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탈핵실크로드[31] 생명헌장을 재검토하는 세미나
생명탈핵실크로드[31] 생명헌장을 재검토하는 세미나
  • 이원영 수원대 교수·한국탈핵에너지학회 부회장
  • 승인 2023.03.07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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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중단기간에, 생명의 개념을 정립하는 세미나를 진행하다

귀국하면서 생각한 바를 당시의 블로그에 올렸다.

"지구촌의 위기관리에 대한 수요

인류와 문명은 지진 위험에 속수무책입니다. 후쿠시마 핵재난이 발생한 시점부터 지구촌에는 이미 수요가 발생해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은 국가권력의 집합이어서 능력 밖의 일도 많습니다. 강대국의 입김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고, 자본권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유엔은 핵발전소문제에 대해서는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원래 의사결정의 위임이 발생하는 모든 곳에 권력이 소재하기 마련입니다. 지구촌의 위기관리에 대한 수요가 이미 발생해있는 것입니다. 그 역할의 수요가 오래전부터 발생해 있고 누군가 그 일을 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걸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보고도 못 본 체 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구촌에도 유엔과 쌍을 이루면서 상호보완적 기능을 하는 무언가의 실체가 필요합니다. 옷감 짤 때 씨줄과 날줄로 엮듯이, 가정에도 부모 역할이 있듯이, 지구촌은 유엔의 국가권력집합과는 또 다른, 생명에 대한 안전판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게 보이지 않습니까? "

필자는 1년 가까이 대학에 복직해서 강의를 하는 한편, 이 순례중단기간에 순례의 전열을 재정비했다. 가장 큰 것은 '세계생명헌장2017서울안'을 손보는 일이었다. 2017서울안은 세계자연헌장(1982년)과 지구헌장(2000)의 취지를 반영하는데 소홀하였고, 게다가 생명탈핵실크로 순례 중 태국에서의 세미나에서 무생물을 포괄한 생태계의 중요성이라는 컨셉이 등장하면서 전반적인 수정보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2018년 6월 21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는 생명탈핵실크로드순례단의 주관으로 ‘제4차 세계생명헌장 세미나 및 생명탈핵실크로드 중간보고회’가 열렸다. 이중 생명헌장에 대해 당시 논의된 주요내용을 소개하면,

2018년 6월 21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제4차 세계생명헌장 세미나에서 '세계생명헌장2017서울안'에 대한 학회별 검토의견을 청취하는 모습. 왼쪽부터 이원영 순례단장,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윤재웅 문학과환경학회장, 박종민 한국환경생태학회장, 정민걸 한국환경철학회 감사, 이기영 호서대 교수.




 


"이번 4차 세미나는 ‘세계생명헌장2017서울안’에 대한 주요 학회별 검토결과를 듣고 토론하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문학과환경학회, 한국환경생태학회, 한국환경철학회가 발제를 맡았다.

문학과환경학회 회장인 윤재웅 교수(동국대, 국어교육)는  “개체 생명체의 존엄성을 강조하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스스로’ 태어나고 자라는 생명은 없다”고 지적하며 문장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생명헌장의 의의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대한 노력이 중요하며, 후속세대를 위한 교육 및 홍보에 관한 내용을 전문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한국환경생태학회장 박종민 교수(전남대, 산림과학)는 인류가 공통적으로 생물존엄성과 가치를 알고 있었고, 특히 동양철학에서는 모든 생물체의 가치가 동등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음을 다양한 예를 통해 설명했다. 특히 박 교수는 “어릴 때부터 ‘생물등가성’에 관한 교육과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환경철학회 감사인 정민걸 교수(공주대, 환경교육)는 “생명헌장2017서울안에는 개별생명을 중요하게 보는 생명중심주의가 강조되어 있다”며 “그물은 생태학에서는 말하는 먹이사슬이 아니라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법, 즉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가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11조 4항이 동일한 생물종 내 차별의 문제를 제시하고 있어, 전체적인 맥락에서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제1~3차 세미나 의견을 정리해 종합안을 발표한 이기영 교수는 “모든 생물은 특정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존엄하다”며 “생명의 정의에 대한 토론이 좀 더 필요하다”면서 세계생명헌장에 ‘환경십계명’을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발제가 끝난 후 지명토론자 석일웅 수사(작은형제회)는 서구적 사고방식이 확산되면서 지구적 환경적 문제가 초래되었는데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생명등가성의 가치를 강조하는 발제에 감사를 표했다. 유대 그리스도교 전통에는 지구 생태문제들을 잘 극복할 수 있는 성프란치스코의 가치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지명토론자 우희종 교수는 생명에 대한 지적이 현재까지 인간 위주였다면 여러 생물들, 그리고 온생명 더 나아가 앞으로는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고민이 필요해지는 시대가 되었다고 보았다. 생명에 대한 정의를 ‘wet-life’와 ‘dry-life’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생명의 고유 특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서 어느 범위까지 담아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 밖에 질문과 토론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문제와 생명헌장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기후변화는 생명에 충격을 주기는 하지만 반생명적인 것은 아니라는 관점에서다. 생명헌장의 출발 동기가 된 것은 원전 문제인데, 원전은 생명을 부정하는 물질을 발생시키고 회복 불가능한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현대 문명의 이기적인 욕심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는 의견도 나왔다. 세미나를 마치며 다음 세미나에서는 생명, 생명체, 유기체 등과 같이 생명헌장의 기본 개념들의 범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공유했다. 

