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문관: 영양괘각(羚羊挂角)
신무문관: 영양괘각(羚羊挂角)
  • 박영재 명예교수
  • 승인 2022.12.16 15:10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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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선도회 박영재 교수와 마음공부 59.

성찰배경: 이 칼럼을 통해 필자는 선종(禪宗) 초기 중국 천하를 양분했던 마조와 석두 계열 선사들의 활약을 <무문관>을 중심으로 하되, 다른 선종어록들을 참고하며 전보계보에서 빠진 관련 선사들의 활약들도 곁들이며 시대순으로 공안들을 제창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비록 <무문관>과 <벽암록>에서는 언급되고 있지 않으나 그 순서에 따라 동산양개(洞山良价, 807-869) 선사의 법을 이은 운거도응(雲居道膺, 846-902) 선사를 중심으로 기술하면서, 그의 법을 이은 제자들 가운데 오늘날까지도 그 법맥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는 동안도비(同安道丕) 선사에 대해 함께 다루고자 합니다. 

◇ 시절인연

도응 스님이 동산양개 선사 회상에 가기까지의 희유한 시절인연(時節因緣)이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제17권에 다음과 같이 들어 있습니다.

“홍주(洪州)의 운거도응 선사는 유주(幽州) 옥전(玉田) 출신으로 성은 왕(王)씨이다. 어린아이[童丱] 때 스승에 의지하여 불교의 가르침을 익히다가 25세에 범양(范陽)의 연수사(延壽寺)에서 구족계(具足戒)를 받았다. 그런데 은사[本師] 스님께서 소승[聲聞]의 계율[篇聚]을 익히라고 지시하셨다. 이에 도응 스님이 “대장부가 어찌 계율[律儀]에 얽매이겠는가!”라고 탄식하였다. 곧 길을 떠나 취미무학(翠微無學) 선사 회상에 이르러 도를 물었다. 3년이 지났는데, 행각을 다니는 스님이 예장(豫章)으로부터 와서 동산양개 선사의 법석을 몹시 칭찬하니, 도응 스님이 마침내 동산 선사 회상에 이르렀다.”

군더더기: 도응 스님은 먼저 석두희천(石頭希遷)-단하천연(丹霞天然)의 법을 이은 무학 선사 회상에 3년간이나 머물렀으나 더 이상 진전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후 그는 동산 선사 회상으로 가서 크게 역량을 닦은 결과, 스승과 함께 조동종(曹洞宗)을 창종한 조산본적(曹山本寂, 840-901) 선사 계열을 제치고 석두희천 선사를 기원으로 하는 조동종 본류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되었다고 사료됩니다. 

◇ 향상사(向上事) 가풍

바로 직전 칼럼글인 ‘건봉일로(乾峰一路)’ 중에 무문혜개 선사께서 게송을 통해 ‘설사 아무리 막힘없이 즉문즉답에 능할지라도 모름지기 자만하지 말고 다시 ‘향상의 길’이 있음을 알라!’고 제창했었는데, 동산 문하의 향상사(向上事) 가풍에 관한 문답이 <경덕전등록> 제17권에 다음과 같이 들어 있습니다. 

“동산 선사께서 도응 스님에게 ‘자네[闍梨]의 법명(法名)은 무엇인가?’ 하고 물으셨다. 그러자 ‘도응입니다.’라고 아뢰었다. 이에 동산 선사께서 ‘향상의 견지(見地)에서 다시 일러 보게.’라고 다그치셨다. 그러자 도응 스님이 ‘그 견지에서라면 도응이라고 이름할 수 없습니다.’ 이에 동산 선사께서 ‘내가 운암 선사 회상에 있을 때 대답했던 경계와 다르지 않구나.’라고 답하셨다.” 

