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2일 시무식에서 찬송가를 부르며 울었다. 고위공직자가 공식 석상에서 특정 종교를 거리낌없이 드러낸 행위가 문제이다.
<중앙일보>는 5일 "김수처 공수처장 '울컥 시무식'...찬송가 부르다 꺽꺽 울었다' 제하의 보도를 했다.
법조계를 인용한 이 보도에 따르면, 김진욱 처장은 시무식 발언 도중 독일 히틀러 정권에서 반 나치 운동을 펼치다 처형 당한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1906~1945)의 시 '선한 능력으로'를 소개했다.
'선한 능력으로'는 본회퍼 목사가 나치 정권에 처형되기 직전 옥중에서 쓴 시이다. 이 시의 초반부는 “선한 능력에 언제나 고요하게 둘러싸여서 보호받고 위로받는 이 놀라움 속에 여러분과 함께 오늘을 살기 원하고 그리고 여러분들과 함께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길 원합니다”이다.
시 소개에 이어서 김 처장은 이 시를 갖고 만든 찬송가 '주 선한 능력으로'를 불렀다. 찬송가를 부르던 김 처장은 소리를 내면서 울었다.
<중앙일보>는 김 처장이 취재에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이 보기엔 부담스럽다"고 했다는 반발을 함께 보도했다.
공수처 대변인실은 “회퍼의 시는 크리스마스 때 약혼자에게 보낸 것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함께 극복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김 처장은 '이 시는 노래로 만들어졌고 유튜브에 영상도 있다'면서 한 소절 불렀다. 울컥하면서 눈물을 훔친 정도였다. (중앙일보가 표현한) '꺽꺽'은 대성통곡인데 상황과 맞지 않는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했다.
이어서 "김 처장은 지난 3일 정례 기자브리핑 때에는 이순신의 12척 이야기로 공수처 공직자의 업무자세와 태도를 강조했다. 김 처장의 시 인용은 공수처 구성원 모두가 단합된 마음과 의지로 성과를 올리자고 강조하는 차원에서 인용한 것일 뿐이다. 특정 종교 편향으로 비친 것은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그런 취지도 아니고, 그런 의도도 절대 없었다"고 했다.
김진욱 처장은 문재인 정부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초대 처장으로 2021년 1월 부임했다. 김 처장의 임기는 내년 1월 끝난다.
공수처는 출발부터 삐꺽댔다.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 내부에서도 일부 '수박'(겉은 파랗지만 속은 빨간)이라 조롱받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방해가 심했다. 검찰 조직 힘빼기에 반발하는 검사들 반발도 컸다. 검찰공화국이라 불리는 윤석열 정부로 바뀐 후에는 찬밥 신세가 됐다. 김진욱 처장 이후 윤 정권이 임명할 후임 처장은 보복정치 앞잡이가 될 우려도 있다. 총선 결과에 따라 공수처가 없어질 수도 있다.
한편, 본회퍼 목사는 '미친 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는 말을 한 주인공이다. 그가 말한 '미친 자'는 보수 독재정권의 히틀러였다. 그는 '살인하지 말라'(출20:13)는 <성경> 말씀을 어기고 대중을 위해 히틀러를 암살할 계획을 세웠다. 미국으로 망명할 수 있었지만 본회퍼 목사는 독일에서 처형당했다. 그가 보수 독재정권인 나치를 지적하면서 한 말 '미친 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는 보수 우파 개신교 측에서 문재인 정권을 향해 외치는 용도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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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남자가 울긴 왜? 울어요?
노래를 부를려면 애국가를 부르든가 에이구 참 못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