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규대사·의승 국가적 재평가…800의승 명예회복”
“영규대사·의승 국가적 재평가…800의승 명예회복”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3.04.05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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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종회, 227회 임시회서 ‘800의승 명예회복 촉구 결의문’ 채택

조계종 중앙종회가 승병장 영규 대사와 800의승 명예회복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3일 227회 임시회에서 채택했다.

중앙종회는 “불교 억압정책을 폈던 조선시대에도 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마다 승려들은 의연하게 승병의 길을 택해 민족과 국토를 지켜왔다.”며 “승병장 영규 대사와 의승 800여 명이년 임진왜란 당시 육상전투의 승리인 청주성 탈환과 금산 연공평 전투에서 고귀한 희생을 보였지만, 의승의 역할과 희생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죄스럽고 무거운 마음”이라고 했다.

중앙종회는 “영규 대사와 함께 금산전투에 산화한 800명의 승군은 순국한 지 43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그 공훈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조헌 등 700의병만 추모하고 의승은 배제한 반쪽짜리 선양사업만 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앙종회는 “지금까지 영규대사와 800 의승에 대한 국가 차원의 기념비도 위령제도 없고, 기념식도, 제향도 없다.”며 “조선 백성을 지키고자 목숨을 바쳐 싸우고도 국가와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 현실은 종단구성원으로서 부끄럽고 가슴 아픈 일”이라고 했다.

아울러 “조헌의 700의사와 더불어 영규 대사와 의승의 역사도 복원해야 한다”는 불교계와 학계의 지적에도 문화재청은 나서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고, “지금이라도 영규대사와 의승에 대하여 국가적으로 재평가 작업을 해서 의병사를 새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앙종회는 “800의승의 명예를 회복하고, 금산전투에서 순국한 14명의 의승장 스님들 위패를 모셔야 한다.”며 “영규대사를 비롯한 의승들의 위민호국 정신을 잊지 않고 계승하기 위해 정부는 국가와 민족의 이름으로 영규대사와 의승을 위한 사당, 승장사를 복원하고, 순국충혼 위령탑 '팔백의승탑' 건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결의문 전문.

“승병장 영규대사 · 800의승 명예 회복 촉구 결의문”

불교 억압정책을 폈던 조선시대에도 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마다 승려들은 의연하게 승병의 길을 택해 민족과 국토를 지켜왔습니다. 그 대표적인 인물 중의 한 분이 승병장 영규대사입니다. 영규대사는 충남 공주 출신으로 계룡산 갑사에 출가하여 서산대사의 고제로 공주 청련암에서 수도하였고 선장으로 무예를 익혔습니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처음으로 승병을 일으켜 800승병을 이끌고 최초 육상전투의 승리인 청주성 탈환과 금산 연공평전투에서 영규대사와 휘하 의승 800여 명이 고귀한 희생을 통해 왜군의 호남진입을 막아 곡창지대를 보호하고, 적의 보급로를 끊어버리는 큰 공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의승의 역할과 희생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죄스럽고 무거운 마음입니다.

영규대사와 함께 금산전투에 산화한 800명의 승군은 순국한 지 43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그 공훈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조헌 등 700의병만 추모하고 의승은 배제한 반쪽짜리 선양사업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선조실록(1592년 9월 11일, 12일자)과 승정원일기, 쇄미록, 유팽로의 월파집에 나와 있는 의승의 기록을 근거로 지난 20여 년 동안 영규대사와 인연이 있는 금산 보석사와 옥천 가산사, 공주 마곡사와 갑사, 장성 백양사, 중앙승가대 및 관련 단체가 국회에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이를 바로 잡아 줄 것을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제기하였으나,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은 후손으로서 국가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입니다.

같은 장소에서 왜군과 맞서 싸우다 1500명이 모두 장렬하게 전사했지만, 800명의 스님들은 시신조차도 거두지도 않았습니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4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영규대사와 800의승에 대한 국가차원의 기념비도 위령제도 없고, 기념식도, 제향도 없습니다. 조선 백성을 지키고자 목숨을 바쳐 싸우고도 국가와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 현실은 종단구성원으로서 부끄럽고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금산 칠백의총에 조선 후기까지는 의승을 위한 제향 공간이 별도로 있었습니다. “종용사 오른편에 별실(別室)로 승장사(僧將祠)가 존재했다”는 것을 문화재청이 확인했음에도 정작 칠백의총 종합정비사업(2015 ~ 2023, 소요 예산 113억 원)에는 이를 반영하지도 않았습니다. 문화재청이 2021년 9월 23일 발간한 ‘칠백의사 그 충절의 기록들’에도 조헌·고경명 등 21위의 위패를 안치한 종용사 서쪽에 영규대사와 의승을 위한 사당이 있었고, 그 이름은 승장사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내부에는 영규대사와 승장사졸 위패가 좌우로 모셔져 있었다는 것은 금산군읍지 · 이재난고 · 여지도서 · 각부청의서존안 등에도 나옵니다.

조정은 봄과 가을 마지막 정일(丁日)에 종용사에서 제향을 올렸습니다. 이때 제물은 관아에서 마련했고, 승장 영규와 의승에게 고기 제물 대신 두부를 올려 예를 갖췄다고 합니다. ‘각부청의서존안’에선 “종용사의단은 춘추 제향에 60원, 승장 별단에 17원이 필요하다”는 청원서 기록이 있는데, 이 사료를 통해 의승을 위한 제향이 대한제국 광무2년(1898) 7월까지 이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인 1940년 민족정신을 말살하려는 조선총독부 식민지 정책 강화로 칠백의총이 훼손됐습니다.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1·2차 성역화사업으로 1970~1976년 칠백의총을 복원·정비했지만, 이때도 조헌 선생 선양이 강화된 것과 달리 영규대사와 의승의 공적은 아예 누락 되어버렸습니다. 학계·지역사회·불교계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조헌의 700의사와 더불어 영규대사와 의승의 역사도 복원해야 한다”라고 지적했음에도 문화재청은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영규대사가 의승 800명을 모집하여 훈련시킨 가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국가에서 영규대사와 의승의 충절을 기리기 위하여 가산사를 호국사찰로 지정하고, 진영을 봉안하여 제향을 올리게 하였지만, 일제강점기에 항일운동의 중심지가 될 것을 염려한 조선총독부는 그간 전해오던 두 의병장의 영정을 강제로 빼앗아 가버렸고, 불온사찰이라 지목하여 가산사를 탄압하였습니다.

현재까지도 우리 역사에 호국 선열 800의승의 역사는 없습니다. 조선왕조의 숭유억불정책으로 인해 영규대사와 800명의 의승은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했고 오늘날 오히려 그 역사가 퇴보하고 있습니다.

매년 9월 23일(1592년 음력 8월18일) 거행하는 순의제향(殉義祭享)에 800의승은 포함하지 않고, 조헌 등 700의병만 추모하고 있습니다. 승장사(僧將祠)도 사라지고 영규대사와 800의승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영규대사와 의승에 대하여 국가적으로 재평가 작업을 해서 의병사를 새로 써야 합니다. 800의승의 명예를 회복하고, 금산전투에서 순국한 14명의 의승장 스님들 위패를 모셔야 합니다. 영규대사를 비롯한 의승들의 위민호국 정신을 잊지 않고 계승하기 위해 정부는 국가와 민족의 이름으로 영규대사와 의승을 위한 사당, 승장사를 복원하고, 순국충혼 위령탑 '팔백의승탑' 건립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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