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2016년은 격변의 시기였다. 그해 여름까지만 해도 암울했던 세상이, 그해 가을이 되자 촛불혁명이 시작되어 인류사에 한 획을 긋는 민주주의의 쾌거가 이루어진 시기였다. 절망에서 희망으로의 커다란 기대가 물결을 이루던 시기였다.
본 프로젝트도 그 영향을 받았을까. 성공의 기약이 없는 이런 일에도 많은 분들이 기대 반 희망 반으로 동참해서 힘을 보태주었다. 특히 그해 11월 열린 준비단 행사에서 고 박원순시장의 격려가 컸다. 그는 탈원전을 현실의 사회에서 솔선수범해서 이끌고 있었던 세계적 인물이었다.
“한국의 재생가능에너지의 잠재량은 국내에서 소비하는 전력량의 22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미 훌륭한 기술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선택하면 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민들은 가정의 에너지를 아끼고 직접 태양광으로 에너지를 생산하여 정말 원전 하나를 줄이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여러분들이 걷는 1만 1천km의 길이 도시와 도시의 연대를 잇고, 시민과 시민의 협력을 연결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에너지입니다.”라고 하면서
https://cafe.daum.net/earthlifesilkroad/hmob/13
"이젠 핵발전소의 위험을 감시·관리하면서 생명 존중과 탈핵·탈원전 가치 추구에 앞장서는 국제기구를 결성해야 합니다." 라고 강조하였다.
https://www.ajunews.com/view/20161121160450744
새 국제기구의 필요성에 대한 박시장의 생각은 필자와 그대로 일치한다. 돌이켜보면 이때의 말씀이 그대로 박시장의 유지(遺旨)가 되었다. 생각이 일치하는 필자에게 그 뜻이 그대로 이어졌다.
또 고 김용복 공동대표는, 인류가 봉착한 핵문제의 근원을 고찰하고 이를 '핵 해제몽((Nuclear Hegemon)'이라는 개념으로 문제의 정체성과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온 분이다.
“한반도는 핵에 의하여 완전히 점령되고 핵무기와 핵에너지공장으로 중첩된 상황(Saturated Situation)에 처하여 있다. 핵 폐기물도 처리할 수 없어 핵 쓰레기장이 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며, 핵에너지 산업시설은 군사적인 공격의 대상이 되어 있다. 민족통일과 한반도의 평화는 민족 그리고 동북아의 공동안보를 통하여 핵 대결을 극복하고 핵 에너지체제을 제거하여야 할 생명평화운동이 요청된다. 이런 운동은 한반도에서 일어나야 함이 마땅하다.” 라고 하면서
“우리 동북아 문명은 다양한 종교 신앙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종교 신앙의 융합(Convergence)를 통하여 문명의 혁명적 변혁을 이루어 낸 역사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지금이야말로 동북아시아의 생명평화공동체와 세계의 생명평화질서를 위하여 반핵 평화운동을 전개하고 그 순례물길을 일으켜 생명바다의 대양으로 향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https://cafe.daum.net/earthlifesilkroad/hmob/6
또 한 분의 고인인 고 유초하 선생(충북대 명예교수, 철학)은 자신이 관여하던 인터넷방송을 통해 필자와의 대담을 유튜브 방송으로 제작하면서 필자의 순례의지를 격려해주었다.
https://youtu.be/BkhLsYpgVZw
이 영상의 중간즈음에 필자가 강조한 대목은, “이 생명로드의 길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만인의 것이며, 이런 길을 열어가는 첫걸음을 필자가 내딛게 된 것은 행운이다.”라는 대목이다.
이 무렵 서울 은덕문화원에서는 생명헌장을 마무리하고 생명탈핵실크로드의 세부적 프로그램에 조언을 하는 모임도 자주 열렸다.
준비단 출범식에서 발표한 필자의 출사표를 소개하면,
이 행사에서 김영호 공동대표(산업자원부 전 장관, 유한대 전 총장)는 의미심장한 인사말을 하였다.
