러 갈려니 핸드폰 배터리가 떨어져 네비게이션을 쓰지 못해 밖을 나가지도 못하다가 백에 피망이 있어 씻어서 먹었다.

베이비 피클 오이 2개 점심. 피망 하나 저녁.

이삿짐은 자정을 넘겨 밤 1시가 되어서 끝나고 가격 흥정이 있었다. 아내는 두 사람이 일을 해 늦은 거라고 하고, 그래서 깎아준 거라 한다.

어제 아니 새벽에 발과 다리가 너무 아파 따뜻한 물에 좌욕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짐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곯아떨어져 아침 7시에 일어나니 잠은 잘 안 오고 새소리도 들려서 새벽 4시에 깼다는 아내가 먼저 집에 가서 아침 먹고 나머지 화장실과 복도 옷장 정리와 키친 정리하자고 해서 나왔다.

온몸이 쑤시고 부은 것 같다. 오늘 거실과 방 카펫 청소하러 오니 그것부터 치우고 청소기 돌리자고 해서 그렇게 하다 아침밥을 만둣국에 말아 먹고, 이사 오는 다른 집 일하는 사람들한테 말을 걸었다고 점심으로 피자 먹을래 해서 2조각을 얻어먹었다. 10년을 살아 렌트비가 낮았는데 매니지먼트가 나가라고 노티스 줘서, 랭리에 지금보다 작은 아파트를 700불을 더 주고 얻었다고 했더니 놀란다. 부동산도 렌트도 미쳤다. 3천불이 넘는 렌트 실수령액, 3천을 매월 버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 번다고 해도 그걸 다 렌트비로 내면 뭘로 먹고사냐고 했더니 공감한다.

카펫 청소 인부가 와서 카펫 청소를 하고 갔다. 우린 아직 화장실과 주방 정리를 끝내지 못했고, 베란다 화분도 있다. 우리가 나무토막이나 유리, 얼음조각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인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은 고통이 있기 때문이다. 생로병사 희노애락 중에 가장 피부에 와 닿고 고통이 심한 것이 사실 우리가 살아 있는 나의 몸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기쁨은 짧고 흥분이 되어 있을 때는 일부의 생각 일부의 시각 일부의 기쁨에 함몰되는 경우가 많다. 싫다는 감정이 앞서면 모든 게 싫어지듯 고통이 나의 몸이 나를 봐 달라고 부른다. 내가 내 몸에 너무 무심했구나 하고 들여다볼 줄 알아야 자성을 찾을 수 있다.

고통이 주는 시그널과 외롭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내 마음을 어루만지고 쓰다듬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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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거 사 먹으러 갈려니 핸드폰 배터리가 떨어져 네비게이션을 쓰지 못해 밖을 나가지도 못하다가 백에 피망이 있어 씻어서 먹었다.

베이비 피클 오이 2개 점심. 피망 하나 저녁.

이삿짐은 자정을 넘겨 밤 1시가 되어서 끝나고 가격 흥정이 있었다. 아내는 두 사람이 일을 해 늦은 거라고 하고, 그래서 깎아준 거라 한다.

어제 아니 새벽에 발과 다리가 너무 아파 따뜻한 물에 좌욕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짐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곯아떨어져 아침 7시에 일어나니 잠은 잘 안 오고 새소리도 들려서 새벽 4시에 깼다는 아내가 먼저 집에 가서 아침 먹고 나머지 화장실과 복도 옷장 정리와 키친 정리하자고 해서 나왔다.

온몸이 쑤시고 부은 것 같다. 오늘 거실과 방 카펫 청소하러 오니 그것부터 치우고 청소기 돌리자고 해서 그렇게 하다 아침밥을 만둣국에 말아 먹고, 이사 오는 다른 집 일하는 사람들한테 말을 걸었다고 점심으로 피자 먹을래 해서 2조각을 얻어먹었다. 10년을 살아 렌트비가 낮았는데 매니지먼트가 나가라고 노티스 줘서, 랭리에 지금보다 작은 아파트를 700불을 더 주고 얻었다고 했더니 놀란다. 부동산도 렌트도 미쳤다. 3천불이 넘는 렌트 실수령액, 3천을 매월 버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 번다고 해도 그걸 다 렌트비로 내면 뭘로 먹고사냐고 했더니 공감한다.

