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봉당 자승대종사 영결식] 영결사
[해봉당 자승대종사 영결식] 영결사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3.12.03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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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영결사를 하는 조계조 총무원장(장의위원장) 진우 스님.
영결사를 하는 조계조 총무원장(장의위원장) 진우 스님.

초겨울 차가운 보름달이 소리도 없이 차츰차츰 빛을 잃어가더니 이내 찬 서리가 땅 위로 가만가만 내려올 즈음 강렬한 화광삼매(火光三昧) 속에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리(舍利)를 시방허공에 내뿜었지만 결코 어느 누구도 손에 쥘 수 없도록 사바세계에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천축국(天竺國) 40여일에 걸친 가행정진길에는 아직도 발자국이 그대로 지워지지 않았고 위례 신도시 상월선원에서 100일동안 앉았던 좌복에는 여전히 따스한 기운이 식지 않았으며 해동(海東)의 삼보사찰을 이어가며 밟았던 순례길에서 떨어뜨린 땀방울은 지금도 마르지 않았습니다.

그 뜻과 의지를 오롯하게 이어받은 상월결사 정신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며 대화상의 수행력과 유훈이 하나로 결집된 ‘부처님 법 전합시다‘라는 전법포교의 길을 함께 걸어갈 것입니다.

남겨두신 마지막 말씀처럼 이법계(理法界)에서는 생사(生死)가 없다고 했지만 사법계(事法界)에서는 생사(生死)없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의 두 경계를 자유롭게 오고 가면서 주어진 인연에 따라 최선을 다하며 연기(緣起)의 법칙을 따라 일상사와 종단사에 매진한 생평(生平)이었습니다.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말씀처럼 때가 되니 할 일을 모두 마치게 되었고 홀연히 이사(理事)의 두 경계를 넘어서며 모든 것을 허공계에 회향하셨으니 가이 범부(凡夫)로서는 가늠조차할 수 없는 격외(格外)의 모습입니다.

성성(惺惺)하실 때는 크신 뜻이 대방무외(大方無外)하여 산과 바다를 누르더니 눈 앞에서 보인 방광(放光)은 당신께서 보이신 사중득할(死中得活)의 소식입니다. 이제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대법신(大法身)을 이루었으니 어찌 대종사의 본분상에 생몰(生沒)이 있겠습니까?

빨리 가고 늦게 가는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때가 되면 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다만 선지식께서는 우리 모두가 가야할 길을 먼저 보이신 것일 뿐입니다. 가신 이는 홀가분 하시겠지만 남아있는 이들의 몫은 더없이 크고 무겁기만 합니다. 이제 사부대중은 누구에게 길을 물어야 할지 모든 것이 그저 망연(茫然)할 따름입니다.

마음을 추스르며 향훈과 함께 대자유인께 시 한 줄을 올립니다.

어무발지(於無髮地)하고 가몰저선(駕沒底船)하니
월재풍행(月載風行)하고 운와수서(雲臥水棲)하소서

터럭 한 올조차 없는 번뇌 사라진 땅에서 크기를 헤아릴 수 없는 배를 마음껏 타고서
달빛을 싣고 바람 부는대로 다니다가 때로는 구름 위에 눕고 때로는 물 위에서 쉬소서.

불기 2567(2023)년 12월 3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 우 焚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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