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현 스님의 지허 대선사 이야기
법현 스님의 지허 대선사 이야기
  • 법현 스님
  • 승인 2023.10.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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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종 20세 종정 지허당 지용 대종사.
태고종 20세 종정 지허당 지용 대종사.

그는 15살에 출가해서 평생을 절에서 살았다. 옛날에는 우리의 종파 이름이 조계종이었다. 70여 년 전에 조계종이 둘로 나뉘어 다투게 되었다. 승려들끼리의 다툼으로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치권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서 불교계의 분열을 유도하고 부추긴 측면도 있다. 그래도 그때는 싸우면서도 신행, 수행 생활을 함께 했다.

당시 선암사에 계셨던 훌륭한 선지식이 계셨는데 그의 이름이 선곡(禪谷) 선사였다. 스님은 삼일암에서 참선수행 하면서 깨달음을 얻으신 분이라고 알려져 있다. 삼일암은 송광사에 있는 암자이다. 옛날 조선 중 후기에도 송광사, 선암사, 징광사 등 지역에 있었던 사찰에서 수행해 깨달음을 얻고 수행 지도했던 침굉(寢肱)현변이라는 큰스님이 계셨다. 그의 깨달음의 전통을 이어받은 승려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선곡 스님이 안내하고 지도해서 조계종 사찰이 되어 있는 많은 큰 사찰에서 유명한 선사들의 지도를 받고 안거 수행을 했다고 한다.

내가 듣기로 처음에는 해인사에서  안거수행을 했다.  당시에 종정인 고암 스님과  율사인 자운 스님과  방장인 성철 스님이 지도자였다고 한다. 참선지도는 성철 선사가 했다. 그 때 방장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성철 스님이 안거기간 동안 즉 90일 동안 매일 설법했다고 한다. 이른바 유명한 백일법문이다.

지허 스님은 그곳에서 안거하면서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을 매일 듣고 메모했다가 선암사로 돌아오면 선곡 스님께 그 내용을 알려 드렸다고 한다. 그때 선곡 스님은 '아 성철 스님! 그 참 대단한 인물이네! 아 공부 잘했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다음 결제에는 통도사에 경봉 스님이라는 근대 고승이 있었는데 그 스님 밑에서 안거 수행을 했다고 한다. 다음 안거에는 주안 용화사 법보선원에서 안거를 했다고 한다.

법보선원을 재단법인으로 만들 때 내가 방법을 조언했었다. 법인 만드는 이야기를 다 해주고 내가 물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법인을 만들려고 하십니까? 한 스님이 대답했다. 아! 우리 상황이 큰스님의 법을 지켜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재단법인을 만들려고 여쭙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말했다. "큰스님의 법을 지키는 것은 수행이요, 법인이 지키는 것은 재산이 아닐까요?"라고.

20여년 전 조계종에서 나가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법보선원믈 검색하고 까닭을 짐작했다. 법보선원에는 당시에 전강이라는 걸출한 선사가 수행 지도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욕설도 법문 내용에 많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수행과 깨달음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내게 회고했다.

지허 스님이 느끼기에 해인사는 사관학교처럼 그 행동이 절도가 있었다고 한다. 통도사 경봉 스님한테로 갔더니 그 빳빳했던 옷의 깃이 누그러진 느낌이었다고 한다. 용화사 전강 스님한테 갔더니 그 풀기는 전혀 없어지고말 한마디 한 마디 속에 들어 있는 촌철살인의  소식이 깃들어 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행동에는 절제가 없어 보이기도 한 느낌이더란다.  그러고 보니 어쩌면에서 그저 우리동네 할아버지 같이 느꼈던 선곡 스님의 일상선이 정말 크게 다가왔다고 한다. 

지허 스님이 평생을 주석했던 금둔사에는 지허 스님의 마음소식을 대웅전 주련의 글 곧 선시게송으로 적어서 남긴 것으로 보인다. 나는 선방에서 수행한 경험이 없어서 수행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 많은 조계종 원로스님들과 이제는 적어져 버린 태고종 스님들께 여쭸다. 그것을 깊이 사유하고 혼자 참선하는 기회를 가지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조계종 승려들은 어려워 해서 큰스님들께 여쭤보는 것이 쉽지 않은데 나는 외교사절처럼 찾아가 수행과 법을 여쭈니 많이 기꺼워해줌을 느껴서 고맙게 생각한다. 어려서는  정혜사 혜암스님께도 참방하고 누워계시는 백세 노스님과 법담을 나눈 추억도 소중하다.
   
많이도 여쭤본 스님이 지허 스님이다. 지허 스님은 나의 물음에 답하고 함께 의견을 나누면서 가끔 말씀하셨다.  '이 시절에 그 누구랑 이런 이야기를 나눌 것인가?'라고. 이것은 아마도 후학인 나를 격려하느라고 하신 말씀이었을 것이다. 지허 큰스님은  내가 알기로  모든 메시지를 스스로 써서 밖에 내보낸다. 요즘 드문 일이라고 추측한다.
  
조금 덜 알려진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순천시장(군수?)이 금둔사로 찾아갔다고 한다. 시장이 직원과 금둔사에 갔더니 마침 비가 와서 도량이 흙더미들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그곳에 웬 꾀죄죄한 노인이 팔을 걷어붙이고 괭이와 삽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혹시 이 사찰 주지스님 만나 뵐 수 있으니까?"라고 직원이 여쭤 보았다고 한다. 그러자 그 노인이 스님 같아 보이지도 않았는데  "아 저쪽으로 가면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그 건물로 가서 기다리시면 주지스님을 만나실 겁니다"고 했단다.

그래서 한참 있으니까 아까 봤던 그 노승이 씻고 손을 씻고 오더란다. "내가 이 절  주지인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네. 스님이 주지스님이십니까?  이 분이 순천시장님이십니다. 저희가 낙안 읍성에 있는 비석을 하나 발견했고 그 비석이 임경업 장군의 공적을 적은 비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어려운 한문으로  씌어 있어서 꽤 많은 공부 많이 한 분들께 여쭈었는데  잘 모르는데 아마도 근방에서는 지허스님만이 이것 을 읽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고 알려 줘서 스님을 찾아뵈었습니다."  

그랬더니 지허 스님이 "그런 어려운 것을 제가 읽어낼랑가 모르겠소만 내용 좀 이리 줘 보세요. "해서 보여드렸더니 줄줄 줄 줄 읽어 내시는 걸 보았다고 '정말 큰스님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 직원이 나한테 얘기해 줬다. 아마도 지금 낙안읍성에 있는 비석이 바로 그런 내용일 것이다.

나도 지허 큰스님영결다비에 참여하려고 오는 8일 오전 10시 30분쯤 선암사에 있을 것이다. 우리 가족법회 구성원  그래도 열린선원 법회는 현수스님과 함께 한다. 내가 못한 개별축원을 부처님께 드리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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