한편 도응 선사의 법을 이은 동안도비 선사 역시 스승의 회상에 있을 때 향상사에 대한 문답을 했었는데 그 내용이 <조당집(祖堂集)> 제8권에 다음과 같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동안 스님이 도응 선사께 ‘현묘(玄妙)함이 두터워 이르지 못하는 곳은 어떠합니까?’하고 여쭈었다. 이에 도응 선사께서 (친절하게 물음을 바꾸어) ‘위로 향하는 일은 어떠한가?[向上事作摩生.]’하고 되물으셨다. 그러자 동안 스님이 ‘크게 현묘한 것은 아닙니다.’라고 아뢰었다. 이에 도응 선사께서 ‘아직 체득하지 못했느니라.’라고 답하셨다. 그러나 당시 동안 스님은 이를 긍정하지 않았다. 훗날 동안 스님은 잘못을 뉘우치고 앞의 말실수를 고치며 ‘그 누가 (망령되이 이원적二元的 분별을 일으켜) 이른다느니 이르지 못한다느니 라며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일갈(一喝)했다.”

군더더기: 동산 선사께서 회상에 처음 온 도응 스님의 현 위치를 파악하시고자 향상사에 관한 질문을 던졌으며, 이 향상사 가풍은 도응-동안으로 이어졌음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가 흔히 ‘공부가 향상되었다!’라고 하는데, 사실 ‘향상’은 이처럼 선가(禪家)에서 ‘마음공부, 즉 수행이 향상되었다’라는 용도로 지금도 쓰고 있는 선어(禪語)입니다. 그러니 향상의 여정은 끝이 없겠지요. 
덧붙여 도웅 선사는 나말여초(羅末麗初)의 사무외대사(四無畏大士)라고 불리웠던 이엄(利嚴, 866-932) 선사, 여엄(麗嚴, 862-930) 선사, 형미(逈微, 864-917) 선사 및 경유(慶猷, 871-921) 선사 등을 배출했습니다. 특히 도응 선사가 경유 선사에 대해 극찬한 대목이 그의 탑비인 개성 오룡사(五龍寺) 법경대사(法鏡大師) 보조혜광탑비(普照慧光塔碑)에 다음과 같이 담겨있습니다. 

“도응 선사께서 ‘사람에게 말을 걸어보면 달사(達士)임을 알 수 있고, 얼굴을 보면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데[聞言識士 見面知心], 경유 스님은 만리(萬里)나 떨어진 곳에서 와 함께 지내고 보니, 천년에 한 번 만날 수 있는 재목이구나.[萬里同居 千年一遇]’라고 극찬하셨다.”

◇ 신무문관: 영양괘각羚羊挂角

중국의 고대 전설에서 유래한 ‘영양괘각羚羊挂角’이란 공안은 여러 선사들이 활용했으나 도응 선사의 제창에 호형호제하며 조주종심(趙州從諗, 778-897) 선사까지 거들자, 훗날 이 공안은 도응 선사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고 사료됩니다. 한편 남송의 엄우(嚴羽, 1185-1235)는 저서 <창랑시화(滄浪詩話)>에서 ‘영양괘각’을 차용해 초탈(超脫)한 시의 경지를 찬탄하자, 이 선어(禪語)가 선가를 넘어 천하에 두루 회자하게 되었는데, 그 내용이 <경덕전등록> 제17권에 다음과 같이 들어 있습니다.

“도응 선사께서 대중에게 ‘다만 발자취만을 잘 찾을 줄 아는 좋은 사냥개가 갑자기 발을 땅에 대지 않고 나뭇가지에 뿔을 걸고 있는 영양을 만나면 그 자취뿐만이 아니라 낌새조차 느끼지 못한다.’라고 설하셨다. 그러자 한 승려가 ‘영양이 뿔을 걸고 있을 때는 어떠합니까?[羚羊掛角時如何]’하고 여쭈었다. 이에 ‘6 곱하기 6은 36이니라.[六六三十六]’라고 답하셨다. 그리고 도응 선사께서 이어 ‘알겠는가?[會麼]’하고 물으셨다. 그러자 이 승려가 ‘모르겠습니다.[不會]’라고 아뢰었다. 이에 도응 선사께서 ‘내가 자취가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라고 응대하셨다. [후에 한 승려가 조주 선사께 이 문답을 아뢰니, 조주 선사께서 ‘도응 사형께서 아직 건재하시군.’이라고 하셨다. 그러자 이 승려가 다시 ‘영양이 뿔을 걸고 있을 때는 어떠합니까?’라고 여쭈니, 조주 선사께서 ‘6 곱하기 6은 36이니라.’라고 똑같이 응대하셨다.] 