카펫 청소 인부가 와서 카펫 청소를 하고 갔다. 우린 아직 화장실과 주방 정리를 끝내지 못했고, 베란다 화분도 있다. 우리가 나무토막이나 유리, 얼음조각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인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은 고통이 있기 때문이다. 생로병사 희노애락 중에 가장 피부에 와 닿고 고통이 심한 것이 사실 우리가 살아 있는 나의 몸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우리 몸은 때로
유리나 얼음조각으로 만들어져 산산조각이 나지 않을지
고통이 온몸 구석구석을 파고들 때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 몸은 찰흙으로 만들어져 숨을 불어 넣었다니
숨이야말로 우리 삶이 아닐런지
숨쉬기에 집중해서 숨 속에 숨은 내 생명을 들여다본다.

나무로 깎아 만든 불상에 금칠을 하고 부처님이라 부른다
그저 나무토막일 뿐이라며 우상숭배라 하지만
우리도 흙으로 만들어
사람이라 불리 울 뿐이다.
 

#작가의 변

어제 이사하는 날
피클오이 2개 점심, 피망 한 개 저녁

이삿짐 회사에 10시에 오라고 하고 도착하는 것을 보고 나는 미니밴에 실어 놓은 짐을 가지고 출발했다. 들어가는 아파트 키도 받아두고 서류 정리 끝내고 미리 실은 짐을 내려놓기 위해서였다.

랭리 아파트에 가니 보증금을 낼 때 있던 남자 직원 말고 여자 직원이 있었다. 원래 계약은 6월1일부터인데 3일 먼저 들어오니까 하루에 70불씩 계산해서 3일 치 210불을 내라고 해서 캐시를 내밀었더니 지난번 다른 직원이 얘기 안 해 주더냐고 묻는다.

“뭐를?”

“우린 캐시 안 받는다”

그러면서 뱅크에 가서 뱅크드래프트 수표를 끊어 오란다. 랭리에 내가 다니는 은행을 찾아보니 한인 마켓 인근에 있는 곳이 제일 가깝다. 그러면서 30분 준다고 해서 가서 보니 줄이 길다. 은행수표를 받아서 오는데 직원이 전화로 아직이냐고 한다. 금방 도착할 거라 했더니 뭐라고 했는데 들리지 않았다. 사무실에 가니 아무도 없어 전화하니 임대 호실로 오라고 한다. 그래서 현관이 어딨나 찾다 건물 한 바퀴를 돌게 됐다.

3일 치 주고 계약서에 사인하고 법과 규칙을 잘 지키겠다는 것에도 사인 팼다. 그리고 키를 받고 임대 호실을 살피고 다 끝났다 싶어 짐을 나르게 시작했는데 아내가 정리 중인 먼저 살던 아파트 상황이 궁금해서 전화하니 전화도 받지 않는다.

점심때도 지나고 배도 고파 베이비 오이 2개를 먹었다. 대충 짐을 내리고 무거워 내가 어쩔 수 없는 컴퓨터와 다른 짐만 있었다.

이삿짐 차가 오면 주차하기 좋게 자리 잡기 위해 점프 케이블 가방과 다른 가방을 나누었더니 안에 들어갔다 나온 뒤 두 물건이 없어지고 BMW 차가 주차하고 있어서, 거기 무빙 트럭 자리라고 했더니 잠시만 주차한다고 했다. 문제는 잃어버린 물건이었다.

아내가 가만있으랬더니 일을 만들었다고 화를 냈다. 짐을 정리하면서 베란다 문을 여니 소리가 좀 심했다. 그러자 위층에서 바닥을 쾅쾅 치면서 욕을 해댔다. 저녁 8시인데.







먹을 거 사 먹으러 갈려니 핸드폰 배터리가 떨어져 네비게이션을 쓰지 못해 밖을 나가지도 못하다가 백에 피망이 있어 씻어서 먹었다.

베이비 피클 오이 2개 점심. 피망 하나 저녁.

이삿짐은 자정을 넘겨 밤 1시가 되어서 끝나고 가격 흥정이 있었다. 아내는 두 사람이 일을 해 늦은 거라고 하고, 그래서 깎아준 거라 한다.

어제 아니 새벽에 발과 다리가 너무 아파 따뜻한 물에 좌욕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짐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곯아떨어져 아침 7시에 일어나니 잠은 잘 안 오고 새소리도 들려서 새벽 4시에 깼다는 아내가 먼저 집에 가서 아침 먹고 나머지 화장실과 복도 옷장 정리와 키친 정리하자고 해서 나왔다.

온몸이 쑤시고 부은 것 같다. 오늘 거실과 방 카펫 청소하러 오니 그것부터 치우고 청소기 돌리자고 해서 그렇게 하다 아침밥을 만둣국에 말아 먹고, 이사 오는 다른 집 일하는 사람들한테 말을 걸었다고 점심으로 피자 먹을래 해서 2조각을 얻어먹었다. 10년을 살아 렌트비가 낮았는데 매니지먼트가 나가라고 노티스 줘서, 랭리에 지금보다 작은 아파트를 700불을 더 주고 얻었다고 했더니 놀란다. 부동산도 렌트도 미쳤다. 3천불이 넘는 렌트 실수령액, 3천을 매월 버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 번다고 해도 그걸 다 렌트비로 내면 뭘로 먹고사냐고 했더니 공감한다.