그리하여 내용을 보완하는 생명주제의 세미나가 동국대에서 두 차례 연이어 열렸다. 7월에는 국내 생명학의 선구자의 한 분인 장회익교수의 온 생명론을 청취하는 강연회를 가졌다.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 초청강연회 웹자보


그 요지를 소개하면,

"장회익 교수는 자연의 기본원리를 통해 우주와 생명 그리고 인간의 기본원리를 습득하는 것이 ‘외측면’이라고 한다면, ‘나’라는 주체의 인식으로부터 자연에 대한 사고를 하는 것이 ‘내측면’이고 이렇게 순환하는 내면 활동과 외면 활동 전체를 이해하고 위치를 파악해야 온전한 앎에 닿을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우리 눈에는 생명의 모습이 ‘낱생명’으로 하나하나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과거의 질서 안에서 현존 질서가 내려오는 과정에서 탄생하게 되는 것”이라며 “생명은 ‘온생명’ 단위로서만 만들어지지 개체론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생명이라고 이름붙이는 것은 ‘온생명’의 범주 안에서 파악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내 몸의 주인이고 주체라고 느끼는데, 온생명은 어떻게 ‘주체’를 ‘의식’할 수 있을까? 장 교수는 “이미 직관적으로 동양 사상이나 종교 등에서는 온생명까지를 나의 일부로 이해해왔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작은 ‘나’ 자신만을 위해 살기도 하고, ‘나’를 둘러싼 ‘우리’를 위해 살기도 하고, 보다 큰 ‘온생명’을 인식하고 조화로움을 추구하며 살기도 한다.


강연중인 장회익 교수


장 교수는 “현재 온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그만큼 온생명을 인식한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40억 년에 걸쳐 형성된 이 생명의 바통을 잘 이어받아서 미래에 넘겨줄 의무가 있다. 지금까지 문명은 온생명인 몸의 일부를 훼손하면서까지 인간의 편의만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향해왔다”며 “따라서 인간에게는 온생명이 내 몸임을 느끼고 이의 건강을 도모하는 역할이 주어졌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https://cafe.daum.net/earthlifesilkroad/iZgh/283)

이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그해 가을에 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은 ‘생명헌장’을 만들기 위한 어젠다 구축을 위해  동국대 생태계서비스연구소와 함께 동국대 정보문화관에서 생명헌장 토크쇼 ‘위기에 처한 생명’을 개최했다. 열린 이날 토크쇼에는 서울대학교 수의학대학 학장 우희종 교수와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송기원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발제 요지를 소개하면,


오충현 동국대교수(사진 우)가 사회를 보고 송기원 연세대교수(사진 중)와 우희종 서울대교수(사진좌)가 발제를 맡아 생명헌장에 담아야 할 아젠다에 대해 논하고 있다.


우희종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생명은 동일한 것이 하나도 없는 개체고유성을 갖고 있으며, 한 생명체 안에는 우주의 시간이 담겨져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관계의 중요성을 지적한 우 교수는 "생명은 각각의 구성 물질로 환원될 수 없는 비선형적 관계들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된장찌개가 된장, 두부, 호박 등의 여러 가지 재료들을 따로따로 먹었을 때 맛을 알 수가 없지만, 모든 재료가 만나 끓여져야 비로소 찌개 맛을 내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우 교수는 "생명의 위기는 영생을 얻기 위한 인간의 욕망에 기술이 더해지면서 생겨났는데, 기술 자체의 문제보다는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기원 교수는 "생명을 1~2가지 기준으로 간단히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생명은 분명 주변과 관계를 맺는 열린 상태이지만, 살아있는 동안 매우 질서 있게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일어난 생명탄생은 매우 특별하고 전에 없던 일임을 강조했다. 최근 생명의 위기는 현대과학기술이 가져온 것들이 많은데, 생명이라면 겪게 되는 생·노·병·사의 사건들을 발전된 기술로 피해갈 수 있게 되면서 문제점도 가져올 수 있다고 보았다. 송 교수는 실험관 아기, 냉동난자 제공 서비스, 냉동 배아, 대리모, 구글베이비 같은 기술을 언급한 뒤 "기존 생명이 가진 관계성이 훨씬 복잡해지고 있으며 생명이 정보저장 형태로 발전될 것"이라고 하면서 "테크놀로지 자체는 중립적이고, 과학기술은 자체로 두렵다거나 나쁘다거나 좋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데, 발전 자체는 막을 수 없다"며 "어떤 논의를 거쳤는지 거치지 않았는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모든 생명체는 결핍을 가지고 있는 만큼, 결핍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생명의 정체를 논하는 자리에 참가자들의 열띤 토론도 진행되었다.
2018년 6월 21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제4차 세계생명헌장 세미나에서 '세계생명헌장2017서울안'에 대한 학회별 검토의견을 청취하는 모습. 왼쪽부터 이원영 순례단장,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윤재웅 문학과환경학회장, 박종민 한국환경생태학회장, 정민걸 한국환경철학회 감사, 이기영 호서대 교수.
 

