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양은 모르는 사람, 현응 스님 요청대로 증언”
현응 전 해인사 주지 미투사건 항소심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증인이 수사기관과 1심 법정 증언을 완전 뒤집었기 때문이다.
증인A는 “(알지도 못하면서) 현응 스님이 알려준 대로 진술했다”고 폭로하고, 사건의 열쇠를 쥔 참고인 P양을 경찰이 특정하기 전 현응 스님이 시킨대로 확인서를 받은 사실도 털어놨다. 현응 스님이 사전에 P양을 알고 있었다고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응 주지 미투사건은, 해인사 주지 재임 중이던 2005년 8월께 S양을 저녁공양(식사) 후 주지실로 불러 자신의 에쿠스 승용차에 태워 대구 대형마트에서 운동복 등을 사서 갈아입고 술집 편의점을 들러 모텔에 데리고 갔다고 폭로한 사건이다. S양은, 이듬해 4월 국립공원에 근무하던 P양이 전화로 현응 주지로부터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털어놓은 사실도 공개했다.
S양은 2016년 12월 처음 이 사실을 불교계 한 단체에 알렸다. 별다른 반응이 없자 2018년 3월 16일 미투게시판에 올렸고, 그해 한 종합편성채널이 취재에 돌입했고, 5월 1일 MBC <PD수첩>이 보도했다. 현응 주지는 P, S양을 전혀 알지 못한다며 강하게 부인했고, 증인들 대부분도 현응 주지 편을 들었다. 그 결과 S양은 1심에서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12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에 처해졌다.
“P양 알고 있다”던 증인, “모른다, 현응 지시로 확인서 받아”
항소심 기일인 지난 1월 12일 증인A는 ‘2005년 가야산국립공원에서 일하던 P양을 알고 있느냐’는 피고인측 변호인의 질문에 “모른다”고 말해 법정을 뒤집었다. ‘확인서를 받으면서 얼굴도 처음 봤고 그 때 처음 알았나?’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증인A는 P양에게 확인서를 받아오라고 얘기한 사람이 현응 스님이었다고 털어놨다.
증인A는 앞서 2019년 4월 1일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할 때와 2020년 11월 12일 1심 증인신문에서 “산림지키미로 일하면서 국립공원 에코가이드 P를 알게 되었다”거나 “P와 같은 에코가이드들이 해인사에서 점심식사를 했기 때문에 P와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또 미투글에 등장하는 국립공원여직원이 P라는 것도 현응 주지에게 알려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증인A는 항소심에서 이를 모두 부인했다. 증인A가 알려줘 국립공원 여직원이 P양임을 알았다는 현응 스님의 경찰 검찰 진술과 법정 증인신문은 허위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P양 확인서는 누가, 언제, 몇 개 받았나
이 사건에서 P양은 “국립공원 재직 중 해인사 주지스님과 식사를 하거나 대구에 나간 일이 전혀 없고, S양이 해인사에서 나간 후 전화로 해인사 주지에 관한 어떠한 얘기도 한 바가 없다”는 취지의 확인서(2018년 6월 12일자)를 작성했다. 현응 스님 측은 이를 경찰에 제출했다.
수사과정에서 이 확인서의 작성일자, 확인서 개수, 확인서를 받아온 사람이 누군지 등이 논란이 됐다. <불교닷컴>이 확인서의 문제점에 관해 경찰을 상대로 취재한 것은 수사개시 직후였다. 이미 현응 스님이 P양으로부터 확인서를 받았는데 이는 현응 스님이 P양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점과 확인서를 통해 수사에 혼선을 준다는 점을 질의한 것이다. <PD수첩>팀에도 현응 주지가 P양에게 확인서를 받은 사실을 2018년 4월께 알렸다.