제창(提唱): 달[佛法]을 가리키는 손가락인 ‘6 곱하기 6은 36이니라.’와 관련해 숭산 선사님과의 인연을 소개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필자가 1996년 11월 <두 문을 동시에 투과하다>(불광)를 출간하고 1부를 숭산 선사님께 보내드렸는데, 책을 받으시고는 1996년 12월 10일 직접 집으로 전화를 주시면서 좋은 책 잘 받았다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내일 동남아 포교를 위해 홍콩으로 떠났다가 내년 1월 초에 귀국하니 그때 만나자.’고 하시면서 직통전화 번호를 알려 주셨습니다. 그래서 귀국하신 때에 맞추어 화계사로 연락을 드리고 1997년 1월 7일 오전 9시에 다시 찾아뵈었습니다. 이때 첫 번째 만남 때(1991년 8월 20일)보다 화두에 대한 견해를 좀 더 세밀히 주고받았습니다. 오전 10시쯤 문답을 끝내고 작별인사를 드리니 선사께서 지은 몇 권의 책을 주셨는데, 특히 선사의 법어집인 <산은 푸르고 물은 흘러간다>(불교춘추사, 1993)의 앞표지 안쪽의 여백에 다음과 같이 친히 다음과 같이 게송을 적으시고 사인까지 해 주셨습니다.

‘푸른산[靑山]은 원래부터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흰구름[白雲]만이 일없이 오락가락 하네./ (그렇지만) 백운과 청산 모두 본래 텅 빈 가운데/ (필경畢竟) 사 곱하기 오는 이십이로구나.
[靑山自不動 白雲自去來. 雲山本空裏 四五是二十.]’

여기서 ‘청산’은 참 본성[佛性]을, ‘백운’은 인연 따라 일어났다 사라지는 번뇌 망상을 뜻합니다. 그런데 숭산 선사께서는 당시 제3구를 통해 번뇌 망상뿐만이 아니라 불성조차 텅 비워버린 경계까지 철저히 체득하라고 저를 다그치셨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만남에서도 역시 지난번처럼 바탕은 잘 되어 있으니 세밀한 데까지 철저히 살피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돌이켜 보면 매우 유익한 재회(再會)였고, 이때를 계기로 그 이후 필자는 더욱 철저히 성성(惺惺)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또한 그 이후 선사님께서 입적하시기 직전까지 필자와 몇 차례 서신교환이 있었는데, 특히 매년 연초에 제자들과 찍으신 사진 연하장을 잊지 않고 꾸준히 보내주셨습니다. 비록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이 지면을 빌어 생전 숭산 선사님의 매우 친절한 점검에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눈높이 안심(安心) 문답

도응 선사께서 참문하는 출가승들뿐만이 아니라 일반인까지도 즉시 감화시키는 탁월한 눈높이 교육자임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일화도 <조당집> 제8권에 다음과 같이 들어 있습니다.

“병마(兵馬)가 운거산으로 밀려들자, 대중들이 모두 도주(逃走)했는데, 오직 도응 선사만이 단정히 앉아 요지부동(搖之不動)이셨다. 이를 목격한 장군[統軍事]이 무례하게 예배도 올리지 않고 마주 앉아 느닷없이 ‘세상이 언제 태평(太平)해지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이에 도응 선사께서 ‘장군의 마음이 흡족(洽足)해진 다음이겠지요.’라고 응대하셨다. 그러자 장군이 즉시 무례함을 뉘우치고 도응 선사께 예배를 올렸다.”