"이번 4차 세미나는 ‘세계생명헌장2017서울안’에 대한 주요 학회별 검토결과를 듣고 토론하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문학과환경학회, 한국환경생태학회, 한국환경철학회가 발제를 맡았다.

문학과환경학회 회장인 윤재웅 교수(동국대, 국어교육)는  “개체 생명체의 존엄성을 강조하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스스로’ 태어나고 자라는 생명은 없다”고 지적하며 문장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생명헌장의 의의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대한 노력이 중요하며, 후속세대를 위한 교육 및 홍보에 관한 내용을 전문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한국환경생태학회장 박종민 교수(전남대, 산림과학)는 인류가 공통적으로 생물존엄성과 가치를 알고 있었고, 특히 동양철학에서는 모든 생물체의 가치가 동등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음을 다양한 예를 통해 설명했다. 특히 박 교수는 “어릴 때부터 ‘생물등가성’에 관한 교육과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환경철학회 감사인 정민걸 교수(공주대, 환경교육)는 “생명헌장2017서울안에는 개별생명을 중요하게 보는 생명중심주의가 강조되어 있다”며 “그물은 생태학에서는 말하는 먹이사슬이 아니라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법, 즉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가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11조 4항이 동일한 생물종 내 차별의 문제를 제시하고 있어, 전체적인 맥락에서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제1~3차 세미나 의견을 정리해 종합안을 발표한 이기영 교수는 “모든 생물은 특정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존엄하다”며 “생명의 정의에 대한 토론이 좀 더 필요하다”면서 세계생명헌장에 ‘환경십계명’을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발제가 끝난 후 지명토론자 석일웅 수사(작은형제회)는 서구적 사고방식이 확산되면서 지구적 환경적 문제가 초래되었는데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생명등가성의 가치를 강조하는 발제에 감사를 표했다. 유대 그리스도교 전통에는 지구 생태문제들을 잘 극복할 수 있는 성프란치스코의 가치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지명토론자 우희종 교수는 생명에 대한 지적이 현재까지 인간 위주였다면 여러 생물들, 그리고 온생명 더 나아가 앞으로는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고민이 필요해지는 시대가 되었다고 보았다. 생명에 대한 정의를 ‘wet-life’와 ‘dry-life’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생명의 고유 특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서 어느 범위까지 담아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 밖에 질문과 토론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문제와 생명헌장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기후변화는 생명에 충격을 주기는 하지만 반생명적인 것은 아니라는 관점에서다. 생명헌장의 출발 동기가 된 것은 원전 문제인데, 원전은 생명을 부정하는 물질을 발생시키고 회복 불가능한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현대 문명의 이기적인 욕심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는 의견도 나왔다. 세미나를 마치며 다음 세미나에서는 생명, 생명체, 유기체 등과 같이 생명헌장의 기본 개념들의 범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공유했다. 

그리하여 내용을 보완하는 생명주제의 세미나가 동국대에서 두 차례 연이어 열렸다. 7월에는 국내 생명학의 선구자의 한 분인 장회익교수의 온 생명론을 청취하는 강연회를 가졌다.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 초청강연회 웹자보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 초청강연회 웹자보

그 요지를 소개하면,

"장회익 교수는 자연의 기본원리를 통해 우주와 생명 그리고 인간의 기본원리를 습득하는 것이 ‘외측면’이라고 한다면, ‘나’라는 주체의 인식으로부터 자연에 대한 사고를 하는 것이 ‘내측면’이고 이렇게 순환하는 내면 활동과 외면 활동 전체를 이해하고 위치를 파악해야 온전한 앎에 닿을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우리 눈에는 생명의 모습이 ‘낱생명’으로 하나하나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과거의 질서 안에서 현존 질서가 내려오는 과정에서 탄생하게 되는 것”이라며 “생명은 ‘온생명’ 단위로서만 만들어지지 개체론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생명이라고 이름붙이는 것은 ‘온생명’의 범주 안에서 파악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내 몸의 주인이고 주체라고 느끼는데, 온생명은 어떻게 ‘주체’를 ‘의식’할 수 있을까? 장 교수는 “이미 직관적으로 동양 사상이나 종교 등에서는 온생명까지를 나의 일부로 이해해왔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작은 ‘나’ 자신만을 위해 살기도 하고, ‘나’를 둘러싼 ‘우리’를 위해 살기도 하고, 보다 큰 ‘온생명’을 인식하고 조화로움을 추구하며 살기도 한다.

