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총림 동화사 방장 진제 스님 동안거 해제 법어
팔공총림 동화사 방장 진제 스님 동안거 해제 법어
  • 김원행기자
  • 승인 2023.02.0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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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上堂)하시어 주장자(拄杖子)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시고,]

眼中無瞖休挑括(안중무예휴조괄)하고

鏡中無塵不用磨(경중무진불용마)어다.

信足出門行大路(신족출문행대로)에

橫按拄杖唱山歌(횡안주장창산가)로다.

唱山歌兮(창산가혜)여!

山是山(산시산) 水是水(수시수)로다

눈 가운데 티끌 없으니 긁으려 하지 말고

거울 가운데 먼지 없으니 닦으려 하지 말라.

발을 디뎌 문을 나가 큰 길을 행함에

주장자를 횡으로 메고 산 노래를 부름이로다.

산노래를 부름이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금일(今日)은 임인년 동안거 해제일(解制日)이라.

결제에 임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 듯 삼동구순(三冬九旬)의 결제가 지나고 해제일이 도래(到來)하였도다.

시간은 흐르는 물과 같이 멈추지 않고,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빨리 지나감이라.

금일 해제일에 이른 지금, 대중 모두가 금빛사자의 포효(咆哮)를 하고 승천(昇天)하는 용의 트림을 내보여야 할 것이라.

만일 그렇지 않다면 어찌 해제일이 되었다고 산천(山川)을 유람(遊覽)하고 허깨비처럼 행각(行脚)을 나설 수 있겠는가!

이번 결제의 대중은 각자가 삼동구순(三冬九旬)의 결제기간 동안 얼마나 화두일념(話頭一念)을 이루었는지 돌아보고 또 돌아보아야 할 것이라.

습관처럼 좌복(坐服)에 앉아서 번뇌망상으로 시간을 보내거나, 혼침(昏沈)에 빠져 있거나, 게으른 마음으로 방일(放逸)한다면 천불(千佛) 만조사(萬祖師)가 출현해서 깨달을 수 없음이라.

다시 마음을 다잡아 부처님의 은혜, 스승님의 은혜, 시주자의 은혜,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하여 발심(發心)하고 발심하여 정진의 고삐를 놓지 말아야 할 것이라.

화두(話頭)가 있는 이는 각자의 화두를 참구하되, 화두가 없는 이는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 나인가?’하고 이 화두를 챙기고 의심할 지어다.

중국의 당나라 시대에 조주(趙州)선사께서 문수보살을 친견하려고 오대산을 향해 행각(行脚)에 오르셨다. 오대산(五臺山)은 문수보살(文殊菩薩)이 상주(常住)하고 계시는 곳으로 알려져 있음이라. 수백 리 길을 가다가 하룻밤 머물고자 어느 암자에 들르시니, 그 암자에 계시던 백발 노승(老僧)이 물었다.

“젊은 스님은 어디로 가는고?”

“오대산 문수보살을 친견하러 가는 길입니다.”

이 말 끝에 노승이 게송을 읊기를,

何處靑山非道場(하처청산비도량)인데

何須策杖禮淸凉(하수책장예청량)인고.

雲中縱有金毛現(운중종유금모현)이나

正眼觀時非吉祥(정안관시비길상)이니라.

어느 곳 청산(靑山)과 도량(道場) 아닌 곳이 없거늘

하필 책장(策杖)을 짚고 청량산(淸凉山)까지 예(禮)하러 가려는가.

가사 구름 가운데 금빛 사자를 탄 문수보살이 나타난다 해도

바른 눈으로 보건대 길상(吉祥)한 것이 못되느니라.

하고, 조주 선사를 경책하였다.

노승의 게송을 다 듣고 난 조주 선사께서 “어떤 것이 바른 눈[正眼]입니까?” 하고 물으시니, 노승은 그만 말이 막혀버렸다.

조주 선사께서 노승의 암자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다시 오대산을 향해 길을 나섰다. 가는 도중에 또 어떤 노인을 만났는데 그 노인이 물었다.

“그대는 어느 곳을 향해 그렇게 가는고?”

“오대산 오백 나한승(五百羅漢僧)에게 예배하러 갑니다.”

“어젯밤 오백 나한이 다 물빛 암소가 되어 갔다.”

이 말 끝에 조주 선사께서 “아이고, 아이고!”

곡(哭)을 하셨다.

이것이야말로 천추만대(千秋萬代)에 귀감이 되는 진법문(眞法門)이로다.

우리가 이러한 법문에 확연명백(確然明白)한 법안(法眼)이 열려야만 비로소 사람 도리를 할 수가 있는 법이로다.

이와 같은 삼매(三昧)를 드러내 보인 법문이 또 있음이라.

남전(南泉) 선사께서 천태산(天台山)의 한산(寒山), 습득(拾得)께 예배드리러 와서 며칠 머물다가 하직 인사를 올리자, 한산께서 물으셨다.

“어디를 가려 하시오?”

“마을 아래 돌다리에 놀러 가고자 합니다.”

“거기 가서 무엇을 하시려오?”

“가서 오백 나한승에게 예(禮)를 올리려 합니다.”

그러자 한산께서 하시는 말씀이,

“어젯밤에 오백 나한이 다 물빛 암소가 되어 가버렸소.”

하시는 것이었다.

여기에 모인 시회대중들은 이 말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소승과(小乘果)를 증득(證得)한 신통자재(神通自在)한 나한승들이 물빛 암소가 되어 가버렸다고 하니, 그 말에 남전 선사께서 “아이고, 아이고!” 하고 곡을 하시니, 한산께서 “비록 몸은 뒤에 받았지만 큰 종사(宗師)의 눈을 갖추었도다.” 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남전 선사께서는 “허허!” 라고 허허성(噓噓聲)을 하시었다.

여기에 큰 뜻이 있음이로다.

이것은 여러분들이 화두를 타파(打破)하여 자신의 성품을 바로 보게 되면, 왜 “아이고, 아이고!” 하고 곡을 하며, 또 왜 “허허성”을 하는 것인지를 바로 알게 됨이로다. 그렇게 되면 조주, 남전 선사를 바로 알고, 한산, 습득의 살림살이를 다 알아서 그 분들과 척척 상통(相通)하게 되리라.

그러면 남전 선사께서 “허허!” 하시는 데는 한산, 습득 두 분 다 아무 말씀이 없으셨는데, 산승(山僧)이 만약 그 자리에 있었던들, 손뼉을 치면서 “하하!”라고 한바탕 큰 웃음을 치리라.

여기에도 또한 큰 뜻이 있음이로다.

손뼉을 치면서 “하하!”라고 웃는 이 뜻을 안다면 모든 부처님의 은혜와 사사공양(四事供養), 시주(施主)의 은혜를 다 갚을 수 있으리라.

필경에 진리의 한 마디는 어떠한 것인고?

衝落碧開松千尺(충락벽개송천척)이요

截斷紅塵水一溪(절단홍진수일계)로다.

푸른 하늘을 찔러 여는 것은 천 길 푸른 소나무요,

세간의 먼지를 끊어내는 것은 흐르는 물이더라.

〔주장자(拄杖子)로 법상(法床)을 한 번 치고 하좌(下座)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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