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서울시는 왜곡된 조선의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전문] 서울시는 왜곡된 조선의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2.09.14 16:0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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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봉은사
2022년 9월 14일 입장문

서울시는 왜곡된 조선의 역사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 봉은사는 서울시의 조선 불교사 폄훼와 조선의 역사 왜곡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서울시가 최근 재개장한 광화문광장 연표석에는 ‘보우 처벌’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역사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명종 5년(1550) 문정왕후께서 선교 양종을 부활해 봉은사를 본산으로 지정토록 하고, 보우대사가 문정왕후의 권유를 받아들여 선종수사찰인 봉은사 주지 및 선종판사를 맡으셨습니다. 이후 보우대사는 온갖 음해와 난관을 겪으면서 선종과 교종을 부활시켜 합법적인 승려 배출에 힘쓰셨습니다. 서산 휴정대사와 사명당 유정대사도 이러한 승과를 통해 배출됐고, 훗날 임진왜란 때 왜군에 맞서 승병들이 활약할 수 있었던 것도 보우대사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보우대사가 조선불교 중흥조로 일컬어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숭유억불이라는 불교의 암흑기에서 보우대사의 활동이 유생들에게는 눈엣가시였고, 모함과 질시가 끊이질 않았음은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보우대사는 문정왕후의 서거 이후 온갖 모함을 받게 되고 아무런 죄 없이 제주도로 귀양을 간 뒤 그곳에서 제주 목사 변협에게 타살되는 순교의 길을 걸으셨어야만 했습니다. 사명당 유정대사가 “우리 (보우)대사께서는 동방의 외지고 좁은 땅에 태어나 백세 동안 전해지지 못했던 도의 실마리를 열었으며 천고에 홀로 오셨다가 홀로 가신 분”이라고 찬탄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봉은사에서는 진리를 위해 일신을 돌보지 않으셨던 보우대사의 삶을 기억하고자 전각 ‘보우당’을 세우고 동상과 탑비를 봉안했습니다. 매년 창건주 연회국사를 비롯해 중창주 보우대사, 서산대사, 사명대사, 영기율사, 영암대종사, 석주대종사 등 7명의 스님을 기리는 개산대재도 열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광화문광장 역사물길에 새겨진 ‘문정왕후 사망, 보우 처벌, 윤원형 추방’만 보면 보우대사는 나라를 크게 어지럽힌 요승으로 문정왕후가 ‘사망’한 뒤 윤원형 추방과 함께 합당하게 ‘처벌’당한 인물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가톨릭 김대건 신부는 ‘순교’라고 명기한 것과 확연히 대비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울시는 삼국시대와 고려시대까지 사상과 문화를 주도하며 한국의 역사 발전에 기여했던 불교전통을 되살리려던 보우대사와 문정왕후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광화문광장을 방문하는 수많은 사람에게 그릇된 역사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오류를 돌에 깊이 새겼으며, 대한민국 불자들 마음에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음을 알아야 합니다.

서울시는 연표석 기록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역사물길 연표석에 △이광정, 마테오리치 ‘곤여만국전도’ 가져옴(1603) △이승훈, 천주교 선교(1784) △신유박해(1801) △최초의 기독교 선교사 귀츨라프, 한국에 들어옴(1832) △기해박해(1839) 등 조선의 기독교 역사는 일일이 기록하면서 한양 천도를 주창하고 개국에 크게 공헌한 무학대사를 비롯해 임진왜란 당시 남한산성을 축조한 의승군 역할, 나라와 백성을 지키기 위해 헌신했던 서산휴정·사명유정·벽암각성 스님 등 인물들은 역사물길 연표석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있습니다. 또 △서상륜, 황해도 장연에 기독교 교회 건립(1884) △명동성당 준공(1898) △YMCA 창설(1903)은 기록했지만 정작 조선의 고등교육기관이자 최고학부인 성균관 한양 이전(1398)을 뺀 것도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와 함께 을축년(1925년) 대홍수를 연표석에 기록하면서 당시 봉은사 주지였던 나청호 스님이 배를 띄워 708명의 인명을 구하고 이들에게 사중의 재물을 모두 풀어 이재민을 구호했던 사실은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봉은사에는 그때 도움을 받아 생명을 건진 여러 마을 사람들이 직접 세운 ‘나청호 대선사 수해구제공덕비’와 당시 독립운동가 이상재 선생 등 저명인사들이 이를 기리는 시화를 모아 만든 ‘불괴비첩(不壞碑帖)’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봉은사로서는 이러한 사실을 간과한 서울시의 역사 인식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조선의 국교는 유교였지만 역사 연표석만 보면 조선이 가톨릭 국가인 듯한 착각이 듭니다. 학자들은 서울의 상징인 광화문 광장의 연표석이 후대의 역사 연구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서울시는 역사 연표석에 대다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기록을 다시 새겨야 합니다. 조선왕조 500년의 장구한 역사를 새겨 넣기 전 반드시 국민들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습니다. 광화문 광장은 대한민국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과거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했던 이들을 기억하고 감사해하며, 다시 그러한 역사가 반복될 때 분연히 일어설 것을 다짐하는 애국과 애민의 공간이 돼야 합니다. 그것이 광화문에 세워진 세종대왕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특히 역사물길 연표석은 현 서울시장인 오세훈 시장 때 조성됐고 당시 연표석과 현재 연표석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세훈 시장 역시 역사물길 연표석 서술에 책임이 있음을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울시는 이제라도 종교 갈등을 조장하는 가톨릭 편향 시정을 멈춰야 합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가톨릭교 교황 방한을 기념하고자 광화문광장 한복판에 시복터 안내 간판을 세우고 광화문 현판이 보이는 곳에 교황 방한 기념 바닥돌을 새겨 넣었습니다. 또 서소문, 광희문을 비롯해 조선의 주요 행정기관인 의금부, 포도청, 형조 등 서울의 대표적인 유적지와 관광지 24곳을 제대로 된 고증이나 발굴 없이 가톨릭 성지로 만들어 안내하고 있습니다. 특정 종교를 선양하기 위한 편향된 시정은 역사 왜곡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종교 및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임을 직시해야 합니다.

이에 봉은사는 서울시가 역사왜곡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과 함께 광화문 광장의 특정 종교 설치물을 조속히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불기 2566(2022)년 9월 14일
대한불교조계종 봉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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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씨 2022-09-14 21:34:05
반블교적행위를 하고 타인이. 비난하면. 당면함을. 어서. 자승과 원명과 그 신도들은. 환속하고. 사찰을 비우기 바랍니다. 원명 이도 개념없는 양아치. 남 여증데리고. 어서 환솏히길 바람. 보우에 대한 보답이야. 이제 뜻있는 옛승려들 욕먹이지 말아야

혜의 2022-09-14 19:38:19
그동안 봉은사를 안가다가 백곡처능대선사 부도탑 및 제막식에 갔다가
지난 일요일에도 봉은사에 갔습니다.
봉은사 주지 스님을 자승승려의 똘마니라고 비난을 많이 했는데
백곡처능선사님의 부도탑을 세우는 것을 보고 자승승려보다는
훨씬 수승한 스님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봉은사가 앞장서서 서울시의 종교편향에 강력하게 대응해주니 고맙습니다.
천주교 종교편향에 대해 김형남에게 애기를 한 적이 있는데
무관심한 것인지 외면을 하더이다.
그래서 불교개혁운동을 할 때 권승들에게 내가 고소를 당하고 벌금형을 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할 때 김형남이가 변론해준다는 것을 거절하고 국선변호사를
배정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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