군더더기: <교수신문>에서 매년 한 해를 돌아보며 시기적절하게 올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를 선정해 오고 있는데, 2022년에는 ‘잘못을 저질러놓고 그 잘못을 고치지 않는다.’라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선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성어는 ‘잘못을 저질러놓고 그 잘못을 고치지 않는 그것이 진짜 잘못이다.[過而不改 是謂過矣.]라는 공자의 가르침에서 골라 뽑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도응 대선사의 부드러운 일갈[一轉語]에 장군이 무례를 즉시 참회하고 예배를 드린 것처럼, 올해 연말 우리 모두 각자 해결할 난제들을 앞두고 남 탓만 하면서 잘잘못을 따지며 허송세월하는 어리석은 짓에 대해 깊이 참회하고, 다가올 새해부터는 있는 그 자리에서 지혜롭게 ‘나의 과오를 알면 즉시 고친다.[지과즉개知過即改]’는 자세로 늘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함께 더불어 날마다 맡은 바 책무에 온몸을 던질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해 봅니다. 
 

숭산 선사 친필 게송
숭산 선사 친필 게송

 

박영재 교수는 서강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 3월부터 1989년 8월까지 강원대 물리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1989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서강대 물리학과 명예교수이다.
1975년 10월 선도회 종달 이희익 선사 문하로 입문한 박 교수는 1987년 9월 선사의 간화선 입실점검 과정을 모두 마쳤다. 1991년 8월과 1997년 1월 화계사에서 숭산 선사로부터 두 차례 점검을 받았다. 1990년 6월 종달 선사 입적 후 지금까지 선도회 지도법사를 맡고 있다. 편저에 <온몸으로 돕는 지구촌 길벗들>(마음살림, 2021)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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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재교수님께 2023-01-07 08:51:01
제가 여기 첨 오고요
저 아래 댓글 아자씨 ㆍㆍ 그러려니 하세요
이사바세상은 별의별 인간 다 있죠
불교에 찐따붙어 오로지 구차한 입에 거미줄 겨우겨우 걷어가며 연명 하면서 수행승이라고
자신 기만하고 사띠를 외면하고 온갖 공짜 수행수업은 다 쫒아 다니며. 백수신세를 한탄하기보다 성실한 일인사업자로 둔갑시켜
불자들을 속였다 생각하지만 우리 불자들은 그가 가짜 란건 다 알죠
그냥 지켜볼뿐
자. 교수님 질문할게요
왜? 이런 인간군상들이 난무할까요?
1.세상이 말법시대이니 이런군상이 많을수 밖에
2 막상 남의 일이면 초연할수 있는데 본인주변에 그러면?
교수님은 어떤가요?
멘탈 이

에어럴 2023-01-03 00:01:33
불교닷컴 이 광고가 나오는데
약간 민망한 광고도 많아요 돈독이 올 랐네요
그외엔
할말이 없어요
사람들이 좀더 비젼있는 생각하기 바랍니다
자신이 수다원이 되고자 이생에선 발판이라도 마련하겠다든지. 또는 꼭 다음생엔 비구가 되겠다든지
아님 우주비행사가 되겠다든지 ㆍㆍ
물 론 그과정이 험난할지라도 빛을 가지고 가야하는데 너무말초적으로 사는 인간들이 날 슬프게 하네요
그래도 앞으로 가야겠지요
유튜브에 한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길을 싱싱이를 타고 가는 사람 있음
난 그런것 도 용기 필요하다 봄
구르는 돌엔 이끼가 끼지 않고
가만 있음 썩어요
마가 낍니다
술 가까이 하지 마세요

영양괘각 2022-12-22 12:14:39
요즘 불교방송 선문염송시간에 문광스님의 강연을 들으려고 하는데 ,,,, 잘 들어오지는 않아요
향상일로의 마음공부해야 한다 해야한다는 알겠는데 ,,,,,
오늘 영양괘각에 대한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과즉개의 마음으로 쌀쌀한 겨울날의 동자날에 동지팥죽은 드셨는지요?
건필하소서!

아자씨 2022-12-18 01:46:09
정청래님께. 아자씨 글고 불보살닝이보고

판단. 처치살것입니다 아자씨. 불보사님 제일합니다?

제가 보고 있어요 음. 이정도로. ㆍㆍㆍ

아자씨 2022-12-18 01:39:31
김만배씨
아자씨가 보고있습니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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