강연중인 장회익 교수
강연중인 장회익 교수

장 교수는 “현재 온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그만큼 온생명을 인식한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40억 년에 걸쳐 형성된 이 생명의 바통을 잘 이어받아서 미래에 넘겨줄 의무가 있다. 지금까지 문명은 온생명인 몸의 일부를 훼손하면서까지 인간의 편의만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향해왔다”며 “따라서 인간에게는 온생명이 내 몸임을 느끼고 이의 건강을 도모하는 역할이 주어졌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https://cafe.daum.net/earthlifesilkroad/iZgh/283)

이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그해 가을에 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은 ‘생명헌장’을 만들기 위한 어젠다 구축을 위해  동국대 생태계서비스연구소와 함께 동국대 정보문화관에서 생명헌장 토크쇼 ‘위기에 처한 생명’을 개최했다. 열린 이날 토크쇼에는 서울대학교 수의학대학 학장 우희종 교수와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송기원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발제 요지를 소개하면,

오충현 동국대교수(사진 우)가 사회를 보고 송기원 연세대교수(사진 중)와 우희종 서울대교수(사진좌)가 발제를 맡아 생명헌장에 담아야 할 아젠다에 대해 논하고 있다.
오충현 동국대교수(사진 우)가 사회를 보고 송기원 연세대교수(사진 중)와 우희종 서울대교수(사진좌)가 발제를 맡아 생명헌장에 담아야 할 아젠다에 대해 논하고 있다.

우희종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생명은 동일한 것이 하나도 없는 개체고유성을 갖고 있으며, 한 생명체 안에는 우주의 시간이 담겨져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관계의 중요성을 지적한 우 교수는 "생명은 각각의 구성 물질로 환원될 수 없는 비선형적 관계들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된장찌개가 된장, 두부, 호박 등의 여러 가지 재료들을 따로따로 먹었을 때 맛을 알 수가 없지만, 모든 재료가 만나 끓여져야 비로소 찌개 맛을 내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우 교수는 "생명의 위기는 영생을 얻기 위한 인간의 욕망에 기술이 더해지면서 생겨났는데, 기술 자체의 문제보다는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기원 교수는 "생명을 1~2가지 기준으로 간단히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생명은 분명 주변과 관계를 맺는 열린 상태이지만, 살아있는 동안 매우 질서 있게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일어난 생명탄생은 매우 특별하고 전에 없던 일임을 강조했다. 최근 생명의 위기는 현대과학기술이 가져온 것들이 많은데, 생명이라면 겪게 되는 생·노·병·사의 사건들을 발전된 기술로 피해갈 수 있게 되면서 문제점도 가져올 수 있다고 보았다. 송 교수는 실험관 아기, 냉동난자 제공 서비스, 냉동 배아, 대리모, 구글베이비 같은 기술을 언급한 뒤 "기존 생명이 가진 관계성이 훨씬 복잡해지고 있으며 생명이 정보저장 형태로 발전될 것"이라고 하면서 "테크놀로지 자체는 중립적이고, 과학기술은 자체로 두렵다거나 나쁘다거나 좋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데, 발전 자체는 막을 수 없다"며 "어떤 논의를 거쳤는지 거치지 않았는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모든 생명체는 결핍을 가지고 있는 만큼, 결핍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생명의 정체를 논하는 자리에 참가자들의 열띤 토론도 진행되었다.
생명의 정체를 논하는 자리에 참가자들의 열띤 토론도 진행되었다.

토론시간에 우 교수는  동물과 인간과 환경으로 이어지는 ‘one health’를 강조하면서, 인간 위주의 근대적 사고방식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인간은 지구에 나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종으로 사실 생명과 환경의 위기는 인간의 위기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인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환경과 에너지와 관계성을 잘 알고 살려야 생명유지가 가능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토크가 끝나고, 청중 질의응답으로는 종교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한 질문과 생명의 영생에 대한 질문, 그리고 우리 헌법이 국민중심주의인데 헌법에 적어도 생명키워드가 들어가야 하며 생명헌장이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하는 대안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이어졌다. 

(https://cafe.daum.net/earthlifesilkroad/iZgh/284)

/ 이원영 수원대 교수·한국탈핵에너지학회 부회장  leewysu@gmail.com

* 이 글은 '한겨레온'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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