질의 직후인 6월 6일 경찰은 P양과 20분가량 전화로 “고소인 측에서 P양의 성추행 진술을 막고자 확인서를 받았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묻자, P양은 “사실이 아니다. 해인사 부근 친한 스님이 고소인 측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서 부탁을 함으로써 써 준 것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틀 뒤인 8일 경찰은 현응 주지 조사에서 국립공원여직원이 P양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려준다. 당시 현응 주지는 “저희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성추행을 당한 당사자인지 물어보고 아니라는 것을 확인서 형식으로 받은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6일, 8일 두 사람 모두 “써 준 것”이라거나 “받은 것”이라고 과거완료형 진술과 달리 경찰에 제출된 확인서 작성 날짜는 12일로 돼 있어 의구심을 더했다. 이 의문은 증인A의 항소심 진술에서 풀린다.
증인A는 1심에서 “6월경 더울 때였는데, 그 때 제가 ㅇㅇ사에 일하고 있었는데, 확인서를 마루에 두고 간 것을 제가 받아서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그는 항소심에서 현응 스님이 시켜 P양에게 전화해서 ㅇㅇ에서 만나 확인서를 받아와 서울 교육원장실 현응 스님에게 전달했지만, 6월 12일자 P양 확인서는 자신이 받은 것이 아니고 내용도 다르고 어떤 경로로 작성된 것인지 모른다고 했다.
증인신문을 구체적으로 보면, “(P양이 확인서를) 작성한 시점이 언제인지”를 변호인이 묻자 증인A는 “(수사기관에 제출된 확인서)그것보다 이전, 2018년 4월 초 중순”이라고 답했다. ‘(시점을)증인이 그렇게 기억하는 것은 PD수첩 방영 전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기억하냐’는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고 확인했다.
증인A의 항소심 증언이 사실이라면, 경찰에서 P양을 특정하기 전 현응 스님이 증인A에게 P양 얘기를 하면서 확인서를 받아오라고 시켰다. 그러나 경찰에 제출된 확인서(6월 12일자)는 다른 것이다. 현응 스님은 P양을 알고 있었고, 확인서는 두 개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현응 주지는 1심 증인신문에서 “P양과 어떤 사이인가요?”라는 검사 질문에 “전혀 잘 모릅니다”고 답했다. 피고인 S양에 대해서도 “4월 중순 고소인 조사를 받으면서 수사관이 ‘이 사람을 알고 있느냐’ 질문 받는 과정에서 이름이 드러났을 뿐이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진술한바 있다.
S, P양 문자메시지, 누가 현응 스님에게 줬을까
증거물의 하나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도 논란이다.
S양은 미투 글을 게시한 뒤 이를 보고 취재에 돌입한 한 종합편성채널 PD가 구체적인 내용을 묻자, 어렵게 P양의 바뀐 전화로 연락했다. 당시 갔었던 대형마트의 위치, 술집 등을 재확인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P양의 반응은 무척 의외였다. 자신은 P양이 아니며 가야산국립공원에 근무한 사실이 없다며 짜증 섞인 투로 전화와 문자로 답했다. 마치 사전에 S양 전화가 올 것을 알고서 강하게 부인하는 듯 했다.
이 때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현응 측 변호인을 통해 경찰에 제출됐다. 현응 스님은 증인A가 보내줬다고 주장했다. 2018년 6월 8일 경찰에서 현응 주지는 “이상한 문자가 왔다는 제보를 증인A 등에게 받았으며 당시 제보로 받은 문자를 받은 사람이 P양이었다”고 진술했다.
증인A는 1심에서 “(P양이) 저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그래서 제가 현응 스님에게 그 문자를 보낸 적은 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증인A의 항소심 증언이 사실이라면 현응 주지는 P양에게 직접 문제의 문자메시지를 건네받았거나 또 다른 매개자가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증인B도 1심에서 증언한 내용을 번복함과 동시에 새로운 사실을 법정에서 증언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가발 쓴 비구니와 속복을 입고 상습적으로 모텔을 들락거려 해인사로부터 산문출송과 종단으로부터 초심(1심)에서 공권정지 7년의 징계에 처한 현응 스님 미투재판 항소심은 오는 20일 속행한다.
(“현응 스님 얘기대로 메모해 진술했다”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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