카펫 청소 인부가 와서 카펫 청소를 하고 갔다. 우린 아직 화장실과 주방 정리를 끝내지 못했고, 베란다 화분도 있다. 우리가 나무토막이나 유리, 얼음조각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인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은 고통이 있기 때문이다. 생로병사 희노애락 중에 가장 피부에 와 닿고 고통이 심한 것이 사실 우리가 살아 있는 나의 몸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기쁨은 짧고 흥분이 되어 있을 때는 일부의 생각 일부의 시각 일부의 기쁨에 함몰되는 경우가 많다. 싫다는 감정이 앞서면 모든 게 싫어지듯 고통이 나의 몸이 나를 봐 달라고 부른다. 내가 내 몸에 너무 무심했구나 하고 들여다볼 줄 알아야 자성을 찾을 수 있다.

고통이 주는 시그널과 외롭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내 마음을 어루만지고 쓰다듬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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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은 짧고 흥분이 되어 있을 때는 일부의 생각 일부의 시각 일부의 기쁨에 함몰되는 경우가 많다. 싫다는 감정이 앞서면 모든 게 싫어지듯 고통이 나의 몸이 나를 봐 달라고 부른다. 내가 내 몸에 너무 무심했구나 하고 들여다볼 줄 알아야 자성을 찾을 수 있다.

고통이 주는 시그널과 외롭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내 마음을 어루만지고 쓰다듬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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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때로
유리나 얼음조각으로 만들어져 산산조각이 나지 않을지
고통이 온몸 구석구석을 파고들 때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 몸은 찰흙으로 만들어져 숨을 불어 넣었다니
숨이야말로 우리 삶이 아닐런지
숨쉬기에 집중해서 숨 속에 숨은 내 생명을 들여다본다.

나무로 깎아 만든 불상에 금칠을 하고 부처님이라 부른다
그저 나무토막일 뿐이라며 우상숭배라 하지만
우리도 흙으로 만들어
사람이라 불리 울 뿐이다.
 

#작가의 변

어제 이사하는 날
피클오이 2개 점심, 피망 한 개 저녁

이삿짐 회사에 10시에 오라고 하고 도착하는 것을 보고 나는 미니밴에 실어 놓은 짐을 가지고 출발했다. 들어가는 아파트 키도 받아두고 서류 정리 끝내고 미리 실은 짐을 내려놓기 위해서였다.

랭리 아파트에 가니 보증금을 낼 때 있던 남자 직원 말고 여자 직원이 있었다. 원래 계약은 6월1일부터인데 3일 먼저 들어오니까 하루에 70불씩 계산해서 3일 치 210불을 내라고 해서 캐시를 내밀었더니 지난번 다른 직원이 얘기 안 해 주더냐고 묻는다.

“뭐를?”

“우린 캐시 안 받는다”

그러면서 뱅크에 가서 뱅크드래프트 수표를 끊어 오란다. 랭리에 내가 다니는 은행을 찾아보니 한인 마켓 인근에 있는 곳이 제일 가깝다. 그러면서 30분 준다고 해서 가서 보니 줄이 길다. 은행수표를 받아서 오는데 직원이 전화로 아직이냐고 한다. 금방 도착할 거라 했더니 뭐라고 했는데 들리지 않았다. 사무실에 가니 아무도 없어 전화하니 임대 호실로 오라고 한다. 그래서 현관이 어딨나 찾다 건물 한 바퀴를 돌게 됐다.

3일 치 주고 계약서에 사인하고 법과 규칙을 잘 지키겠다는 것에도 사인 팼다. 그리고 키를 받고 임대 호실을 살피고 다 끝났다 싶어 짐을 나르게 시작했는데 아내가 정리 중인 먼저 살던 아파트 상황이 궁금해서 전화하니 전화도 받지 않는다.

점심때도 지나고 배도 고파 베이비 오이 2개를 먹었다. 대충 짐을 내리고 무거워 내가 어쩔 수 없는 컴퓨터와 다른 짐만 있었다.

이삿짐 차가 오면 주차하기 좋게 자리 잡기 위해 점프 케이블 가방과 다른 가방을 나누었더니 안에 들어갔다 나온 뒤 두 물건이 없어지고 BMW 차가 주차하고 있어서, 거기 무빙 트럭 자리라고 했더니 잠시만 주차한다고 했다. 문제는 잃어버린 물건이었다.