“그동안 UN의 리우 서밋에서 세 가지의 중요협약이 이루어졌다.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및 사막화방지협약이 그것이다. 아마도 오늘날 지구의 운명이 인류에 위임되어 있는 새로운 지질시대로서의, Paul Crutzen 의 인류세(anthropocene)에 살고 있는 인류가 이룩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협약이 이 세 가지다. 그런데 이 세 가지 협약에 빠져 있으면서 세 가지 협약을 연결시켜주는 핵심개념이 생명이라고 생각한다.인류의 생명이 위기에 처한다는 생명개념으로서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3대 협약을 생명개념으로 재구성⦁재활성화 하는 일이 요청되는 시기이다.” 라고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탈핵을 강조하였다.
“이미 핵에너지 안전신화는 깨어졌다. 포스트 후쿠시마시대의 세계 446여개의 핵발전소는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통제 불가능한 재앙덩어리로 부각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의 기술혁신으로 시장성이 확보되고 있는 현 단계에 독일처럼 과감하게 탈핵화를 추진하는 세계의 독일화가 절실하다. 이미 대만도 탈핵을 표방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김대표는 생명탈핵실크로드가 종교 간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이 갖는 장점을 잘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오늘날의 문명충돌시대에 한국은 예외적으로 종교 간의 화합과 소통의 모범국가다. 5대 종교의 공통분모가 생명이고, 접점이 바로 생명이다. 따라서 생명을 생명으로 여기는 종교계를 배경으로 지구사회에 생명로드를 만들겠다는 것은 매우 합당한 일이다. 우리는 그것을 일상의 삶속에서 실천해야 하고, 생명운동의 형태로 재생가능 에너지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리하여 2017년 5월 3일 부처님오신날 서울을 출발했다.
제를 올리는 곳은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고 출발 장면들을 보도해주었다. 불교닷컴에서 상세히 보도했다.
https://www.bulkyo21.com/news/articleView.html?idxno=36563
특히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함께 걸으면서,
“나는 서울의 모든 학생들이 대한민국과 지구공화국이라는 두 곳의 이중국적자가 되길 바라며, 다문화교육을 세계 시민교육으로 가르치도록 하고 있다. 지구공화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국가를 뛰어 넘는 윤리적 생명적 인권적 환경적 체제의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극단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지구공화국의 질서를 만들고 생명 인권 탈핵의 글로벌 기준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영호 공동대표는 출정식에서도 귀중한 말씀을 나눠주었다. “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의 출정은 옛날 혜초 스님이 오천축으로 출발하는 기분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면서 “특별한 지원자도 재정도 없이 뜻으로 준비했고, 꿈같은 이야기를 출정식으로 실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생명헌장 서울안‘ 역시 인드라망의 세계, 생명과 탈핵, 온생명철학, 생명학, 생명의 십계명 등 모든 내용을 헌장에 담아 발표했다.”면서 “서울안이 나와 감격스럽다. 생명 탈핵의 꿈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고 했다.’
100인위원인 언론인 신학림(미디어오늘 전대표)선생은 순례의 시작을 평가하기를,
“함석헌 선생은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소명이랄까 미션이 하나 있다고 했다. 그것이 다름 아닌 평화와 생명의 운동이 한국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상황이 어떤가? 전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분단국가이다. 휴전선 155마일을 사이에 두고 100만명이 넘는, 중무장한 군대가 60년 이상 대치하고 있는, 언제 화약고로 변할지 모르는 위험한 지역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한반도에서 세계 평화와 생명‧탈핵 순례를 시작해, 세계를 향해 새로운 신문화 운동을 시작한다는 것은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치 함석헌 선생이 예상하고 기대했던 것이 바로 이 운동이 아니었을까 상상해 본다.”
/ 이원영 교수 leewysu@gmail.com