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여당을 추스릴 혁신위원장에 인요한 교수(연세대 의대, 선교사 유진 벨의 외손자)가 임명됐다.
인요한 교수는 박근혜 정부 첫 국가조찬기도회 성경을 봉독한 인물로, 지리산 왕시루봉 선교사 별장을 근대문화재로 등록해 달라는 과정에서 조계종이 크게 반발했던 인사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당권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의심이 끊이지 않는다. '푸른 눈의 선교사'가 여당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것을 두고 "국정철학이 불교에서 나왔다"는 윤 대통령 자신의 말을 또 뒤집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대표 김기현)는 23일 당 쇄신을 이끌 혁신위원장에 인요한 교수(연세대)를 임명했다.
김기현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인요한 교수는 지역주의 해소와 국민 통합에 깊은 안목과 식견을 가진 분이다. (인 교수가) 정치 개혁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투철한 의지도 가진 만큼 국민의힘을 보다 신뢰받는 정당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최적의 처방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건희 회장 말씀 중에 '아내와 아이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말이 있다. (국민의힘도) 다 바꿔야 한다.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합을 추진하려 한다. 사람 생각은 달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통합"이라고 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재한 선교가 가문 4대손이다. 그는 지난 2013년 3월 박근혜 대통령 당시 대통령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며, 박 대통령 취임 후 첫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성경봉독을 했다.
인요한 교수가 이사장인 지리산기독교선교유적지보존연합은 2014년 지리산 왕시루봉 선교사 별장의 근대문화재등록을 추진했다.
왕시루봉 일대는 반달가슴곰 특별보호구역으로, 당시 인요한 박사 등이 근대문화재 지정을 추진하려던 것은 1960년대 초 외국인 선교사들이 지은 건물 12채이다.
이는 화엄사 등 지리산 권역 사찰뿐만 아니라, 조계종 환경위원회, 조계종 교구본사협의회 등 불교계 거센 반발로 이어졌다.
지리산 화엄사 등 불교계는 "구례 왕시루봉 선교사 별장의 문화재 등재 시도는 일부 개신교 단체의 무분별한 선교 활동의 결과이다. 민족성지이자 자연보존구역인 지리산 환경 훼손이 우려되는 왕시루봉 선교사 별장을 즉각 철거하라"고 했다.
2015년 2월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는 왕시루봉 선교사 별장 등재를 보류했다.
이후에도 개신교계는 왕시루봉에서 예배를 하는 등 왕시루봉 선교사 별장 근대문화재 등재를 계속 주장하고 있다.
인요한 교수는 지난 20121년 '지리산 왕시루봉 선교유적 60주년 기념감사예배'에서 "그동안 이 건물들을 지키고 보존하고 유지하느라 너무나 힘들었고 많은 예산이 필요했다. 이제 여러 곳에서 관심을 갖고 보존운동에 동참해 주어 큰 힘이 된다. 감사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부처님오신날 조계사 봉축 법요식에서 "정부가 지향하는 인권 존중과 약자 보호, 세계 평화의 국정철학은 바로 부처님 가르침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에는 대선후보 시절 큰 덕을 본 것으로 알려진 천태종 구인사를 다시 찾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불교에 기대는 듯 하면서도 최근 교체한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 국방부 신원식 장관과 청문회 줄행랑 시비로 낙마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까지 모두 기독교인(천주교 혹은 개신교)을 지명했다.
"국정철학이 불교에서 나왔다"면서, 개신교인을 중용한 이같은 윤석열 대통령 인사는 "국가가치에 제일 중요한게 이념"(2023년 8월)이라 하고는 두달 만에 "이념 논쟁 멈추고 민생"(2023년 10월)이라고 한 말바꿈과 맞물려 불교계 반발을 사고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로 드러하기 시작한 민심은 현재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을 30%대 초반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한국갤럽>의 지난 17~19일 조사에서 서울 지역 윤석열 대통령 긍정평가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기와 비슷한) 25%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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