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하루 겸 이명박 정부 규탄 법회가 열린 조계사 앞 마당에 신도들의 서원이 적힌 연등이 달려있다. 서원지에는 '파사현정- 종교차별금지법 입법화 속성취'라고 적혀있다. ⓒ2008 불교닷컴
음력 8월 초하루인 31일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1만여 곳의 사찰에서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을 규탄하는 법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조계사는 오전 9시 범종 33타를 시작으로 법회가 봉했됐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오전11시 30분부터 40여분간 법문을 했다.
지관 스님은 법문을 시작하면서 "어제 이 자리에서 삼보 스님이 당신의 의지에 따라 자해를 했었다"며 "삼보 스님의 쾌차를 기원하면서 다같이 잠깐 입정하자"고 제안했다.
스님은 "법회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소재로 열리는데 오늘은 전국 사찰에서 불교의 장래를 위해서, 불조혜명을 잇고 불법을 받드는 뜻에서 법회를 연다"며 시국법회임을 강조했다.
지관 스님은 법문 동안 여러차례 규칙, 질서, 평등, 힘 등을 강조했다. 규칙과 질서에 따라 평등하게 하나가 될 때 힘이 생기는 것이고 차별은 분열을 조장한다며 이명박 정부를 바로 겨냥했다.
스님은 특히 韓愈, '送孟東野序'에 나오는 人平不語(인평불어) 水平不流(수평불류)를 강조하며 '사람이 불편부당하고 공평무사하면 어느 누구도 그 사람에게 불평하지 않게 되고, 흐르는 물도 평탄한 곳에서는 조용히 머물게 마련이다'를 수 차례 언급했다.
총무원장의 이번 언급은 지난해 5월 12일 창원시 사림동 경남도청 도민홀에서 열린 '경남발전과 도민안녕 기원법회'에서 설했던 내용과 동일하다.
당시 지관 스님은 법어를 통해 "평소 사람을 대할 때는 마치 봄바람처럼 온화해야 하고 어떤 공적인 일을 처리함에는 마치 추상과 같이 냉엄해야 한다"며 '대인춘풍 대기추상(對人春風 對機秋霜)'이라는 공무원이 가져야 할 자세를 언급했었다.
1년여 전에 동일한 사안을 언급했음에도 지켜지기는커녕 현 정부들어 되레 더 공직자의 종교편향이 가속화한데 따른 섭섭함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8.27범불교도대회 이후 잠잠질 줄 알았던 불교계의 분노가 전혀 누그러들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계사는 지관 스님의 법문에 이어 종교편향 사례를 담은 동영상을 방영하는 등 점심공양시간을 훌쩍 넘긴 채 법회를 이어나갔다.
한편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가료 중인 삼보 스님은 8.27범불교도대회 직전에 총무원에 범불교도대회 당일 할복의사를 전달했으나, 총무원이 만류했다. 삼보 스님은 현재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