아내가 가만있으랬더니 일을 만들었다고 화를 냈다. 짐을 정리하면서 베란다 문을 여니 소리가 좀 심했다. 그러자 위층에서 바닥을 쾅쾅 치면서 욕을 해댔다. 저녁 8시인데.







먹을 거 사 먹으러 갈려니 핸드폰 배터리가 떨어져 네비게이션을 쓰지 못해 밖을 나가지도 못하다가 백에 피망이 있어 씻어서 먹었다.

베이비 피클 오이 2개 점심. 피망 하나 저녁.

이삿짐은 자정을 넘겨 밤 1시가 되어서 끝나고 가격 흥정이 있었다. 아내는 두 사람이 일을 해 늦은 거라고 하고, 그래서 깎아준 거라 한다.

어제 아니 새벽에 발과 다리가 너무 아파 따뜻한 물에 좌욕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짐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곯아떨어져 아침 7시에 일어나니 잠은 잘 안 오고 새소리도 들려서 새벽 4시에 깼다는 아내가 먼저 집에 가서 아침 먹고 나머지 화장실과 복도 옷장 정리와 키친 정리하자고 해서 나왔다.

온몸이 쑤시고 부은 것 같다. 오늘 거실과 방 카펫 청소하러 오니 그것부터 치우고 청소기 돌리자고 해서 그렇게 하다 아침밥을 만둣국에 말아 먹고, 이사 오는 다른 집 일하는 사람들한테 말을 걸었다고 점심으로 피자 먹을래 해서 2조각을 얻어먹었다. 10년을 살아 렌트비가 낮았는데 매니지먼트가 나가라고 노티스 줘서, 랭리에 지금보다 작은 아파트를 700불을 더 주고 얻었다고 했더니 놀란다. 부동산도 렌트도 미쳤다. 3천불이 넘는 렌트 실수령액, 3천을 매월 버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 번다고 해도 그걸 다 렌트비로 내면 뭘로 먹고사냐고 했더니 공감한다.

카펫 청소 인부가 와서 카펫 청소를 하고 갔다. 우린 아직 화장실과 주방 정리를 끝내지 못했고, 베란다 화분도 있다. 우리가 나무토막이나 유리, 얼음조각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인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은 고통이 있기 때문이다. 생로병사 희노애락 중에 가장 피부에 와 닿고 고통이 심한 것이 사실 우리가 살아 있는 나의 몸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기쁨은 짧고 흥분이 되어 있을 때는 일부의 생각 일부의 시각 일부의 기쁨에 함몰되는 경우가 많다. 싫다는 감정이 앞서면 모든 게 싫어지듯 고통이 나의 몸이 나를 봐 달라고 부른다. 내가 내 몸에 너무 무심했구나 하고 들여다볼 줄 알아야 자성을 찾을 수 있다.

고통이 주는 시그널과 외롭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내 마음을 어루만지고 쓰다듬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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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민(Terry)
캐나다 BC주 밴쿠버에 사는 ‘셰프’이자, 시인(詩人)이다. 경희대학교에서 전통 조리를 공부했다. 1987년 군 전역 후 조리 학원에 다니며 한식과 중식도 경험했다. 캐나다에서는 주로 양식을 조리한다. 법명은 현봉(玄鋒).
전재민은 ‘숨 쉬고 살기 위해 시를 쓴다’고 말한다. ‘나 살자고 한 시 쓰기’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감동하는 독자가 있어 ‘타인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밥만으로 살 수 없고, 숨만 쉬고 살 수 없는 게 사람이라고 전재민은 말한다. 그는 시를 어렵게 쓰지 않는다.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해서다. 종교인이 직업이지만, 직업인이 되면 안 되듯, 문학을 직업으로 여길 수 없는 시대라는 전 시인은 먹고살기 위해 시를 쓰지 않는다. 때로는 거미가 거미줄 치듯 시가 쉽게 나오기도 하고, 숨이 막히도록 쓰지 못할 때도 있다. 시가 나오지 않으면 그저 기다린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회를 꿈꾸며 오늘도 시를 쓴다.
2017년 1월 (사)문학사랑으로 등단했다. 2017년 문학사랑 신인 작품상(아스팔트 위에서 외 4편)과 충청예술 초대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문학사랑 회원이자 캐나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밴쿠버 중앙일보 명예기자이다. 시집 <밴쿠버 연가>(오늘문학사 2018년 3월)를 냈고, 계간 문학사랑 봄호(2017년)에 시 ‘아는 만큼’ 외 4편을 게재했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밴쿠버 중앙일보에 <전재민의 밴쿠버 사는 이야기>를 연재했고, 밴쿠버 교육신문에 ‘시인이 보는 세상’을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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