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원로스님들이 해인사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25일 방장 원각 스님을 질책했다.
이날 자운 노스님 추모제에 모인 원로회의 의장 대원 스님, 동당 세민 스님, 의현 스님은 오전8시부터 세민 스님 방 차례로 모여 해인사 문제에 대한 현황와 대안을 논의했다.
이어 오전9시 40분부터 원각 스님 주석처인 퇴설당에 올라가 방장 스님과 20여분 동안 사태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방장 스님이 직접 나설 것을 강한 어조로 주문했다.
원로회의 의장 대원 스님 "일간지 통신사 방송사 등에 보도되면서 학림사를 찾는 신도들의 걱정이 대단하다. 오는 사람마다 그 얘기들 하니 내가 죽겠어. 큰일났다. 보통일이 아니다"며 "방장 스님이 수습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라. 가만히 앉아 있음 안 된다."고 말했다.
대원 스님은 이어 "방장 스님이 빨리빨리 직접 나서서 종단을 살펴야 한다. 그게 묘책이다"고 재차 강조한 뒤 "총무원장 스님도 만나고 해서 풀도록 해야 한다. 지금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다"며 방장 스님의 안일한 자세를 꾸짖었다.
속복차림의 현응 주지가 가발 쓴 비구니와 오랫동안 해인사 근처의 무인모텔 등에서 상습적으로 음행을 저질러 온 사실을 방장 스님이 보고받은 것은 지난해 12월 초순.
이후 방장 스님은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염려하면서도 현응 주지에 대한 진상조사와 징계요청등을 하지 않았다. 대신에 후임 주지 논의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후 사서실장 도현 스님와 전 해인사 주지 향적 스님이 결제때마다 골프를 한 사실이 보도됐으나 징계는커녕 오히려 이들과 후임주지 선출을 논의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런 내용을 비판한 성공 스님을 산문출송했지만 범계 장본인인 향적, 도현 스님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인총림 차원의 산문출송이나 징계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의현 스님은 "그렇게 방장스님 움직여 빨리 수습해야지. 방장이 가만히 앉아 계실 때가 아니고, 서울에 같이 가서 수리를 한번 하시고 이 수습책에 대해서 종단 차원에서 논의를 한번 하시면 좋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의현 스님은 방장 스님을 쳐다보다 답답한 지 "방장직의 시절이 다 됐다. 시절인연이 다 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환담 후 의현 스님은 취재진에 "방장 물러나라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동당 세민 스님 "두 분을 비롯해 총림과 종단의 어른 스님들 말씀을 귀담아 잘 새겨들어야 한다."고 뼈아픈 조언을 했다.
방장 원각 스님은 "알겠다"며 머리를 조아린 다음 퇴설당을 나와 추모제가 열릴 대적광전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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