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회' 입법화 모색, 국제심포지엄 8일 개최
'시민의회' 입법화 모색, 국제심포지엄 8일 개최
  • 이혜조
  • 승인 2024.05.05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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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회 100인위 주최, 프레스센터에서

'시민의회' 입법화를 모색하는 국제심포지엄이 오는 8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2004년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BC) 주에서 선거법 개혁을 위한 시민의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이슬랜드와 아일랜드에서 헌법과 법률 개정 활동, 프랑스에서는 기후시민회의 소집, 벨기에의 독일어권 상설적 시민의회의 법제화 등 OECD 중심으로 지난 20여년간 300차례 시민의회의 활동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도 선거법 개혁, 대통령 결선제 도입, 출생률 제고와 국민연금 제도개선, 헌법개정의 방향 등 산적한 현안들을 유권자가 입법을 주도하는 시민주권의 새로운 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외국 연사로 BC 주지사 출신 켐펠, <열린 민주주의> 저자인 예일대 랜드모아 교수, 아일랜드 운동을 주도한 더블린 대학 파렐 교수, 벨기에 루뱅 대학 민 르샹 교수가 참여한다.

국내에서는 추미애 전 법무장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이래경 다른백년명예이사장, 김상준 경희대 교수, 이지문 연세대 연구교수, 김의영 · 김주형 서울대 교수, 서현수 교원대 교수 등 시민의회 연구자들이 참여한다.

‘시민의회 입법추진 100인 위원회’ 주최로 이날 오전 10시부터 열리는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국내외의 시민의회에 관한 논의와 입법화 사례를 공유하고 한국에서의 이의 제도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심포지엄에 앞서 ‘시민의회 입법추진 100인 위원회’의 출범식이 열린다.

다음은 출범선언문이다.

 

<‘시민의회’입법추진100인위원회 출범 선언문>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시민의회’입법추진100인위원회> 출범을 선언합니다.

대한민국은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헌법으로 규정한 민주공화국입니다. 우리 스스로를 일컬을 때는, 나라의 구성원이라는 ‘국민’이라기 보다,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서의 ‘시민’이라는 말이 헌법개념에 합치함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 나라는 시민의 참여가 배제된 정치 때문에 주권은커녕 인간의 존엄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37년전 6월혁명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낳았지만 그것만으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현실을 겪어왔습니다.

특히 선거라는 이름의 제도는, 시민들의 열망과 요구를 단순 합산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 결함으로 인해 다수결 지배와 소수 의견의 배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고, 대표성이 실종되고 말았습니다. 기득권 엘리트들과 자본권력에 포획된 정치, 표를 얻기 위해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기는 정치가 만연하게 됨에 따라 정치소외와 정치혐오를 낳았습니다. 시민 간 연대와 신뢰도 약화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선출되지 않은 사법검찰권력이 시민 위에 군림하고, 권력과 자본에 포획된 언론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선출만으로 이루어진 민주제도는 국가권력에 대한 시민적 통제를 약화시키고 시민참여를 제한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축소, 퇴행, 붕괴시킬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입니다. 7년전 촛불혁명이 있었음에도 민주주의가 도리어 퇴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대리적 민주주의만으로는 숱한 시대적 난제를 헤쳐가기 어렵습니다. 실질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오히려 이를 확대 재생산할 뿐 아니라 한반도평화와 저출생, 초고령화 등의 기존 난제를 헤쳐가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에 따른 난제, 그리고 기후, 생태 위기에 직면하여 에너지전환 문명전환의 난제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아무리 탁월한 대리인이 존재하더라도 시민 간의 괴리는 불가피합니다. 생존차원의 정치적 변혁이 요구되고 있는 것입니다. 소수 전문가나 엘리트 정치인들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시민의 참여와 공론의 장을 만들고 그 경험들이 축적되어가야 더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이제 저비용의 IT기술시대가 열렸습니다. 무작위 추첨 원리에 기반해 무투표층까지 망라하여 구성되고, 충분한 숙의 과정을 보장하는 시민의회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혁신적 시민참여 모델입니다. 시민의회야말로 대표성과 숙의에 기반한 시민참여의 정치모델입니다.

지구촌에 많은 사례가 있습니다. 일찍이 시작한 캐나다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등 많은 유럽 국가들은 기후위기 시민의회를 실험했고, 파리시와 브뤼셀시는 최근 기후위기 시민의회를 상설화했습니다. 아일랜드는 시민의회로 헌법개혁 과제를 실현했습니다. 시민의회를 상설기구로 제도화한 벨기에 독일어권공동체 의회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OECD는 벌써 시민의회를 미래정치 거버넌스의 중요한 방식으로 강력하게 추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론화위원회 등 다양한 숙의적 정책 실험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저상버스 도입에 반대를 강력히 주장했다가 장애인 이동권의 중요성과 실제 현장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자신의 견해를 당당히 바꾸신 대구 시민, 그리고 그동안 남편과 자식으로부터 무시당하며 살다가 시민의회 참여를 통해 자존감과 살아있음을 느꼈다며 눈물을 훔치신 관악구 어느 70대 시민의 사례들이 시민의회의 가치를 말해줍니다.

원래 자신의 견해를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스스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공동체적 마당에서는 그러한 변화마저 가능한 것입니다. 숙의를 거쳐 결정해가는 시민의회의 위력입니다. 다양한 사회적 약자, 소수자는 물론 미래세대와 지구의 모든 생명까지도 의사결정 과정에 포함하는 대안적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그러한 힘이 있기에 시민의회는 선거에 의해 선출된 국회 또한 제대로 작동하도록 보완하고 견인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강력한 권한도 제대로 견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참여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일정한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운영의 매뉴얼이 확립되어야 합니다. 특히 정치적 변화가 심한 우리나라는 제도화가 필요하고 그래야 주권재민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입법추진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의 국제심포지엄도 그 장치를 만드는 지혜를 습득해가는 과정입니다.

때가 되었습니다. 시민의회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국민의 주체성을 각성시키고, 국민의 주권을 확장시키는 길입니다. 이번 새 국회에서 반드시 그 입법이 추진되기를 기대합니다.

동학에서 촛불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의 세계사적 핏줄을 이어가는 대한민국의 우리입니다. 우리가 시민의회의 실현을 추구하는 것은 역사의 순리이자 현실의 필연입니다. 함께 힘을 모아 시민의회의 제도화라는 커다란 성취를 이루어갈 것을 선언합니다.

2024년 5월 8일

‘시민의회’입법추진100인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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